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화해하고 싶습니다,꼭!

  전교조·민주노총·참여연대·민주노동당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

  내가 증오해 마지 않던 단체들, 그리고 사람들입니다.

  이 외에도 수도 없이 많지만

  요정도만 가지고도 어떤 성향의 단체인지 금방 아실 겁니다.

  한 때, 나는 이들을 다 죽이고 싶었습니다.

  이들을 전부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성능 좋은 기관총으로

  한 사람도 남김 없이 모조리 쏴 죽였으면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요 근래 들어 그런 생각이 쑥 들어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변한 생각이 몇 날 며칠을 두고 보아도 바뀌질 않는 걸 보면

  일시적 감상이나 변덕은 아닌 게 분명했습니다.

  그렇다고, 이들 단체들이 노선을 변경한 것도 아니니 바뀐 것은 나였습니다.

  내가 생각해 봐도 전에 없던 일이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어쨌든 나는 더 이상 이들을 증오하지도, 미워하지도 않고

  그래서 이들과 화해하고 싶은 겁니다.

  이들은 이제까지 북을 위해 뛰어 왔습니다.

  남에 대한 기대나 희망을 완전히 포기하고

  남의 기득권 세력, 지배계층의 부정부패와 비리의 척결이

  남한 자체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의 개혁은 북의 체제,

  김정일의 군사력으로서만 가능하다고 결론지은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적화통일인 것이죠.

  이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물든 건 물론 아닙니다.

  이들이 원한 건 아주 소박한 것, 민주주의였습니다.

  박정희가 5·16 쿠데타를 일으킨 후

  군사독재 정치를 밀어붙일 때 들고 일어난 사람들이 이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독재자와 맞서 싸웠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돌아온 건 이들이 원하던 민주주의가 아니라,

  더 큰 몽둥이 세례였습니다.

  10월 유신과 긴급조치로 말 한 마디 할 수 없도록 눌림을 당한 것입니다.

  그러던 박정희가 죽었습니다.

  그런데, 또 다시 쿠데타가 나고

  또 군인이 정권을 쥐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었습니다.

  6·29 선언이라는 게 뭡니까. 그게 우리 힘만으로 얻어낸 겁니까?

  나도 그 때 열심히 뛴 사람입니다.

  만사 제쳐 놓고 데모 군중에 합류해서

  호헌철폐 독재 타도를 목이 쉬도록 외친 사람입니다.

  6·29 선언은 그렇게 해서 우리가 빼앗아낸 게 아니라

  군부독재 세력에 되치기 당한 것이라는 사실이 곧 밝혀지지 않았습니까?

  정말이지 통탄할 일이었습니다.

  그 것 까지도 좋습니다. 그런데, 그 후에 어떻게 되었습니까.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은 뭐하는 사람입니까.

  대통령이 되고, 꿈에도 그리던 권력을 잡았으면서도

  왜 그들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겁니까.

  다 잡아 족쳐야 하지 않았습니까?

  군부독재세력,

  그 세력에 빌붙어 부정부패로 단물을 빨던 종자들의 씨를 말리는 작업을

  그들은 왜 하지 못한 겁니까?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 더러운 사람이었기에 하려야 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욕하면서 닮는다고, 민주화가 아닌, 대통령을 목표로 수십 년 뛰다보니

  그들도 어느 새 군부독재자들보다도 훨씬 더 더러워 진 것인데 

  더러운 사람이 어떻게 자기보다 덜 더러운 사람을 심판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엉뚱한 욕심, 노벨상이나 받으면서

  정권교체가 되지 않은 만도 못하게

  이들은 대통령 노릇을 해 먹다가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민주주의와 개혁을 위해서 밤잠 안 자가며 뛰어온 사람들에겐

이제는 정말이지 아무런 희망도 가질 수 없게 되고 만 것입니다.

남한의 썩어 문드러진 기득권층은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건드릴 수 없게 되었으니,

절망에 빠지고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이들이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북의 김일성·김정일에게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런 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북의 김 부자가 치고 내려와서

뇌물 받고 공금횡령 하면서 순진한 민중을 속이고

그 피를 빨아 뒤룩 뒤룩 살찐 지배계층의  돼지들을 모조리 잡아 죽여주었으면 하고

염원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염원만 하고 앉아있질 않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이들은 남한에서 최선을 다 해 노력했고, 지금도 애쓰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북의 김 부자가 치고 내려와 자신들의 원한을 풀어줄 수 있게 하려면

가장 큰 걸림돌인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 했습니다.

그리고 북을 위해 마음 놓고 뛸 수 있으려면 국가보안법을 철폐시켜야 했고,

남한의 군사력을 약화시켜야 했습니다.

재벌들을 때려눕혀야 튼튼하던 남한 경제가 무너지고,

그래야 북의 김 부자가 쳐 내려오기 좋은 환경이 조성 됩니다.

현역병의 군 복무기간 단축과

삼성의 이건희·현대의 정몽구 회장을 집요하게 물로 늘어지는 것,

그리고 반체제 단체의 육성과 주 5일 근무제도

다 그러한 이유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들 좌파 세력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세력으로 커졌습니다.

드러내 놓고 북의 노선을 천명하고 또 추진해 나가고 있지만,

아무도 손 댈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손 댈 필요도 없고, 건드릴 필요도 없습니다.

이들은 다시 고쳐서 쓸 수 있는 세력입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들은 일제말의 친일파들과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독립을 위해 뛰었지만 가능성도, 희망도 보이지 않자 지친 나머지

친일로 돌아선 사람들과 이들은 비슷합니다.

정성과 안목과 인내심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을 만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오히려 이런 세력이 필요합니다.

제대로 된 활로만 마련해 준다면 이 거대한 물줄기를, 이 엄청난 에너지를

조국의 근본적 변화에 올바로 사용할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듭니다.

분명한 것은, 이들이 원하는 것은 돈도 명예도 아니라는 겁니다.

방법과 이념의 채택에 있어서 과오를 범했다고는 하지만 이들은 아직 순수합니다.

순수하기 때문에 이런 실수도 범할 수 있는 겁니다.

이들은, 주둥이만 벌리면 반공과 주한미군 철수 반대를 부르짖으면서도

속은 썩고 타락한 보수주의자들보다 백배는 낫습니다.

몽둥이로 후려 조져야 할 종자들은 이들 좌파가 아니라 부패할 대로 부패한,

현재의 기득권을 계속 유지해서 단물을 빨고자 획책하는 보수세력입니다.

이 시점에서 북한의 우리 형제자매들을 생각해 봅니다.

그들의 고통과 절망을 눈앞에 뻔히 보면서, 우리가 계속 이래야 하겠습니까?

수백만이 굶어 죽어가면서도  말 한 마디 못하는 형제 자매들을 눈앞에 두고,

우리가 매 끼 이렇게 고기에 술에 마음 편히 먹고 마시고 즐기면서,

또 한 쪽에서는 여·야로, 보수와 진보로 갈려 멱살을 잡고,

이런 놀음만 계속 해야 하겠습니까?

통일은 하루빨리 해야겠는데 갈 길은 멀고 아, 정말이지 답이 안 나옵니다.

그래도 선택은 해야 하고, 길은 가야 합니다.

우리가 아직 찾지 못해서 그렇지 길은 반드시 있다고 나는 믿습니다.

이 시점에서 나는(보수 쪽에서 지칭하는) 좌파를 선택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제까지 정권과 국정을 담당해 오던 보수세력들은

도덕적으로 민주주의나 통일을 논할 최소한의 자격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와 통일을 말로 합니까?

도덕과 양심, 정의를 밑바탕에 깔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게 그것이고,

더러운 사람들이 끼면 재수가 없어서

될 일도 안 되는 게 민주주의와 개혁과 통일입니다.

그렇게 볼 때, 좌파세력은 최소한 더럽지는 않고,

그런 그들과 나는 함께 하고 싶은 겁니다.

좌파 세력들이여,어서 돌아 오세요!

마음 속에 간직해 둔 김일성,김정일,김대중,노무현의 사진을 불태워버리고

어서 속히 조국의 품으로 돌아 오세요!

더럽고 잔인한 독재자의 총칼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던,

순수하고 뜨겁던 그 때의 그 초심으로

나의 형제 자매들이여,어서 빨리 돌아 오세요!

조국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사람들은 당신들이고,

그러한 애국자인 당신들과 나는 화해하고 싶습니다.

내가 내미는 손을 좌파 세력들이여,뜨겁게 잡아주세요! 

                강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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