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언론보도는 2011년 12월 17일 8시30분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악명 높은 독재자 김정일에 대한 보도 내용을 1면에 대서특필하였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 1면에도 김정일 사망 소식과 사후 체제에 대한 관심기사가 주목을 끌었다. ABC 뉴스는 김정일이 심장질환으로 사망 했지만 이미 후계자를 지명해 놨는데 문제는 후계자 김정은이 미스터리한 인물이라 했다. 북한이 핵무장까지 한 세계 4위의 군사 대국인데 이 정체불명의 젊은(27세) 인물이 대권을 맡는다는 것이 리스크란 우려의 지적이다. 그러면 이와 관련하여 몇몇 해외 저명인사들의 다양한 생각을 알아본다.
전 주한 미 대사였던 도날드 드레그는 김정일 사망이 오히려 긍정적인 사태변화요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인데, 김정은이 어릴 때 해외에서 유학한 바 있어 세계 10대 종교로 알려진 김일성 유일사상이란 이데올로기의 세뇌나 인식이 미흡할 수밖에 없어 권력을 승계한다면 외부 세계 즉 미국과의 유대가 개방될 수 있다는 기대를 전제하면서, 30만대나 보급된 북한 주민의 휴대폰에 의한 외풍작용을 강조했다. USC 국제관계연구소 펠로우 교수는 북한에 당장 혼란이 닥치지는 않을 것이며, 김정일의 죽음이 북한 전체의 구조적 붕괴를 의미하는 것 같이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 말아야 하지만, 중국의 대북지원과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 자명함으로,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모방 도입할 개연성의 예상 시나리오를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공화당 하원의원 겸 미 의회안보 위원장은 북한의 지도자가 바뀐다고 새로운 북한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나, 김정은은 아직 군부와 당 및 관료 측의 지지기반이 허약하지만 오히려 혈기 왕성한 나이인 만큼 김정일 보다 더 강한 권력욕으로 악랄하고 악독한 모습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김정은의 리더십을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자기 할아버지를 닮은 공세적인(aggressive) 카리스마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김정일이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아니고 암살/타살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는데 그 출처를 살펴본다. 벤자민 퍼포드 라고 하는 국제 경제 전문 저널리스트가 출처인데, 그는 1997년에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지 일본 특파원을 시작으로 해서 1998년부터 2005년까지는 포보스지 아시아 지역 편집장으로 일한 바 있다. 그의 주장은 토요일 아침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인은 심근경색이 아닌 타살이란 것이다. 일본 자위대 정보부와 아시아 비밀 정보단체에 의하면, 김정일 암살 직후 일본 내에 대북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6명의 CIA 요원들이 잇달아 체포됐는데, 여기에 국제 금융계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로스차일드 가문이 연루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증권시장을 교란하기 위한 사실무근의 루머라고 볼 수도 있고 어느 정도 감춰진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런 내용이 국내외의 증권시장을 다소 요동시킨 바 있지만 그 파장은 미미하였다.
* 김정은도 권력장악 위해 3차 핵실험 감행 가능
20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육군대장)인 김정은이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되어 있는 인민복차림의 아버지 시신을 참배하면서 눈물을 보이는 모습이 방영되었다. 왜 눈물을 보였을까? 김일성의 유훈인 조선완정(朝鮮完征)을 위한 최선책으로 김정일은 핵무장을 진두지휘하여 대미핵외교에 판정승을 거둔 자기 아버지의 못다한 무력통일대업을 핵으로 기어코 대를 이어 성취하려는 결의의 눈물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비록 27세 젊은 후계자이지만, 절대궁극무기체계인 핵에 대한 통제권이 주어지면 핵을 고도화/대형화 시켜 강성대국의 기치를 휘날리겠다는 결의의 눈물 맹세를 한 것은 아니었을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따라 세계 9번째 핵 보유국인 북한의 핵 무기와 관련시설의 지휘통제권 향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번 개최된 국가안보회의가 이 문제를 깊이 논의하지도 않을 정도로 핵문외한(nuke-blind)이라면, 보통문제가 아니다. 만약 핵통제권이 반 김정은 세력이나 군부 과잉충성분자들의 수중에 들어간다면, 김정은의 의사결정과 관계없이 피아공멸의 한민족 재앙을 초래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특히 미국은 현 보유 핵무기 운용을 비롯한 핵 지휘통제권의 향배가 앞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상황에 미칠 중대변수가 된다고 보고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정일 사후 미국의 최대 관심은 북한의 권력붕괴로 핵무기나 핵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태로 변하는 최악의 안보위기 도래를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중대사를 왜 국가안보회의의 주의제로 다뤄져 대처방안이 모색되지 못하고 있는 지 매우 의아스럽다.
북한의 현 보유 핵무기의 제조를 위해 획득한 핵분열성물질의 일부가 소련 해체 당시 불법 유출된 것을 암시장에서 구입했음이 공공연한 비밀로 되어 있음을 전제할 때, 북한이 권력 승계 와중에서 핵 통제 실권자가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여 비밀리에 중동 산유국이나 이슬람계 일부 국제테러조직에게 보유중인 플루토늄을 팔아먹을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북한의 핵 지휘통제권에는 유사시 핵무기의 투발 승인과 명령 하달을 비롯해 무기급 핵물질 관리, 30곳 이상의 핵 관련시설 운용 권한 및 조직관리, 핵실험 승인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 가운데 핵심은 북한이 보유한 핵전력(핵무기와 핵물질)의 군사적 지휘통제권이다. 이는 2∼20발로 추정되는 핵무기와 다량의 무기급 플루토늄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한을 의미한다. 북한은 함북 무수단리 장거리미사일 발사장 인근이나 북·중 접경지역 지하에 핵전력을 은밀히 비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에 의한 군부통제라는 북한의 권력체제에서 핵 지휘통제권은 그동안 당 총비서이자 최고사령관, 국방위원장인 김정일이 독점적으로 장악해 온 것이다. 특히 핵개발과 핵실험은 북한의 체제 존립과 통치이념 공표에 버금가는 최상위 국가정책인 만큼 김 위원장이 최종적이고 고유한 의사결정권자였음은 불문가지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핵 지휘통제권을 안정적으로 승계 받게 될지가 앞으로 북한의 권력구도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김정은 후계구도를 옹위하는 핵심 권력층도 핵개발과 핵무기가 체제 수호의 최후 보루라고 강조하며 김정은의 핵 지휘통제권 승계를 정당화하면서 군부 등의 충성심을 제고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 핵전력을 보유 운용하는 총참모장(이영호)이 이에 적극 호응 순복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은 향후 김정은 후계구도의 공고화를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3차 핵실험 등 핵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시 말하자면, 김정은 후계구도 안정화 과정에서 북한이 내부 결속과 2012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업적 과시를 위해 조만간에 3차 핵실험을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파워엘리트 간 권력암투나 군사정변 등이 벌어져 핵 지휘통제권이 강경군부세력 등에 넘어갈 경우 한반도와 동북아는 예측불허의 위기 사태에 봉착할 것은 물론, 미중간의 동북아 패권대결이 첨예화할 것은 자명하다. 현재 한미 양국은 북한 핵 지휘통제권의 비상사태에 대비해 작전계획(OPLAN) 5029를 수립해 대비하고 있는데, 이는 김정일 신변 이상이나 군부 쿠데타로 북한 내 위기사태가 발생할 경우 북한 전역에 배치 저장된 핵무기와 핵물질, 생화학무기 등을 ‘미군 주도-한국군 지원’ 형태로 확보하고 처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포스트 김정일’ 시대에 북의 핵 통제권이 붕괴돼 핵 확산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경계하고 있으며, 그 동안 지지부진해 온 6자회담도 그 목적은 바로 핵확산방지란 미국의 핵전략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선호 박사(행정학 박사, 해병대 대령예편, 베트남전쟁참전, 국방대학원교수 역임, 한국시사문제연구소장. 저서 / 조 * 일7년전쟁, 한국전쟁 그리고 베트남전쟁 외 2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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