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독도를 둘러싼 한일관계 냉각 때문에 해외한류 공연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일본에서 벌이가 시원찮다는 기사를 보면서, 또 8년 전인 2004년에 반미공연을 하였다는 ‘싸이’의 박재상이 요즈음 미국에서 잘 나가고 있다는 소식도 보면서, 한류의 실체가 무엇 때문이었는지 한번 규명해보고자 한다.

요즈음 한류 어쩌고 하며, 그 대표적인 예로 K-Pop 같은 대중문화를 비롯한 음식문화를 들먹이며 우리 문화가 급속히 세계로 파급되어가는 놀라운 현상을 자주 떠든다.

그렇다면, 정말 이들이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문화전도사일까?

모르긴 해도 필자가 보기엔 이들은 깔아놓은 멍석에서 재주부리는 것일 뿐, 멍석을 깐 자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의 능력이 못하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70~80년대 우리나라에 과연 지금의 소녀시대만한 미모의 여성이 없었을까 하는 것과 지금의 중동에는 과연 그만한 미모의 여성이 없을까 하는 의문이다.

즉, 같은 능력과 외모라고 해도 가수의 모국 국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쩌다가 몇몇이 지나가다 보는 구경거리일 뿐 절대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고 빠져드는 우상은 못 된다는 되는 것이다.

하긴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조차도 노숙자 차림으로 지하도에서 연주했더니 알아보고 들어주는 사람이 없더라는 실험이 이를 방증하듯 말이다.

한류 우상이 등장하는 데는 K-Pop의 나라라는 한국이 사전에 낯설지 않고 궁금해야 하며, 이에 따른 집단적 관심을 K-Pop에서 확인하려는 그만한 군중심리가 작동해야 한다.

즉, 미리 낯설지 않게, 없이 사는 싸구려로 보이지 않게 세련된 나라라는 인식이 사전에 깔려 있는 곳에서라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도록 미리 멍석을 깔아둔 게 누굴까?

얼마 전 EBS 채널에 “천국을 향하여”라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하려는 것을 묘사한 영화가 방영된 적이 있었다.

순진하면서도 감동 받기 쉬운 피 끓는 20대 청년을 이용하여 이스라엘에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하는데 있어서 기성세대끼리는 나누는 돈 관련 이야기는 철저히 은닉하며 광적인 신앙에 따른 구원의식을 주입하면서 죽음의 향연으로 내모는데, 얼핏 보면, 천국의 실체를 확인시켜준다며 마약을 이용하여 청소년들을 환각에 빠뜨린 후에 집단 난교 하도록 만든 뒤에 다시 마취상태에 빠뜨려서 황야에 버림으로써 청소년으로 하여금 신과 천국에 대한 맹신을 심어서 복수의 도구로 이용하는 먼 옛날 이란 지방의 ‘어쎄신’(Assasin) 일화가 생각나게 하는 영화다.

그 영화 마지막에 텔아비브에 잠입하여 테러를 시도하려는 데서 영화가 끝나던데, 그 마지막 부분에 두 청년이 탄 승용차의 뒷좌석 옆 유리에는 현대자동차 로고가 선명하게 나왔고(자세히 보니 차종이 ‘베르나’였던 것으로 기억됨), 청년이 차 앞유리를 통하여 광장에 우뚝 솟은 빌딩을 주시하는데, 그 빌딩의 전면에는 삼성전자 ‘갤럭시 폰’ 광고가 화면을 다 차지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지역에 가서 한국을 각인시켜 놓은 게 뭐란 말인가.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이지 K-Pop이 아닌 것이다.

K-Pop이 먼저 도착하였기에 자동차와 휴대전화가 팔렸다고 보는가?

아니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먼저 도착하였기에 K-Pop이 팔리는 것이다.

성룡이 나오는 영화, 본 슈퍼리머시 같은 영화에도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등장하고, 장 끌로드가 나오는 액션영화에도 한진 로고가 찍힌 콘테이너가 나오며, 헐리우드의 코미디 갱 영화에도 삼성가의 먼 핏줄이라며 사기 치는 것이 등장할 정도다.

그러나, 아직 K-Pop이 외국영화에 나온 것은 못 봤다.

우리가 누구 때문에 굶주리던 나라에서 곡물을 싸구려 품목으로 취급하는 나라로 바뀌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솔직히 필자는 애국운동에 대한 재벌들의 외면을 굉장히 저주하지만, 이번에 부유세를 더 걷어서 국방도 아닌 복지의 재원으로 하자는 발상을 펴는 입후보자가 더 싫다.

그 부유세 몇 조원이 적은 돈이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300조 예산시대에 그 정도 가지고 얼마나 기여하길래 경제의욕을 죽여가며 소득의 은닉과 국부의 해외유출을 부추기는 그따위 발상부터 하는지 한숨이 나온다.

나무 키워서 열매 따먹는 게 아니라 아예 나무 자체를 뽑아버리는 것 아닌가.

난 K-Pop 노래 하나도 아는 게 없지만, 불편한 것 없었으며, 아울러 외국에 나가 본 적은 없지만, 우리나라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싶을 때는 재외공관 찾는 것보다는 현대자동차 딜러나 삼성전자 대리점 찾는 게 더 빠를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한류? ‘누리는 재주’로 ‘이루는 능력’을 비하하는데 쓰지 말자는 거다.

멍석 짜고 깔아준 이를 박대하면 누가 그 일 하겠나. 맨땅에서 재주부려봐야 누가 봐주기나 한데?

다민족 국가로 변질되어가는 이 시대에 맨날 우리민족의 우수성이 어쩌니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한류의 근본 바탕을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최근 유럽에서 한국차 수입에 제동을 걸고 자빠진 마당에 런던올림픽 여자 펜싱부문에서 독일 선수 바이데만에게 신아람이 오심판정으로 패배해도 독일제 수입차에 대하여 제동 걸 생각조차 못하는 차원을 넘어 오히려 한류스타들이 독일제 외제차를 사 오는 이 얼빠진 현 상황에서 한류 어쩌고 하는 먼 나라 이야기는 그만 두자는 것이다.

실컷 반미 쇼로 국내에서 장사해먹고 나서는 미국 가서 ‘없어도 되는 쇼’ 가지고 돈 벌면서 한류수출이라는 ‘누리는 재주’를 과시할 동안 북괴는 우주로켓을 발사했다는 것을 모르는가.

멍석 깔아준 ‘이루는 세력’을 기득권으로 매도하여 저주하고, ‘누리는 재주’에 찌든 애들을 대단한 존재로 부추기는 이런 이번 18대선 같은 ‘우민화 선거’는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누림이 이룸보다 대접 받는다면 미래는 뻔하지 않는가.

그래서, 난 한류라는 소리만 들어도 차가운 전율을 느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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