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프리존 (www.freezone2005.com) 펌글/자유지대 씀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단단히 화가 났나 보다. 독일을 방문하고 있는 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김정일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일이다. 노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하기 전에는 김대중의 베를린선언과 같은 ‘노무현판 베를린선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있었다. 물론 청와대 정우성 외교보좌관은 지난 7일 북한과 관련한 별도의 준비는 없다고 부인했었다. 그렇지만 국내 친북좌파들은 은근히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었다. 북한에 줄 베를린선언의 선물내용으로는 ‘남북평화선언’이 거론됐다.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이 김정일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이런 기대나 추측은 빗나갔다. 오히려 김정일을 겨냥, 듣기 거북한 얘기들을 마구 쏟아냈다.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발언 배경을 분석하면서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발언내용이 의외로 강경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북한은) 남북한 비핵화 합의를 했으면 지켜야 하는데 전적으로 무시해 버리고, 미국의 위협이 있다는 이유로 한국은 전혀 무시하고 미국과의 관계에서 (자신들도) 핵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고 언급했다. 노 대통령의 이 발언은 그동안 김정일 정권이 노무현 정권을 무시하고 홀대한 데 대한 섭섭함이 짙게 배어 있다.
노 대통령은 또한 “때로는 남북관계에서도 쓴 소리를 하고 얼굴을 붉힐 때는 붉혀야 한다”면서 “(한쪽이)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대로 한쪽은 끌려가는 상황이 돼서는 건강한 남북관계 발전이 어렵다”고도 했다. 노 대통령의 이 말은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북한에 일방적으로 당해왔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더 이상 과거와 같이 끌려 다니지 않을 것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노 대통령은 이어서 “북한이 협력하고 어떤 대화든 진행하면 한국은 항상 열려 있으며 일체의 조건이 없다”고 덧붙이기는 했다. 퇴로를 열어 둔 셈이다.
노 대통령은 북한이 지원을 요청한 비료 50만t에 대해서도 조건을 내걸어 무조건 지원하지는 않을 뜻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공식 대화창구에 나와서 지원요청을 해야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김일성조문 불허 건과 베트남을 거쳐 탈북자 460명이 남쪽에 들어온 것을 핑계 삼아 대화를 거부해온 것에 대한 압박의 의미로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DJ의 8일 발언이 나온 후 곧바로 나왔다. DJ는 열린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외교는 한-미동맹관계를 굳건히 하고, 한-미-일 공조를 유지하며, 4대국과의 협력을 보완해 가는 3개 틀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운명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말도 했다. 또 다른 의도가 깔려 있지 않다면 DJ의 이번 충고는 상당히 의미 있는 발언으로 평가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지나치게 음모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겠다. 어떻든 그동안 노무현 정권이 보여준 대북 굴종태도를 조금이나마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동안 북한의 ‘깽판’의 정도가 오죽했으면 노무현정권이 저렇게 나올까 싶기도 하다. 또한 거의 3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김정일 정권의 본질을 체험적으로 깨달은 것이 아닌가 한다. 프리존에는 얼마전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에 대해 “미친 놈”이란 표현을 했다는 글이 실렸었다. 기본적으로 노 대통령은 김정일에 대해 아주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북한을 비난함으로써 향후 김정일 정권의 반응이 주목된다. 예상컨대 김정일 정권은 상당히 당혹해 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무리한 요구를 해도 별다른 불만없이 북한 감싸기에만 급급해 오던 노무현 정권이 변심(變心)한 것으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노무현 정권은 한-미관계나 한-일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이를 걱정하는 우익진영을 달래기 위한 꼼수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이번 베를린 발언으로 인해 노무현정권이 북한체제의 속성이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현실적으로 접근해 가는 계기가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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