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시 하양읍의 농촌학교 무학고에서 올해 280명 졸업생 전원이 4년제 대학에 합격했다. 서울의 명문대학에도 수십 명의 합격자를 냈다. 지역 내에 학원이라고는 단 한 곳도 없는 농촌학교에서 거둔 성과다.
비결은 학생들이 듣고 싶은 수업을 자기가 골라 들을 수 있게 한 ‘선택형 강좌’에 있다. 정규 수업 후의 보충 및 특기적성 수업에서 교사가 자기 이름을 걸고 강좌를 개설하고 학습계획서를 발표하면 학생들이 그중에서 듣고 싶은 수업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 학교 46명의 교사가 이렇게 개설한 선택형 강좌가 현재 134개나 된다.
학생마다 관심 과목과 특기 분야가 다르다. 실력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이런 개인차를 감안해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해 찾아가 듣게 하는 수업이므로 학습 집중도가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교사들에게도 이것만한 자극이 없다. 학생들에게 선택받으려면 학습계획서도 정성껏 작성해야 하고, 교재 연구도 훨씬 많이 하고, 수업도 열성적으로 해야 한다.
지금 우리의 학교교육은 완전한 배급제다. 교육서비스의 수요자인 학생들에게는 아무런 선택권도 없다. 다니게 될 학교는 컴퓨터가 알아서 골라준다. 수업시간표는 학교가 정해주고, 어느 선생님에게서 배우느냐 하는 것도 학생 의사와는 관계없이 결정된다. 잘 가르치느냐, 못 가르치느냐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므로 교사들이 머리 싸매 가며 교재 개발을 할 필요도 없다. 학생들이 학교는 내신관리나 하는 곳이고 진짜 공부는 학원에서 한다고 알고 있는 것은 이런 배급제 교육의 폐해다.
교육 담당자는 학생에게 수업 선택권을 주는 무학고의 성공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교사가 학생들로부터 당당하게 평가받고, 그러한 경쟁을 통해 능력 있고 열성적인 교사가 존경받고 우대받는 풍토가 길러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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