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자유게시판 > 황우석 사건 관련: 서울대학병원 레지던트가 쓴 글.........

PD수첩 1탄 보도 이후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 답답해서, 토론싸이트에도 글을 올려보고
만나는 가족들, 의사들도 붙잡고 얘기했지만 사실 얘기를 들으려고 하지도 않더군요.
(미국 CIA의 음모, 유태계 새튼의 음모, 음모, 음모...
객관적인 난자매매, 연구원 난자 제공의 내용을 보도하고, 논문의 검증을 요구하는 깔끔한 PD수첩은 안 믿으면서
그 수많은 음모론은 모두 '사실'이라고 믿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이제 한 명 한 명 붙잡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 5분만 이야기 하니까 그냥 가벼운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그럼, 황우석 박사 논문 검증하면 되겠네.. 그런데 왜 안한데?"
그렇죠. 이 반응이죠....

1. 난자 매매와 연구원 난자 기증의 문제점

의과대학 학생 때 시험관 아기 시술을 위한 난자 과배란과 난자 채취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이곳에 계신 분들은 다 공부하셔서 아시겠지만, 사실 간호사를 한 제 동생이나, 저희과 1년차 선생님마저 정확히는 모르더군요.

난소를 많이 배란시키기 위해 과배란 촉진제(호르몬제)를 10여일간 매일 주사로 맞는 것은 아실 겁니다.
이렇게 과배란 시키면 난소에 배란시 하나 생기는 작은 물혹이 여러개 생기고 그 속에 하나씩 배란된 난 자가 들어있게 됩니다.
이 때 꽤 많은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호르몬으로 인한 우울, 불안, 신체 변화는 매우 흔하고
난소 과자극 증후군으로 난소가 수많은 물혹 덩어리로 커지고 복수가 차는 부작용까지 발생하게 됩니다.
(실제 인턴하면서 산과에 이 때문에 입원해서 배에 호스 꼽고 물 뽑고, 폐에 물차오르고 난소 절제하는 환자들 보았습니다)

큰 부작용없이 난소 과배란에 성공하면 질을 통해 초음파를 보면서 배란된 난자를 확인한 후
역시 질을 통해 굵고 긴 바늘로 질벽을 뚫고 난소를 찔러 하나씩 배란된 난자를 채취합니다.
국소마취를 하지만, 통증도 있고, 감염, 출혈의 위험도 있으며 심하면 불임의 위험도 있습니다.

전 정말 그광경을 보면서
'내가 아무리 불임이라도 이 치료는 받고 싶지 않다. 입양할꺼다'라는 생각까지 했답니다. -_-;;

이렇게 위험하고 힘든 과정이기에 더욱 금전적 보상이나, 연구원으로 내외적 압박 혹은 이득을 위한 난자 공여를 막고 있는 것입니다.
연구 참여자(자원자)에게 부작용과 연구 취지 등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하는 informed consent와
실험 참가 중 언제든지 (예를 들면 과배란 주사를 맞다가 힘들 때) 그만둘 수 있는 자유가
난자 판매자나 연구원에게는 주어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전 정말 PD수첩의 보도를 보고,
우리나라 생명윤리계가 작은 소리로 얘기했지만 제대로 듣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사실 황우석 박사 영웅화 속에 매장될까 두려워 제대로 얘기하지도 못하는 가운데
PD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런 작은 윤리적 문제'로 발목 잡는다는 사람들과 정말 열심히 싸웠죠.

그러다가 '황우석 연구팀 논문의 진실성 의혹'이라는 더 큰 대박 주제가 터진겁니다.

2. 줄기세포의 검증 : DNA finger-printing

PD수첩이 의혹을 제기했고 요청했던 것은 환자 혹은 일반인 11명의 체세포를 가지고 만들었다는 줄기세포 주 11개가
정말 제공된 체세포 핵치환 기술로 만든 건지 확인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PD수첩측의 자료에 의하면 연구원이 2개의 줄기세포주 사진을 10개로 늘리라는 연구팀의 명령에 따라 사 진을 포샵으로 조정하여 '조작'했다는 증언을 받아냈다는 것입니다.

--- 여기서 연구원 등 취재원에 대한 강압, 협박이 있었다죠.
그렇기 때문에 원래의 체세포와 만든 줄기세포주를 가지고
친자확인을 하듯 DNA가 동일한지 확인하자.
공신력있는 제3의 DNA 검증 기관에서 하자는 겁니다.

황우석 박사 측에서 첫번째 DNA 확인 검사 결과가 이상한 것은 배양액이 이상하다, 포르말린 때문이다... 등등 말하고 있는데
DNA는 검사는 정말 죽은 시체를 가지고도 합니다.
완전히 불타지 않았으면 불탄 시체도 가능합니다.

줄기세포는 배양하면 DNA가 변형된다는 얘기도 들려오는데(이거 황우석 박사팀에서 한 얘기 맞나요?)
이거 사실이면 정말 큰일입니다.
줄기세포 환자 맞춤형으로 만들어서 그걸 가지고 치료 기술을 연구하겠다는 건데
이건 DNA가 유지도 안되면 무슨 의미? 암덩어리가 되었다는 건데...

DNA finger-printing이라는 건,

학생 시절 유전학의 맛을 본 정도의 수준으로 설명하면
DNA에서 수백개의 중요한 부위가 있는데 그 부위에 달라붙는 형광의(?) 표지자(marker)를 담은 시액으로 세포를 처리한 후에
PCR이라는 DNA 증폭 방법으로 DNA를 마구 복제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붙어있는 표지자도 마구 늘어나서 형광색이 잘 보이게 되겠죠?

그리고 나서 형광색을 분석해서 그 중요한 부위들의 위치를 확인하면
지문과 같이 동일인의 DNA는 같은 위치에서 형광색이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동료들 중, "아니 몇년 걸려 성공한 실험을 어떻게 검증해?"라고 하는 사람에게
"그게 아니라, DNA finger-printing으로 제공된 체세포와 줄기세포가 같은지 확인하자는 거에요"라고 얘 기해주면
"아~ 그거였어? 그럼 다르지"라는 반응 바로 나옵니다.
정말 하루 겨우 걸리는 간단한 실험 방법입니다.

이걸 황우석 박사님은 거부하시고 우리 병원 일반병동에 수염도 안 깎은 채 누워계시는 거죠.
그리고 bric의 논문 데이터 분석 보고서 설명을 해주면
정말 "왜 황박사는 논문 검증 안하고 누워있냐"는 질문이 따르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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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배 중 하나는

'약간의 문제점이 있다고 해도 황우석이 가능성이 있다면 그냥 덮어주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는데
"이 약간(???)의 문제점을 덮는다고 해도 덮이는 것 아니며,
빨리 우리 학교에서 검증하지 않으면 정말 대망신이다"는 말을 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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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PD수첩 화이팅!입니다.
과학자들도 쉬쉬하며 두려워하던 걸
용감히 나섰습니다. (그래도 이정도의 광풍일꺼라고 예상은 못하셨겠지요. 설마..)

진실이 빨리 밝혀졌으면 좋겠습니다.
황우석 연구팀이 '새로운 논문으로 검증을 대신하겠다'는 말대신
당당히 증거를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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