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의 경선 패배 연설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담담하게 경선결과를 승복하고 이 후보의 승리를 축하해주는 모습에서
나는 진정성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의 말이 귓전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박사모들이 저지른 행패를 보고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명박 후보가 수락연설을 하는 동안에도
이들은 경선무효를 외치면서 전당대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박캠프측 누구도 이를 만류하지 않았다.
박 후보가 슬그머니 빠지면서 이들의 난동을 부추긴 것이다.
그날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은
이상하리만큼 차분했다.
승리한 측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패배한 상대방을 위한 배려가 짙게 깔려 있었다.
지난해 대표경선에서
강재섭 대표가 이재오 최고위원을 누르고 당선되었을 때
박사모는 전당대회장 밖에서 축배를 들면서
그야말로 자기들이 승리를 만들어낸 주역인 것처럼
흥분하고 들떠 있었다.
이재오를 지지했던 나는
그 광경을 눈물을 머금고 지켜봐야 했다.
그때를 회상하며
만약 박후보가 당선되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올림픽 공원이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들은 패배자를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패자를 좀 더 배려해 주면 안되냐고 한다.
이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였지만
아직 한나라당은 여전히 박 의원측이 점령하고 있다.
배려해 줄것이 있어야 배려해줄 것 아닌가?
지금 이재오를 두고 말들이 많다.
이재오는 한나라당의 열세지역인 서울에서
그것도 절대 열세지역인 은평구에서 3선을 하면서
비주류의 대표주자로서 한나라당의 개혁을 주도하였다.
보수 영남의 주류 입장에서 보면 눈에 가시이고
박 후보의 패배의 결정적인 원인이므로 그가 원망스럽겠지만,
박 후보의 측근과 그 추종자들이 언론과 인터넷을 통하여
이재오에 대한 흑색선전과 비방전을 계속하는 한,
박근혜 대통령을 외치고 있는한
진정으로 승복하였다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이재오를 이명박 후보로부터 격리시킨 후
종국에는 이후보를 낙마시키고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오 같은 고집과 리더쉽이 없다면 이 후보는 박 추종자들의 조직적 대응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다.
지난 경선과정에서 보았지 않는가?
저들의 온갖 네거티브에 굴하지 않고 온몸을 던져 막아낸 사람은 이재오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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