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연기에 합의한 것은 북한의 도발 억제, 국내 정치상황, 군사동맹 재조정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작권 전환 연기에는 북한의 증대된 위협에 대해 보다 결속된 대처가 필요하다는 양국 정상의 일치된 안보인식이 반영됐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특수전 전력 증강, 사이버테러, 잠수함 침투 등 비대칭 위협에 한국군이 주도적으로 대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천안함 폭침 사태는 우리의 안보태세에 틈새가 있다면 북한은 언제든지 도발을 자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 연기 합의를 통한 양국의 공고한 동맹관계 과시는 북한에 더 이상의 무력도발을 못 하게 하고, 중국과 러시아에는 ‘미국이 한반도 안보에 관해서는 단호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국내정치 차원에서 전작권 전환 연기 합의는 ‘전작권 전환 및 연합사 해체 반대 1000만 명 서명운동’을 전개해 온 보수층과 전작권 위임은 군사주권과 국가안보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진보층을 아우른다는 함의가 있다. 전작권 전환 합의 자체를 없었던 것으로 하거나 북핵 위협이 소멸될 때까지 전작권 전환을 유보하지 않고, 2015년으로 조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신장된 국력과 격상된 위상을 고려할 때 한국은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고 이끌어 가야 한다. 그러나 재원 확보 미흡 등으로 군의 전력증강 계획이 차질을 빚은 상황에서 무조건 국민적 자존심만을 고집해 전작권을 전환받아서도 안 된다. 그래서 전작권 전환에 요구되는 한국군의 정보·감시 능력, 정밀타격 능력과 전쟁지휘 능력을 구비하고 지상군사령부가 창설되는 2015년을 전작권 전환을 받는 시기로 한·미가 합의한 것이라고 본다.
미국이 전환 시기 연기에 동의한 것은 주한미군 재배치가 2015년 이후에야 가능하며, 이때가 돼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실질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21세기의 새로운 위협인 테러와 중국의 잠재적 군사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해외주둔 미군기지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 이후 한반도 이외 지역의 우발사태에 주한미군을 운용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은 변함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전작권 전환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보수와 진보 세력 간의 갈등과 반목은 이제 국민통합 차원으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을 지양하고 북한 위협의 실체를 인식, 굳건한 안보태세를 확립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안보체제 전반에 대한 정비와 전력증강에 필요한 예산확보에 허점이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전작권 전환과 맞물려 진행될 한미연합사령부 해체의 의미를 새기면서, 미국과의 협력하에 새로운 전작권 전환 일정을 수립하고 이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럴 때 한국은 한반도 평화구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안보강국으로 새롭게 거듭날 것이다.
정경영 가톨릭대 교수 ·안보학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