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 정약용이 본 여러 고을의 지리(펌)
아래 글은 정약용이 택리지에 남긴 발문(跋文) 내용이다.
발문이란 책끝에 본문(本文)의 내용의 대강이나 간행의 경위 ·날짜 ·저자 기타 관계되는 사항을 간략하게 적은 글을 말한다.
택리지 발문은 이중환과 정약용의 글을 포함하여 총 5개의 발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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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문(跋文)
이 택리지 한권은 故 正字 이중환이 지은 것으로 나라 안 사대부들의 장원의 아름다운 곳과 나쁜 곳을 논한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를 내가 논한다면, 물과 불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는 것이 마땅하다. 다음은 오곡이고, 그 다음은 풍속이며, 또 다음은 산천 경치가 좋아야 한다.
물길과 나뭇길이 멀면 사람의 힘이 매우 허비되고, 오곡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흉년을 자주 만나게 된다. 풍속이 文만 숭상하면 말썽이 많고, 武만 숭상하면 싸움질이 많게되며, 商利만 숭상하면 백성들이 간사하여진다. 경박한 무리가 농사만을 애써 지으면 고루하면서 독살스러워지고, 산천이 탁하고 나쁘면 뛰어난 인물이 적고 심지도 깨끗해지지 못하는데, 이것이 그 대개이다.
나라 안 장원 중에 아름답기로는 영남이 제일이다. 까닭에 사대부로서 수백 년 동안 때를 만나지 못했어도 그 존귀함과 부유함이 줄지 않았다. 그 집들이 각자 한 분, 훌륭한 조상을 모시고 한 장원을 점유하여 일가끼리 흩어지지 않았으므로 집을 공고하게 유지하여 뿌리가 뽑히지 않았다.
예를들면 이씨는 퇴계를 모시고 도산을 점유하였고, 유씨는 서애를 모시고 하회를 점유하였으며, 김씨는 학봉을 모시고 내앞을 점유하였고, 권씨는 충재를 모시고 닭실을 점유하였으며, 김씨는 학사를 모시고 오미곡을 점유하였고, 김씨는 백암을 모시고 학정을점유 하였으며, 이씨는 존재를 모시고 갈산을 점유하였으며, 이씨는 대산을 모시고 소호리를 점유 였으며, 이씨는 석전을 모시고 돌밭을 점유하였고, 이씨는 회재를 모시고 옥산을 점유하였으며, 적파는 양자골을, 장씨는 여헌을 모시고 옥산을 점유하였고, 정씨는 우복을 모시고 우산을 점유하였으며, 최씨는 인재를 모시고 해평을 점유하였다. 이런 류는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그 다음은 호서가 좋다.
까닭에 회천에 송씨, 이잠에 윤씨, 연산에 김씨, 서산에 김씨, 탄방에 권씨, 부여에 정씨, 면천에 이씨, 온양에 이씨 같은 류는 모두 뿌리가 얽히고 박혀서 세상에 알려졌다.
호남 풍속은 호협 하기만 하고 질박한 기질이 적다.
까닭에 오직 고씨 제봉의 자손, 기씨 고봉의 자손, 윤씨 고산의 자손등 서너 집 외에는 크게 나타난 자가 없다.
열수 이상으로는 오직 여주 백애촌과 충주 목계만을 좋다고 말하나, 북한강 연변의 춘천 천포와 양근 미원촌 같은 곳이 더 훌륭하다.
나는 소천 촌서(현 양주군 와부면)에 살고 있으나 물은 활 두어 바탕 되는 곳에서 길어 오고, 화목은 10리 밖에서 가져온다. 오곡은 심는 것도 없고, 풍속이 商利만 숭상하니 대체로 낙토는 못 되며, 가취할 점은 오직 강산이 아주 훌륭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대부로서 터를 차지하여 후세에까지 전하는 것은 상고시대 제후에게 나라가 있는 것과 같은데, 이리저리 옮겨 살다가 능히 크게 떨치지 못하면 나라를 잃어 버린 자와 같게 된다. 그러므로 내가 이모저모를 돌아보고 머뭇거리면서 능히 이 소천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열수 정약용 미용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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