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며 사학법 개정 유보를 요구하는 사학법인들이 최근 이사회 의결만으로도 이사 해임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정관 변경은 사학법인들에게 사학법 개정안의 뼈대인 개방형 이사제를 무력화할 수 있게 해준다.
20일 국회 교육위 구논회 의원(열린우리당)의 교육부 국감자료를 보면, 지난 6월부터 이달 초까지 우암학원 남부대학 등 4년제 대학 34곳과 거영학원 등 2년제 전문대학 15곳, 광동학원 등 초·중·고교 법인 55곳이 ‘이사 해임 및 이사장 취임 때 관할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정관 규정을 삭제하고 이사회 의결만으로 이사 해임과 이사장 취임이 가능하도록 바꾼 것으로 밝혀졌다. 초·중·고의 경우 경기·인천·충남·대전·광주에서만도 법인 61곳이 정관 변경을 신청해, 90%인 55곳이 이런 내용을 담았다.교육부는 이들 법인의 정관 변경에 대해 100% 인가를 내줬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부 사학법인은 대학에 심의기구로 설치하도록 한 대학평의원회를 법인 소속 자문기구인 대학평의회로 대체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꾸기도 했다. 이는 현행 사립학교법상 ‘학교 내 대학 평의원회 구성’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다.
사학법인들은 예결산을 전면 공개하겠다고 했으나 최근 정관변경을 한 61개 초·중·고교 학교법인 가운데 43개교가 여전히 비공개였다. 이들 사학법인들은 사학윤리강령을 채택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번 정관 변경에서 이를 채택한 곳은 3개 대학에 그쳤다.이런 정관 개악은 교육부가 지난 5월 사립학교 법인들의 정관에 대한 기준이던 ‘정관준칙’을 규제 완화를 내세워 폐지한 데 따른 것이다. 정관준칙 폐지는 사학법인들이 줄기차게 요구하던 사안이다.
구 의원은 “사학법인들이 사립학교법 개정 유보를 요구하며 자정 결의에 나섰다지만 정관 개정 내용은 후퇴했다”며 교육부가 사립학교 관계법령의 허점을 보완하는 최소한의 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채 정관 준칙을 폐지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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