북한이 강성대국 건설을 기치로 내걸며 야심 차게 추진한 10만세대 살림집(아파트)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북한 최고 엘리트라는 김일성 종합대학 학생들에 휴교령까지 내려 공사에 동원하고, 45층짜리 아파트 골조 작업도 3개월 만에 초스피드로 끝내는 등 박차를 가했지만 정작 주민들은 입주를 꺼리고 있다. 전력난으로 엘리베이터도 제대로 타고 다닐 수 없는데다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변기 물도 못 내리기 때문이다.

16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이 평양 만경대와 대동강 구역 건설 중인 20~4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가 부실 공사에 전력난까지 겹치면서 주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고층 아파트에 사는 북한 주민들은 엘리베이터가 작동되지 않아 외출이 쉽지 않다. 특히 나이가 많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은 집에서 꼼짝도 못 하고 있다. 전력난에 물이 고층까지 올라가지 못해 시간대에 따라 다른 층에 물을 공급하는 등 아파트 주민들의 생활이 영 말이 아니다.

평양 출신 한 탈북자는 "평양 광복거리에 있는 40층 이상의 아파트에 사는 주민은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아 집에 올라가는 데만 30여 분 걸린다"며 "물이 나오지 않아 아침 출근길마다 물통을 가지고 다니고 변기의 물을 내리는 것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는 1980년대 북한이 제13차 세계청년학생 축전을 계기로 건설한 방 3칸짜리 최신식 아파트지만, 지금은 전력과 물 공급이 되지 않아 `최악의 아파트`가 됐다는 것이다. 반면 당과 군부의 고위층이 사는 아파트는 정전과 물 걱정이 없다는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