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혹은 일반 시민들의 기준에서 정치라는 건, 궁극적으로 ‘공공서비스’ 제공에 관한 일체의 행위쯤으로 이해됩니다. 선거라 함은 향후 4년간의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판단과 선택을 하는 절차이겠지요..
민의를 수렴한다는 취지에서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임은 틀림없습니다. 당연히 투표권을 행사해야 하고 소신의 표현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당위성에도 한가지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스스로 ‘제공자’임을 자처하는 정치인들과 그들의 정당 또는 정치세력이 ‘수혜자’로 하여금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노력..입니다.
요컨데, 51%의 기권자를 무지몽매하고 무책임한 국민으로 호도하기 전에, 그 수치가 주는 또 하나의 ‘민의’를 따져봄이 우선이라는 얘깁니다.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이끌어 내기 위해 당신들 스스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돌아보자는 뜻입니다..
선관위에서 배포한 홍보팜플릿…..? 전철역, 버스 정거장 주변에 똑 같은 색의 티셔츠를 맞춰입고 율동과 노래를 선사하는 일….? 정책과 공약의 제시보다 상대방 후보, 또는 세력에 대한 비판에 몰입했던 연설…..? 이 골목 저 골목 누비며 명함 돌리기…..?
개인적으로 8명의 입후보자가 있었던 동네에 살지만, 그들이 무엇을 했고,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으며, 경쟁자와 다른 어떤 비전을 갖추고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지인에게 농담삼아 건넨 말처럼 생면부지의 학교선배를 찍어줌이 옳은 일인지 잠시 고민도 했었드랬습니다.
선택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후보군 안에서의 ‘차별성’입니다. 그러나, 그 차별성을 특정후보의 우월함으로, 또 그것을 하나의 지지표로 이끌어 내야 하는 절차상의 진정성을 찾기 어려웠던 것이 현실입니다.
정치에 대한 냉소적 견해, 젊은 층의 이탈, 정치세력간의 이전투구 등으로 대략적인 투표율이 하락하고 정체되어 있는 건 이번 선거에만 보여진 현상이 아닙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2주간의 공식 선거일정이 짧아서 곤란했다면 현실적인 기준을 다시 세우면 됩니다. 유권자와의 대면접촉이 금품 살포 등의 부작용으로 치다를 요소가 있다면 미디어를 더 이용하면 됩니다. 각 지역별 케이블 방송에 후보자간 토론회 개최를 의무화하고 방영하면 됩니다.(현행 선거법 상에는 후보자가 토론회를 거절해도 아무런 페널티가 없습니다) 어려운 걸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유권자들에겐 하다 못해 쓰레기 봉투던,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이던, 문화상품권이던, 공영주차장 할인 이던….동일한 수준의 자그마한 혜택이라도 주면 됩니다.
예산이요……? 필요하면 입후보자들의 기탁금을 늘리십시오. 그들이 비용상의 부담감을 느낀다면 유행가 가락이나 개사해서 유치원 장기자랑 하듯 소란 떠는 짓이나마 줄여 가겠지요…
대선이 끝나고 새 대통령이 취임한지 채 두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공천 개혁이 아닌 공천 갈등으로 인해 ‘나 살아서 돌아가리라….’나 외치고 있고,
반성과 개혁을 다짐하기 보다 간판 바꾸기에 열정을 쏟고,
대안 없는 비판이 그저 진보인양 껍데기만 난무했던 실정에 빗대어 보면
이 정도의 투표율도 참으로 양호한 스코어가 아닐까 합니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우리나라 국민들만큼 정치에 민감하고 열정적인 민족도 없다는 사실...
거리로 거리로…..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온 몸으로 최루탄을 맞았던 시절이 불과 20년 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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