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전성철 홈페이지 (www.chull.or.kr)
[논단] 호스트바 금지론 유감 - 조선일보(1999. 05. 27)
남자와 여자는 뇌의 구조가 다르다고 한다.
예를 들어 사고로 뇌의 똑같은 부분이 다쳐도 나타나는 기능장애가 다르다는 것이다.
뇌의 구조상 대체로 남성은 수리와 논리면 에서, 여성은 언어와 상상력, 그리고 감성의 면에서 더 강하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소위 3f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즉 feeling(감성), fiction(상상력), female(여성)의 시대이다.
옛날에는 물건이 튼튼하고 성능이 좋기만 하면 팔렸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디자인이 좋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
디자인 패션 영화 음악은 물론, 생활용품 유통 관광 전자 통신 등 우리 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감성적이고 상상력을 동원한 터치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21세기는 문화의 경쟁시대라고 한다. 부드러움이 딱딱함을 이기는 시대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제너럴 모터스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었다는 사실은 앞으로 다가올 세기를 웅변적으로 예고해 주고 있다.
앞으로는 부드러움과 섬세함의 산업, 즉 서비스 산업의 번성 없이는 어느 경제도 승자가 될 수 없다. 한마디로 육체적 힘과 논리보다 감성과 상상력, 그리고 부드러움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래서 세계는 지금 감성화, 상상력, 그리고 부드러움을 향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다 여성적인 것이다.
이제는 여성의 힘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한 어느 나라든 진정한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우리의 경쟁국들에서는 여성의 힘이 한껏 만개하고 있다. EU에서는 새로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의 3분의 1이 여성이다. 미국에는 여성이 경영하는 기업이 무려 770만개가 있다.
전 세계 기업의 4분의 1을 여성이 소유하고 있다.
어느 미래학자는 시대의 흐름으로 볼 때 앞으로 여성 근로자와 남성 근로자의 비율이 8대2로 역전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언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아직도 여성을 골방에 처넣어 놓고 남성들만 활개를 치고 있다. 대졸 여성 취업률은 OECD 국가들 중 꼴찌, 우리의 여권(여권)지수는 116개국 중 90위로 꼴찌에 가깝다.
여성 기업인은 전체의 3.4%, 관리직에 있는 여성은 5%도 안 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근본적인 이유는 남성들의 의사 속에 있는 차별적 생각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만큼 잘한다는 것은 여성에게 기회를 주어 본 모든 선진국들의 공통된 경험이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대해 주었을 때 그 가장 큰 수혜자가 남성이라는 것도 모든 선진국의 경험이다.
전국적으로 수천, 수 만 개의 룸살롱들은 그대로 두면서 그 몇 백 분의 1에 불과한 호스트바 남성 종사자만 형사처벌 하겠다는 당국의 발상.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호스트바를 찾아가는 것의 도덕성은 일단 차치하고, 과연 이처럼 공개적이고도 명시적인 차별 의식이 여성의 세기를 맞는 오늘날의 시대 정신과 합치될 수 있을까.
참으로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편견과 차별이 없는, 투명한 눈으로 여성 정책을 다루기를 촉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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