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에 대한 誤診[대전일보]
사립학교법 시행령의 윤곽이 나왔다.
핵심은 종교재단의 개방이사 선임과 관련된 사안이다.
개방이사를 동일 교단의 교인으로 한정하겠다는 것이다.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자’로 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사학법개정에 대한 종교재단의 반발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사학분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조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대전지역 대학의 경우 대표적인 분규사학은 목원대와 침례신학대다.
목원대는 이사 21명 전원이 목사다. 침신대 역시 17명 전원이 목사로 구성되어 있다.
해당 대학의 교수와 직원, 학생들은 이사회의 이러한 폐쇄적인 구조가
갈등의 악순환을 가져왔다는데 대체로 동의한다.
개방형 이사가 거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한다.
오죽했으면 목원대 교수들이 관선이사 파견을 요청하며
이 기회에 목사로만 구성되어 있는 이사회 구조를 바꿔달라고 했을까?
개인이 설립한 재단의 경우 갈등의 핵심은 총장이나 이사장 개인의 전횡, 혹은 비리 문제다.
이것은 사학법이 아니어도 현재의 실정법으로 충분히 엄벌에 처할 수 있다.
상당수 사학단체들이 사학법 개정안에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종교재단의 경우 이사는 물론 교수와 직원까지 편가르기에 나서
권력다툼을 벌이는 사례를 수없이 목격할 수 있다.
이것은 실정법 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부분이 있다.
그 유일한 대안이 폐쇄적·획일적 이사회 구성을 최대한 ‘개방형’으로 바꾸는 것이다.
물론 상당수 종교재단 사학은 민주적으로 운영된다.
그것은 ‘오너’가 있는 사학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목원대와 침신대, 금강대 등의 갈등사례는
종교재단 사학의 문제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의사의 오진(誤診)은 생명을 위협한다.
교육정책의 오진은 국가의 근간을 흔든다.
지금이라도 사학분규, 갈등에 대한 정확한 재진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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