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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한두명 죽는다면 우린 매일 수십명 숨져”

바그다드 인근 팔루자, 반미저항 날로 격화
“팔루자에 들어가기 전 미군 병사들은 성호를 긋는다고 하더라. ‘살려달라’고 기도하기도 하고...”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약 60㎞ 떨어진 팔루자로 가면서 현지인 운전기사가 농담처럼 말문을 열었다. 날마다이다시피 미군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팔루자는 점령군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 돼 가고 있다.

도대체 팔루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3일 오전 팔루자 시내로 들어서자마자 중무장한 미군들과 맞닥뜨렸다. 다른 곳에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연출되고 있었다. 보통 8명이 한 조를 이뤄 도심 순찰에 나서는 것과 달리, 팔루자에서는 20~30명이 길 양쪽으로 나뉘어 ‘쌍끌이식’ 순찰을 하고 있었다. 긴장된 표정으로 몸을 움츠린 채 소총을 두 팔로 움켜쥔 모습이 시가전이라도 한바탕 벌일 기세였다.

도심을 관통하는 도로를 따라 시내를 한바퀴 돌아봤다. 미군이 자아내는 삼엄한 분위기와는 달리 차량이 붐비는 시내는 겉으로 보기엔 여느 곳과 다름이 없었다. 삶의 활기가 묻어나는 거리는 물건을 싣고 내리는 이들로 바빴고, 바삐 오가는 차들로 도로 곳곳이 막히기도 했다. 활기가 넘쳐 보이는 도시와 게릴라전이라도 치를 듯한 미군 병사의 모습이 드러내는 심한 부조화가 팔루자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미군들은 위험한데 왜 자꾸 돌아다니는지 모르겠다. 어젯밤에도 저 너머에서 미군을 겨냥한 폭탄이 터졌다.”

가구점에서 일하는 아흐메드 알 둘라이미(51)가 지나가는 미군 차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험비차 두 대에 나눠 탄 미군들은 뭔가에 쫓기듯 주택가의 비좁은 골목길을 질주해갔다. 그는 “결혼식을 한 뒤 축하하기 위해 하늘을 향해 총을 쏘면, 미군은 자기들을 공격하는 걸로 알고 무차별 대응 사격을 일삼는다”며 “매일 한두 명씩 미군이 숨진다면, 이라크 사람은 수십에서 수백명은 죽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내에서 만난 주민들에게선 미군 총에 맞아 숨진 주변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적잖게 들을 수 있었다.

"며칠 전 내 친구가 미군의 총에 맞아 숨졌다."

바그다드에서 건설업을 한다는 이브라힘 다리(44)는 "20년 이상된 낡은 차를 끌고 다닌 게 화근이었다"며 "공교롭게도 밤 시간에 미군 검문소 부근에서 엔진이 멈춰, 시동을 다시 걸려는 순간 위협을 느낀 미군이 그대로 총을 쏴버렸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잘못된 시간'에 '재수없는 곳'에 있다가 당한 참극이었다. 그는 "같은 자리에서 얼마 전에도 정지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일가족이 몰살당하기도 했다"며 "미군 사상자에 대해선 얘기할 수 있지만, 이라크인 사상자에 대해선 어디서도 말을 꺼내지 못하는 세상"이라며 하소연했다.

"그들은 우리를 해방시키러 왔다고 했다. 그런데 왜 우리를 죽이는가?"

간이가게를 열고 있는 무크할프 압둘라(48)도 "4주 전에 내 친척이 총에 맞아 죽었다. 미군이 밤에 갑자기 들이닥쳐 테러 용의자를 잡는다며 난리를 치더니, 총을 휘갈겨 애…J은 목숨을 잃었다"며 원통해했다.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의 정도는 온 동네를 떠도는 갖가지 소문에서도 쉽게 드러났다. 한 주민은 "일주일에 팔루자에서 최소한 10명은 죽어 나간다. 지난주에는 미군이 헬기를 동원해 사격을 가해 하루에만 14명이 숨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팔루자 주민이 느끼는 불안감의 크기가 적어도 팔루자로 향하는 미군 병사가 느끼는 위기의식만큼 크다는 점은 분명했다.

취재를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대서소를 운영한다는 모하마드 압둘라가 길을 막고 나섰다. 그는 "친구로서 하는 충고니 새겨 들으라"며 '훈계'를 늘어놨다. "미군의 전철을 밟지 마라. 그들과 같은 처지가 될 것이다. ... 우리는 한국을 좋아한다. 한국과 이라크의 우정을 저버리지 마라. 미군의 범죄를 돕지 마라."

불안한 주민과 겁 먹은 점령군이 위태롭게 만나고 있는 팔루자 거리에서 애…J은 목숨들이 스러지고 있었다. <끝>

팔루자/정인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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