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어제부터 오는 16일까지 전국 중·고교에서 ’사립학교법이 왜 논란인가’를 주제로 공동수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교사가 재량으로 할 수 있는 수업의 경우 교육현장의 관심사 가운데 특정 사회 현안을 다룰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학법 개정 운동에 앞장서 온 전교조가 조직적으로 관련 내용을 수업을 통해 다룬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교실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그 같은 개정 여론을 확산하려는 의도로 비치기 때문이다.
전교조의 공동수업안은 물론 “교사가 먼저 하나의 견해로 몰아가거나 어느 한쪽의 읽기 자료만 읽도록 해선 안 된다”며 객관적 입장을 견지하도록 주문하고 있으나, 전교조의 노선을 익히 아는 회원 교사들이 학생들의 찬반 양론을 종합하면서 특정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이 자명하지 않은가. 수업 중 사용할 자료 가운데는 이미 여야 지도부 인사 등을 ‘교육 공공의 5적’, ‘사학 수호의 5걸’로 지칭하는 등 주관적 평가가 담긴 사진 또는 영상 장면도 있다는데, 이같이 선입견을 조장할 수 있는 자료 역시 순수한 교육적인 의도에서 제시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열린우리당이 내놓은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여야 또는 사학재단과 교원단체들이 날카롭게 맞서왔다. 주요 쟁점은 교직원 임면권을 재단에 주는 대신 재단이사회 구성원 3분의 1 이상을 교사·학부모·학생 추천의 외부인으로 하는 개방형 이사제 도입과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기구화 여부 등이다. 법 개정으로 족벌 운영의 폐해와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는 게 개혁론자의 요구라면, 건전한 사학까지 비리의 온상인 양 매도하며 학교 운영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게 사학단체들의 입장이다. 이같이 첨예하고 복잡다기한 사회 현안을 굳이 중고생의 교실 수업에 끌어들일 이유가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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