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이 처음 집권할 때 “이념의 시대는 갔다”고 했을 때 우파들은 크나큰 회의를 느꼈지만, 그래도 좌파들이 그를 미워하였기에 그나마 우파 편으로 받아들이면서 행여나 이념대립구도를 초월할 무슨 ‘용한 대책’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중도실용”을 기치로 내걸면서 “민생경제”에 주력할 것처럼 떠들던 그의 인사를 보면 ‘안보’, ‘이념’, ‘군사’부문은 철저히 소외시켰는데, 그 때도 우파는 이명박이 ‘안보’, ‘이념’, ‘군사’를 뒷받침할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우회적 표현으로 보고 그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그 중도실용 가지고 꾸린다는 “민생경제”란 게, 알고 보니 “웰빙족 서민 티내기”였다.

서민들이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억지로 대단한 발견을 한 것인 양 요긴한 거라며 고집피우는 것들 말이다.

그 예를 몇 가지 거론하면 당장 ‘아하!’하며 느낄 것이다.

첫째, “운전면허 실기시험 간소화”다.

실기시험 합격자들조차 스스로의 운전실력을 불신하는 실태를 보면 말 다한 거다.

아예 운전면허가 아니라 “살인면허”로 통용될 지경이다.

“안전”이 민생의 첫 번째 모토 아닌가! 안전을 도외시하면서까지 인기영합하고 싶은가?

무슨 사고가 나면 반드시 뒤집힐 정책 같아 아예 거론하기가 싫다.

둘째, “도로명 새주소”다.

큰 도로나 차도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맹지(盲地 : 길과 접하지 않은 땅)에 있는 집은 오히려 더 헷갈린다.

지역사회가 다른 사람에겐 아무 필요도 없는 주소이며, 동서남북이 명확하지 않은 구획 때문에 오히려 길 찾는 게 더 어렵고, 이미 뇌리에 기억된 지리지식을 삭제하고 새로운 것을 익히는 데 따른 혼선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당장 올 7월 말부터 시행한다는 데, 주민등록은 어떻게 될 것이며, 동사무소는 어떻게 될 것이며, 등기부 수정은 어떻게 될 것인지 몰라도, 모텔을 이용할 일 없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겐 여간 큰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셋째, 비처방약의 “약국외 판매 허용 실패”다.

그 좋은 것은 왜 실패 하냐? 보건복지부나 식약청 공무원들이 약사 출신이라서 그렇다고?

그럼 약사자격이 없는 약대출신 사람으로 해당 공무원 채용하면 될 것 아닌가. 그런 건 생각 못해보나?

안 그래도 김대중의 의약분업 때문에 집에 하인 없는 중상 입은 독신자는 눈앞이 막막한데, 그나마 처방전이 필요 없는 가벼운 상비약 구입조차 불편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무슨 민생이란 말인가.

약사들이 비아그라, 제니칼 가지고 장난치는데, 아예 그 뿌리인 의약분업 폐지가 대안임에도 아직도 김대중이 설정한 의약분업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노는 게 안쓰럽다.

그외 “교통신호 색깔 바꾸기”로 사람들을 혼란에 몰아넣은 것도 그렇지만, 좌측통행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아직도 몸에 배지 않는 “우측통행”을 왜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김영삼 때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이름 바꾼 것 빼고는 멀쩡한 것 바꾸어서 옳게 마무리 되는 것 못 봤다.

민생을 강조하는 것은 ‘안보’, ‘이념’, ‘군사’를 회피하고픈 병역면제자들의 정서 때문인지도 모른다.

‘안보’, ‘이념’, ‘군사’가 아닌 분야에서 뭔가 대단한 호들갑을 떨어서 바람을 잡아야 되겠는데, 겨우 처음 꺼낸 한반도 대운하가 4대강 사업으로 쪼그라들더니, 세종시 수정안도 헛방 나고 급기야 다급하게 “민생” 가지고 점수 따려는 것마다 헛발길질이다.

모두 집권 초에 요사스럽게 “오렌지” 발음을 해괴하고 고쳐야 한다며 방정 떨 때 그 싹수가 있었던 것일까?

우파들이 집권초기에 그렇게 경고하며 다그치던 방송 접수를 안 하고 방치한 업보이니라.

그들 방송이 사사건건 정부의 정책에 발목을 잡는 데 선봉에 선 것을 모르진 않을 텐데?

요즈음 KBS에서 남북교류 부채질하고, EBS에서 반값등록금 광고하는 것 보면, ‘에라이 등신 정권’하며 기대를 접는다.

혹자는 그래도 우파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김을 빼지 말아야 할 거 아니냐며 혹평할지 모르지만, 이명박과 한나라당에게 덕본 게 없는 나의 자유까지 뭐라고 간섭 말라.

나는 이명박 정권 이후 생활이 어려워졌기에 시장원리와 나의 이익에 충실하자면 이명박을 좋아할 이유가 없단 말이다. <끝>

PS : 최근 어깨도 쑤시고 글쓰기도 싫어져서 써놓고 방치해놓은 글 다듬어 올린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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