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조갑제에게 고함. 사꾸라 보수도 보수인가.
이영민 자유언론수호국민포럼 간사
필자는 지난 2004년 총선 때 당시 대구 수성갑에서 출마한 조순형 민주당 대표의 선거운동을 한 일이 있었다. 당시 필자는 근 20일 동안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14~15시간을 그의 비서관, 운전기사, 아들과 함께 그를 따라 다녔다. 필자는 원래 조 전대표와 전혀 모르는 사이였지만 선거운동을 하면서 가까이서 지켜본 그의 인품에 큰 감동을 받았었다. 선거결과는 참패했지만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 그는 조금도 실망하지 않았고 담담한 표정으로 고속열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그런데 선거후 피로에 지친 필자는 3일을 꼬박 잠만 잤다. 이상하게도 그 때는 아무리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것이었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중에는낙선후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로 탈진해서 한 달 가까이 드러눕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모르긴 해도 이재오 후보도 비슷한 경우에 처하였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선거기간중 타 후보들로부터 집중적인 공세에 시달렸고 최소한 겉으로는 중립을 지킬줄 알았던 박근혜 전대표마저 전당대회장에서 누가 봐도 표가 날 정도로 노골적으로 그를 물먹였다. 특히 한나라당의 당원도 아닌 조갑제 ･ 서정갑 등 일부 세력은 연일 신문광고를 내며 그를 때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는 남의 집안문제인 대표경선에 제3자가 끼어들어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으로 명백히 부당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서 선거가 끝났는데도 조갑제씨는 연일 이재오 후보를 비난하고 있다.
이런 저런 상황들을 고려해본다면 이번 한나라당 대표경선은 역대 어느 때보다 과열되고 혼탁한 분위기에서 치루어졌다. 이런 사정을 감안한다면 성인군자가 아닌 다음에야 이재오 후보가 쉽게 당사에 나갈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또 그가 당장 당사에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한나라당이 당무가 마비되거나 할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북괴의 미사일이 동해 상공을 뻥뻥 날아다녀도 친북 정권과 한 통속이 되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무사태평인 당이 아닌가.
오히려 선제공격론을 주장한 일본에 대해 노무현과 똑같이 비판의 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이런 짓을 볼 때마다 한나라당이 여당인지 야당인지 정말 헷갈릴 때가 많다. 이번 미사일 사태에 대해서도 명색이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은 그 흔한 관련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안조차 내지 않았다. 자신들도 안보불감증이 극에 달해 있으면서 그래놓고 무슨 색깔 타령인가.
조갑제씨는 또 1970년 신민당 전당대회 당시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김대중에게 패배한 김영삼이 깨끗이 승복한 예를 들며 이재오 후보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는데 그 당시 김영삼이 그럴수 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당수인 유진산이 철저히 중립을 지켰기 때문이다. 심판이 공정한 룰에 따르지 않고 편파판정을 했을 때 선수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한국이 스위스에게 패배했을 때 조갑제씨는 쉽게 승복할 마음이 들었는지 반문하고 싶다.
조갑제씨는 또 이재오 후보의 “공작정치”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박근혜씨가 돈을 뿌렸나, 도청을 했나, 협박을 했나, 정권에 붙었나”하며 광분하고 있는데 지금은 그런 식으로만 정치공작을 하던 60~70년대가 아니다. 정치공작은 안기부에서만 하라는 법이라도 있는가.
그렇다면 조갑제씨는 지난 90년 당시 민자당에서 내각제 각서 유출 파동 당시 YS 장학생으로 있으면서 김영삼 측의 공작정치 주장에 강력하게 동조했던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당시 민자당 사무총장 박준병은 김영삼이 내각제 약속을 깨려고 하자 그가 직접 자필로 쓴 내각제 각서를 공개하였고 이에 정치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한 김영삼은 언론계에 포진한 YS 장학생들을 총동원하여 노태우 측을 맹공하여 위기를 넘겼는데 이 때 그 선봉장으로 나섰던 인물이 바로 조갑제가 아니었던가. 김영삼이 순전히 대권을 잡기 위해 노태우에게 들어붙어 추잡한 거래를 해놓고 나중에 자기가 먼저 그 약속을 깨려고 하자 상대방이 각서를 공개한 것인데 그런 것도 정치공작이라 할 수 있는 것인가. 사실 조갑제만큼 김영삼에 밀착한 언론인도 없었으므로 그런 그에게 기자로서의 순수함이나 정의감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것이다.
그동안 그렇게 박근혜씨를 맹공격해놓고 심지어 서울시장 출마까지 권유해놓고(대권을 포기하라는 뜻)지금에 와서 무슨 염치로 박씨를 두둔하고 나온단 말인가. 이는 전형적인 곡필아세라 할 수 있다. 이것은 그와 가까운 서모씨나 언론인도 아니면서 무슨 언론인협회인가 하는 정체불명의 언론인단체 회장을 자처하면서 손학규를 극찬했던 양모씨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그동안 입으로는 범우파단결을 주장하면서도 스스로는 분열을 일삼는 행위를 자초했었다. 그동안 필자의 눈에 비친 그들은 어떻게 하면 우파의 단결을 깨뜨릴 수 있을까 하는 궁리만 하는 사람들 같았다. 우선 서모씨부터가 공금횡령시비로 임모 변호사와 장기간 싸움을 계속하더니 급기야 적대 언론이라 할 수 있는 ‘한겨레21’과 인터뷰를 하기까지 하였다.
같은 우파라고 해도 서로 의견과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으므로 내부에서 진통이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우리끼리는 해도 되는 일이 있고 해서는 안되는 일이 있다.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의 적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스스로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한겨레 21’은 보수진영의 내분에 대해 기다렸다는 듯 대서특필하여 모든 보수세력들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안겼다.
조갑제씨 또한 지난 대선에서 결정적 시기에 이회창 후보를 공격하여 그에게 치명타를 날리더니 그 후 전자개표기 부정시비가 일자 노무현의 대변인이라도 된 듯 공공연하게 부정이 없었다고 주장하여 노무현의 정통성을 사수하려 하였다. 이미 필리핀 대법원에서조차 부정의 소지가 있다며 사용금지판결을 내려 전자개표기의 문제점이 국제적으로 알려진 마당에 친노세력도 아닌 그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상당한 의혹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그가 양식있는 보수언론인이라면 아무리 그러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도 최소한 법적으로 명백한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그것에 대한 의사표시를 유보했어야 했다.
그래놓고 지금 그들은 또다시 이재오 후보의 정체성을 거론해가며 한나라당의 내분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대해 필자는 이 후보의 남민전 사건 당시 혐의에 대해 자세히 거론하여 독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구한 바 있다.
지금 한나라당에 필요한 것은 이미 30년 전에 지나간 사건을 들추어내어 불필요한 사상논쟁을 재개하는 것보다 선명성과 도덕성을 확보하고 야당으로서 할 일을 꼭 하는 것이다. 사꾸라 보수는 보수가 아니다. 이번 대표경선에서 유일한 원외후보로서 열세로 판단되던 강창희 후보가 예상을 깨고 선전하여 3위로 당선된 것과 소장파의 대표로 출마한 후보가 낙선한 것을 보면 정치인에게 있어 도덕성이 얼마나 큰 무기인지 증명이 된 것이다.
또 그런 점에서 보면 이재오 후보가 “현재 한나라당이 갖고 있는 정체성으로는 집권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는 말에 대해 낙선한 사람이 무슨 말을 못할까 하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것이 단순한 기우는 아닐 것이다.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무엇보다 능력있는 인물을 당 대표와 대통령 후보로 뽑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전당대회 결과는 이와는 분명 거리가 있다.
강재섭 신임 당대표는 그동안의 행적을 통해 볼 때 그의 도덕성과 능력은 이미 검증이 끝난 인물이다. 그는 항상 기회주의자였으며 출세를 위해서라면 배신을 서슴지 않았다. 자신은 ‘변신’이라고 주장하지만 누가 봐도 그것은 ‘배신’이었다. 필자가 알기로는 과거 민정당 시절 노태우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박 모 의원은 자신의 위치에 대해 조금 ‘오바’하는 측면은 있었어도 강 의원에게는 매우 잘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박 의원을 강 의원은 헌신짝버리듯 버리고 뛰쳐나가 YS에게 붙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박 의원은 서울 구치소에 있었고 강 의원은 그 서울 구치소를 관할하는 법무부를 감독하는 국회 법사위원장이 되었다. 그 후 박 의원이 다시 국회로 복귀한 후 그에게 공개적으로 “배신자”라고 말했지만 강 의원은 이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 지금 박근혜 전대표가 강재섭 대표를 자신의 대리인으로 밀었다고 하지만 배신을 밥먹듯한 사람이 한 번 더 배신하지 않는다는 법이 있는가. 그리고 강 대표는 경선도중 자신이 박 전대표의 대리인이라 주장해놓고 대표 당선후에는 “(대권후보 경선에 대해) 공정한 경선을 하겠다”고 했다. 이것도 논리적으로 따진다면 앞뒤가 안맞지 않는가. 자신이 박 전대표의 대리인이라면 “박 전대표를 당선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야 하지 않는가.
강 대표는 또 원내대표 시절에도 그전의 원내대표들이나 총무들에 비해서 너무 무능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지금 여야간에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사학법 개정문제와 GP 총기난사사건당시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안이 부결된 일이다. 그리고 여당의 신문법과 언론중재법, 빚을 내서 북한을 돕는 것이 목적인 국채발행동의안, 행정복합수도법 표결과 중과세 정책 등이 모두 그가 원내대표로 있을 때 국회를 통과하였다. 물론 여기에는 박근혜 당시 당 대표의 책임도 크지만 원내전략을 지휘하는 그의 책임도 큰 것이다. 특히 사학법 개정과정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그가 여당의 사꾸라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들기도 했다. 이런 점들은 그전의 김덕룡 원내대표나 그 후의 이재오 원내대표에 비해 그의 선명성과 입지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사람은 학벌도 중요하지만 능력도 중요한 것이다. 아무리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고 하더라도 능력이 부족하면 중앙대학 나온 사람 밑에서 일하지 말란 법은 없다. 그것이 공평한 사회이다. 조갑제씨도 그렇게 학벌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박근혜 전대표도 지식수준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서 그렇게 좋은 대학을 들어갔는지 의문이다.
또 학력 못지않게 책을 많이 읽어서 폭넓은 지식과 교양을 쌓는 것도 중요한데 박 전대표는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한 언론인은 그에 대해 “어법이 맞지 않는 말을 자주 쓴다”면서 “학창시절 국어공부를 별로 열심히 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국어공부 뿐만 아니라 다른 공부하고도 담을 쌓고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는 필자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박 전대표가 전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 기자들이 독도문제에 대한 질문을 하자 “독도는 한국 땅이다. 일본이 이를 인정하기만 하면 된다”고 너무도 짤막하게 답변하여 일본 기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던 것에서도 증명이 된다.
그리고 박 전대표는 그동안 언론 특히 TV 방송과는 별로 깊이 있는 접촉을 하지 않았다. 대표시절 토론은 고사하고 그 흔한 대담프로에도 제대로 한 번 나가지 않았다. TV로 중계되는 기자회견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마 일부러 그런 것 같은데 그래놓고 대선 때 가장 큰 관문이 될 TV 토론을 어떻게 통과하겠단 말인가. TV 토론에서는 외모와 지식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말솜씨이다.
대한민국 정치인들중 최고 엘리트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회창 전총재도 TV 토론에서 鶴(학)같은 자태를 풍겼지만 홍콩 범죄영화에 나오는 엑스트라같이 생긴 노무현에게 순전히 말솜씨에서 밀리는 바람에 패배했다.
거기다가 좌익들의 공작으로 뚱딴지같이 ‘빅3’도 아닌 권영길까지 토론에 가세해서 이 전총재를 공격했다. 이것은 정말 전혀 얼토당토않은 터무니없는 일이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당시 한나라당의 김 모 홍보위원장(부산출신)은 이를 막지 않았다. 이 때 권영길에게 도움을 받은 노무현은 정당투표제를 도입할 것을 약속했고 그 결과 17대 총선에서 불과 지역구 의석이 2석이면서도 비례대표 의석 8석을 가진 기형괴물 정당 민노당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설사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후보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 짧은 말솜씨로 이런 정치공작까지 가세하는 험난한 과정인 TV 토론을 극복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조갑제씨는 또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가리켜 확실히 反北親韓(반북친한)으로 돌아섰다고 주장하고 보수층은 전향한 좌파에게 돌을 던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 김문수가 탈북자 구제운동을 한다면서 중국을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고 그러는가 본데 그래서 필자는 당신의 사고방식이 아주 단순하다고 본다. 그가 탈북자를 돕는다고 배일도를 데리고 중국을 왔다갔다 하면서 거기서 실제로 무슨 일을 했는지 당신이 본 것도 아니지 않은가.
소설가 이문열은 언젠가 그의 글에서 자기는 무슨 이유를 갖다 대더라도 갑작스런 전향자를 절대 믿지 않는다고 했다. 뿌리가 깊은 사상을 가진 사람일수록 절대로 갑작스럽게 전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는 열렬한 NL파이던 김문수가 왜 갑자기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납득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그에 관한 기사를 열심히 읽어보았지만 한 번도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7대 총선당시 공천작업을 총지휘하면서 노무현 탄핵을 주도했던 최병렬 대표와 중진의원들을 몰아내고 정체불명의 인사들을 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대거 영입하여 한나라당의 색깔을 분홍색으로 만든 사람이 누구였던가. 그는 당시 작심한 듯 말끝마다 개혁을 내걸고 한나라당의 보수성을 아예 깡그리 없애버리려고 하였다. 그는 YS 재임시 15대 총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에 영입된 후 민중당 시절 간첩 김낙중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당시 안기부는 여당 후보였던 그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았다.
대선을 앞둔 지금 한나라당에 중요한 것은 과거의 좌익경력만을 따져가며 싸우는 것이 아니라 좌우를 떠나서 제5열이나 프락치로 의심되는 인물들을 가차없이 제거하고 경쟁력있는 대선후보를 뽑아서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일이다. 특히 새로 출범한 지도부의 면면을 봤을 때 과거의 허약한 노선을 보여준 당 대표나 “룸살롱에 가지 않겠다”는 것이 좌우명이라던 신임 원내대표에게서 그런 점들이 얼마나 잘 구현될 지는 미지수이며 그런 의미에서 이재오 전원내대표가 그동안의 대여투쟁과정에서 보여준 선명성으로 모처럼 당의 야당성을 회복시킨 것만큼은 높이 평가해야 하는데 조갑제씨는 왜 자꾸 엉뚱한 일로 이 전대표에게 시비를 걸어가며 한나라당을 분열시키려 하는지 그 의도를 알 수가 없다.
2006-07-14 15:5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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