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삼재 한나라당 의원이 ‘안풍’ 자금의 출처에 대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청와대 집무실에서 당시 집권당인 신한국당 사무총장 자격으로 받은 돈이라고 법정에서 실토한 것이다. 그동안 ‘의리와 진실’ 사이에서 고민하던 강 의원이 뒤늦게나마 ‘진실’을 선택한 것은 매우 잘 한 일이다.
사실 ‘안풍’ 사건의 최정점에 김 전 대통령이 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강 의원의 구체적인 법정 증언으로 김 전 대통령의 개입 사실은 더욱 명확해졌다. 따라서 이제는 김 전 대통령이 돈의 성격을 비롯해 모든 진실을 털어놓을 차례이다.
강 의원은 법정에서 “재판과정을 통해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날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혀 이 돈이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일 가능성을 짙게 내비쳤다. 반면에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은 “분명히 안기부 예산”이라고 맞섰다. 결국 진실을 밝힐 사람은 김 전 대통령 한 사람 뿐이다. 김 대통령은 안기부 예산 전용을 자신이 직접 지시한 것인지, 그 돈에 안기부 계좌를 통해 관리하던 대선자금 잉여금이나 당선축하금이 뒤섞여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김 전 대통령은 강 의원 변호인단이 안풍 자금 출처를 폭로한 뒤에도 완강히 입을 다물고 있다. 심지어 “나는 말 안 한다면 절대 안 한다”는 말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 고집과 결심이 무슨 자랑인가. 애꿎은 부하들이 법정에서 서로 다른 진술을 하면서 싸우게 만들어놓고 자신은 뒤에 숨어 있는 것은 비겁하기 짝이 없는 태도이다.
김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재임 중 최대 치적 가운데 하나로 꼽는 것은 바로 전직 대통령의 부정부패를 단죄한 ‘역사 바로 세우기’다. 김 전 대통령은 이제 스스로 역사 바로 세우기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한때 국가최고지도자를 지냈던 정치인으로서의 마땅한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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