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보수우익 분열 파괴지령
北 통일전선전략과 우파 분열
북한 정권이 생긴 이래 남한의 대통령 선거에 이처럼 노골적이고 공개리에 공작적인 개입을 한 것은 아마 이번 선거가 처음일 것이다. 연초 신년사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전쟁난다”면서 남한의 모든 친북세력과 조직들에게 ‘반보수 대연합’전선을 구축할 것을 지령하더니 최근에는 온갖 악담을 퍼붓고 있다. 10·4 남북 정상회담 선언에 상호 내정간섭을 하지 말자고 해놓고도 지난달 11일 조선중앙통신에
서는 한나라당을 ‘반통일 반민족 세력’으로 매도하고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집권 기도를 짓부셔 버려야 한다”고 했다.
북한 지도부는 탈냉전시대에 6·25 같은 전면전의 시도는 자살행위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통일을 명분 삼아 간접침략으로 전략노선을 수정했으며, 그것이 바로 남한의 민·군·관 관계와 여·야, 한미 관계 이간을 노리는 통일전선전략이다. 그렇게 하는 데에 6·15공동선언은 그들에게 명분과 실리 모두를 안겨준 획기적 이정표가 되었다.
이 선언이 ‘우리 민족끼리’의 자주를 내세워 외세 미국을 배제하고 ‘민족공조’를 천명했을 뿐만 아니라, 통일도 이 원칙 하에 북의 높은 단계 연방제안을 지향한 ‘낮은 단계 연방제’를 강구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내부 보·혁 간에 극심한 사상전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 10·4선언은 또다시 이 점을 강조함으로써 이제 우파의 정권 탈환 저지는 남측의 좌파정권과 북 지도부 간의 묵시적 합의 아닌 일종의 ‘통일전선’이 돼 버린 느낌이다. 사실 이번 정상회담이 순전히 대선정국용으로 급조한 ‘남북 정치협상’의 성
격이었다는 점은 국민 대다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통일의 꿈도 좋고 평화의 명분도 좋지만, 그 합의문 실천에는 전적으로 국민적 여망을 반영한 새로운 우파정부가 건국이념과 헌법정신에 충실한 내실을 기해 주길 바라고 있다. 지금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선후보가 압도적 지지를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회창씨는 한나라당의 ‘기회주의적인 대북정책’을 출마의 변으로 삼고 있지만, 막상 그의 출마가 북한의 통일전선전략식 대선공작에 본의 아니게 ‘기회’를 제공하는 위험천만한 ‘기회주의적 처신’임을 모르고 있다. 즉 좌파정권 종식에 나선 이씨가 결국 그것의 연장을 도와준다는 역설이 되고 만 것이다.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을 대변할 생각은 없지만 야당은 치열한 경선과정을 통해 이미 국민적 정책 검증을 받았으며, 지난 10년간의 일방적인 대북 지원과 후원을 해온 햇볕정책 대신 보다 현실적인 실용적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래서 이제 북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하지 않으면 무조건 포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심지어 지금 북 지도부 내에서 이명박 후보가 집권할 경우에도 적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따라서 다음 정권은 무엇이 국익이고 또 그것을 실행하는 정책 우선순위와 방법이 어떻게 효율적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안으로는 철저히 국민적 합의를 구하고 밖으로는 한미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하여 내실을 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러
한 뜻에서 이회창씨의 한나라당 대북정책 비판은 기우에 불과하며, 공연히 북측의 대남 ‘분열책동’의 호재로 이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지금 북한은 핵 게임 성패에 따라 체제가 급변할 가능성이 있고, 우리는 대선 결과에 따라 정체가 격변할지도 모른다. 남과 북이 공히 역사적 기로에 서 있다는 뜻이다. 이럴수록 우리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겸허한 자세로 위기관리에 임해야 한다. 우파의 자멸적 분열을 보자니 ‘바보(stupid), 문제는 권력 향배(power)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명운(future)이다’는 탄식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s)
남주홍 경기대교수·국제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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