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사학법 재개정 反旗는 속보이는 득표 정략"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사립학교법 재개정 현안과 관련해
‘여당의 대승적 양보’ 를 권고한 데 대해 열린우리당이 반기( 反旗)를 들고나선 맥락은
5·31 지방선거 득표 정략에 맞닿아 있다는 것이 우리 시각이다.
노 대통령의 ‘중재 한마디’ 에 당이 기존 입장을 바꿀 경우 그나마 남아 있는
고정 지지층조차 유 지·결집시키기 어렵다는 5·31 표 계산으로 비친다.
정동영 당의장 등 여당 지도부는 노 대통령의 ‘중재 발언’ 이 나온 당일의
심야 긴급 의원 총회, 이어 그 이튿날의 최고위원회 의를 통해 ‘양보 불가’ 를
당론으로 결정하는 등 전례없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5·31을 앞두고 국정난맥이라는 근본적인 한계 요인 때문에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의
‘공천 비리’ 에도 불구 하고 반사적 지지율 상승의 기대조차 무망해진
여당과 그 지도부로서는 노 대통령에 대해 반기를 들어 유권자에게
‘노 대통령 과 여당은 다르다’ 는 식의 인식을 각인시켜줄 수 있는
차별화의 호기 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의 장이나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김근태 최고위원이
노 정권의 국정난맥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임에도 불구 하고
이같은 ‘차별화 전략’으로 표심을 다시 끌어모으겠다는 것은
최소한의 정치도의까지 의심스럽게 한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당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 ” 고
가세한 것도 오십보백보가 아닐 수 없다.
노 대통령이 200 4년 총선 후 “국가보안법은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 고
한마디 하자 일제히 국보법 폐지에 찬성했던 당시 장관들이 되레 ‘여당의 정체성’
운운하고 있으니, 크게는 국가의 정통 성과 정체성, 작게는 사학의 정통성과 정체성
을 흔들어온 그들의 표변이 어이없을 따름이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를 통과하고 29일 공포된 개정 사학법은 노 대통령이 공포 엿새전
“시행과정에서 자율성 구현을 위해 노력 하겠다” 고 물러서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위헌 소지가 적나라하다.
우리는 한나라당의 재개정안조차 교원면직 사유의 후퇴 등 현행법보다 훨씬 못한
독소조항이 널려 있다고 지적해왔다.
청와대가 “당이 안된다고 하면 안되는대로 할 수밖에 없다” 며 물러서는 것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청와대가 이렇듯 ‘ 아니면 말고’ 라는 모호한 자세로 돌아서고 있어
‘노 대통 령 중재’ 의 진정성까지 의심사고 있다.
‘청·당의 짜고치기’ 내지 지난해말 대연정론의 아류라는 뒷말이 무성한 것도 그 때문 이다.
여권의 득표 정략에 얹히기로는 사학법은 교육의 미래가 걸린 국가 현안이다.
국회는 임시 회를 다시 열어 7월1일 시행 이전에 반드시 재개정해야 한다.
[문화일보]
20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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