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가지고 말이 많다. 전부 낙천된 사람들의 하소연과 절규 때문이다.

그렇게 불만을 표시하는 이유는 ‘비민주적’, ‘비이성적’이라는 거다.

맞다. 비민주적이다. 그러나 그게 바로 공천권이다.

이런 비민주성을 극복하는 방법은 딱 하나다. 출마자끼리 당을 만들면 된다.

그러나, 이 역시도 다음번 선거 때는 중앙당 공천이냐 지역구의 승계냐에 따라 말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그러고 보면, 당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공천권 자체가 당권이다. 민주적 공천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애시당초 공천권자의 성향이 바로 정당의 성향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에 낙천된 사람들은 어떠한 미사려구로 낙천 이유를 호도하든, 당권을 쥔 사람의 성향이나 감정 그리고 이해관계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며, 결국 공천을 받으려면 공천권자와 주종관계에 서게 됨을 인정했어야 했다.

정말이지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고....라는 말이 실감난다.

그러나, 어차피 치를 시험이라면 점수 잘 주는 쪽에 가서 시험 치르는 게 약이다.

점수 안 주는 쪽에 가서 왜 점수를 이따위로 주냐고 따져봐야 자격지심으로 보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주종관계의 성질을 알았다면 애시당초 방향을 확실히 했어야 했다.

낙천되고 불만을 토하는 것처럼 초라한 모습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주종관계도 서로 성향이 맞고 감정이 좋으면 그보다 더 좋은 게 없다.

이는 ‘민주’의 잣대로 평가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조직의 잣대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번 에누리당 공천에서 ‘남경필’, ‘정두언’이 온존하는 것을 보았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박근혜가 추구하는 바대로 움직일 사람이라는 뜻이며, 이들을 통하여 박근혜의 방향이 짐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친이 같은 반박진영도 이러한 공천을 통하여 서로 분열되어 소멸될 수도 있다고 본다.

공천을 받은 자와 받지 못한 자의 밥그릇이 달라지면 서로 추구하는 바가 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도 그런 것 많이 본다.

가령 맨날 뒤에서 윗사람 욕하며 불만세력 규합하던 인간이 진급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제의 동지들에게 조직의 발전을 위하여 기강이 바로 서야 한다고 거드름 피우지 않던가 말이다.

그러나, 공천을 신청하여 공천 받은 사람은 앞으로 당권을 쥔 자의 벽을 넘어설 수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공천되어 당내에 남은 친이세력과 낙천되어 당외를 배회해야 하는 친이 간의 연결고리 문제도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당내 친이세력 가지고는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전무한 데서 또 다른 문제점을 낳는다.

즉, 분당 가능성 내지 탈당 가능성이다.

이번 공천 소동을 통하여 권력의 본질을 민주나 공정의 잣대로 평가하는 비현실적 자세를 반성하기 바라며, 아울러 열혈애국 우익성향의 낙천자들에게 새로운 활로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본다.

허황된 무소속 출마가 아닌 다른 방법, 즉, 낙선되더라도 비례대표라도 생산하는 방법 말이다.

그것이 찍소리라도 질러보고 주저앉는 길일 것이다.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