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나이가 들면 잠이 없다고 한다. 나이만큼 책임의 무게가 더해지고 세상사에 대한 걱정이 깊어지기 때문이란다. 어제도 걱정으로 밤을 지새웠다.
필자는 누구 말마따나 45년 만에 족보를 바꾼 사람이다. 20대 학창시절, 민주화운동을 한답시고 뛰어다니다 DJ를 만났고 그로 인해 많은 고초도 겪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동교동계 끄나풀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지난 3월 한나라당에 입당을 했다. 정치적 족보를 바꾼 것이다. 시대적 요구에 미력이나마 보태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젊은 시절은 민주화가 주제였다. 그러나 지금은 나라를 바르게 세워놓는 것이 시대적 요구다. 먹고사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김대중 . 노무현 정부가 10년 동안 헤집어 갈라놓고 좌로 기울게 만든 국체를 바로 세워놓는 일이라고 본다. 정권교체를 통해서 말이다. 그래서 정치적 족보를 바꾸게 되었다.
그러나 경선을 하루 앞둔 한나라당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태산 같은 걱정이 밀려온다. 경선과정에서도 산악회, 일부 종교인, 대의원과 당원들에 대한 금품 및 편의제공사례가 적발되었는데도 오리발이다. 마치 “보지 않고 믿는 자는 진복자니라!” 하고 설교하듯 무조건 믿으라고 한다.
특히 더 심각한 것은 당협 위원장들을 비롯한 대의원들의 행태다. 방에 가면 더 얻어먹을까 부엌에 가면 더 얻어먹을까 요리조리 눈치를 살피다가 줄줄이 사탕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직도 구태당의 틀을 깨지 못하고 있다. 왜 바다를 보지 못하고 거품을 따르는지 모르겠다. 왜 국민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여론조사의 수치놀음에 줄을 대는지 모르겠다.
범여권의 후보가 결정이 안 된 상황에서 과연 지금까지의 지지도가 의미가 있을까? 대선은 앞으로 120여 일이나 남았는데도 말이다. 여기 까지가 한나라당의 한계란 말인가?
범여권의 모 유력후보의 한 방 발언이 결코 공포요 헛방은 아닐 것이다. 의혹투성이의 후보를 본선에 불러들인 다음 한방에 보낸다며 호언장담 하고 있다.
분명 뭔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들에게 40:0의 치욕을 안겨 주었던 후보까지 해치우는 결과가 되므로 일거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수다. 왜 그 수를 모르는가?
나는 DJ를 잘 알고 있다. 범여권의 무대 뒤에서 기침하고 있는 DJ의 수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걱정과 번민의 밤을 지새우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의 당면과제는 개발대통령을 후보로 내는 일이 아니다. 정권교체다. 불안한 후보를 내세워 정권교체에 실패하면 경제발전도 헛구호에 불과한 것이다.
무능하다고 평가받는 노무현 정부도 4~5% 경제성장을 했다. 본선에서도 안전 빵인 깨끗한 후보를 통해 정권교체를 하면 그까짓 7% 경제성장이 대수인가?
법과 원칙에 강하고 국정수업 철저히 받은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5년 안에 선진국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국민들은 이미 그런 확신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 아니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경선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대의원과 당원들이 혁명을 일으킬 때다. 제2의 천막당사의 정신을 불태울 때다. 현명하고 위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땅을 치는 후회는 두 번으로 족하다.
송창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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