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4일도 쟁점법안인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 처리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이날 낮 비공개로 열린 3당 원내대표 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자 한나라당은 국회의장을 찾아가 직권상정을 요청했고, 민주당은 “직권상정을 남발하면 심각한 국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김 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오후 2시부터 미디어법을 토론하기로 한 문방위는 1시부터 민주당이 점거해서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비정규직법을 논의할)환노위는 열지도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이 제대로 상임위를 통과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면서 직권상정을 요청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어 “노력을 하겠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의장님이 직권상정을 하는 길 외에는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없다”며 재차 직권상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모두발언을 통해 “직권상정은 비정상적인 국회 운영”이라며 “마치 국회에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과 똑같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다수 국민이 언론악법 직권상정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절대 직권상정하면 안 된다”며 “국회의장이 만약 직권상정을 남발하고 의회주의를 무너뜨리고 의회독재의 길을 걷는다면 심각한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것이고, 야당은 좌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여야 대변인들도 한 치의 양보 없는 ‘입씨름’을 펼쳤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친박연대,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5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공동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한나라당이 제시한 미디어법안에 대해 대다수 국민과 언론전문가들이 이를 반대하고 있는 만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미디어법 개정은 사실상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돼 있는 만큼 반드시 국민의 공감대를 이룬 후 여야 합의로 처리돼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미디어법 개정은 언론의 생명인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여론시장지배율, 즉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현안브리핑을 통해 “미디어법의 시한을 못 박은 것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민주당”이라고 반박하며 “100일 동안의 여론 수렴할 수 있는 기간이 주어진다면, 6월에 미디어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시한을 못 박은 것이 누구였는지 민주당은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조 대변인은 “(5당 대변인 성명에서)‘국민의 공감대’를 얘기하는데, 공감대를 가장 빨리 이룰 수 있는 길은 전국에 생중계되는 상임위회의장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길 뿐”이라며 “민주당과 야당은 국민이 지켜볼 카메라가 두려워 지금 상임위회의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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