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와 관련해 국내 민간운동 단체와 일본 정부가 노 대통령 발언의 진의 파악과 한국 정부의 후속 대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 일제 강점기에 행해진 일본의 과오에 대하여 노 대통령은 과거사 진상 규명 후 일본의 사과와 반성, 그리고 배상할 것이 있으면 배상해야 화해가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매우 원론적이지만 최근 일본의 한 현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독도(다케시마)의 날' 제정 문제와 관련해 분개하고 있는 국민 감정을 고려할 때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화해의 전제는 가해자의 반성과 사과, 배상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당위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의 이번 기념사 발언은 유감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그 지목 대상이 줄곧 일본에 국한된 편향적 시각 때문이다.
불과 55년 전 우리나라는 북한과 중공의 불법 침략으로 인하여 수백만명의 국군과 민간인이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되는 끔찍한 피해를 입었다. 또 6.25 동란에 참전한 유엔군은 세계 평화 사수라는 명분 하에 만리타향 이국 땅에서 숨져 갔다.
그럼에도 김대중 정부 이래 우리 정부는 대북 관계에서만큼은 굴욕에 가까운 저자세 외교로 일관하며 퍼주기식 햇볕정책을 견지해 왔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민들은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진의를 의심하며 순수한 메시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친일과거사 진상규명 문제 및 북핵 6자회담 문제와 관련하여 야당과 일본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압박하려는 정치적 복선이 깔린 것으로 해석하는 국민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국제 관계는 호혜평등과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 풀어나가야 하는 관계다. 이는 북한에 대해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대북 관계나 대중 관계에서도 먼저 그들의 과거 침략 전쟁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촉구하고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노 대통령이 천명하는 화해의 해법도 비로소 민족 간에 적용이 가능하다. 다가오는 6.25 관련 행사에서도 노 대통령이 그들에게 똑같은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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