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대입 논쟁의 한복판으로 복귀했다. 그는 그제 대한상의 주최 강연에서 통합교과형 논술 도입을 뼈대로 한 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안을 고수할 방침임을 분명히했다. 그는 또 정부의 교육정책 전반을 비판하면서 고교 평준화 제도에 대해서도 재고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정총장의 발언 면면을 보면 경쟁력을 강조하고 수월성 교육을 중시하는 그의 평소 소신이 그대로 드러난다.
정총장은 “교육의 목적은 가르치는 데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솎아내는 데도 있다”고 했다. 솎아내는 것도 교육의 목적이라는 그의 말뜻을 짐작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 교육이 우수한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며, 그래서도 안된다. 교육이 우수한 학생과 그러지 못한 학생을 고르는 과정만으로 흐르는 것은 더더욱 곤란하다. 잡초처럼 솎아서 버리는 것이 결코 교육의 목적일 수는 없다.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있는 대로, 없는 사람에게는 없는 대로 각자 수준에 맞게 창의적으로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이 나라 공교육이 떠맡아야 할 일이다.
정총장은 이날 고교 평준화 제도를 거듭 문제삼았으나, 우리가 보기에 평준화의 기본 틀은 깨진 지가 오래됐다. 서울지역만 해도 특목고가 17개교에 이르고, 전국에는 자립형 사립고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정총장은 이미 서울대 총장만은 아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우리 교육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 ‘파워맨’으로 부상했다. 2008학년도 입시안이 처음 논란을 빚던 이달 초 “통합교과형 논술의 구체적 내용은 교육부와 협의해 국민들이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바람직한 방안을 만들겠다”던 그가 또다시 이날 뜬금없는 발언을 쏟아내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정부·여당의 막가파식 공격에 마음이 상해서 그러는지는 모르겠으되 책임있는 자세는 아니다. 통합형 논술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속에 오늘도 학생들은 속속 논술학원으로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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