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권성희기자]노무현 대통령이 2일 단행한 개각에서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이 후임
장관으로 유력했던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를 제외했다.
이미 김근태 전 장관의 사표가 수리돼 공석이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복지부 장관도 다른 4개 부
처와 함께 이날 신임 장관을 발표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이날 오전에 보건
복지부 장관 인사를 전격 유보했다.
이는 노 대통령이 유 의원에 대해 그만큼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유 의원의
입각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으나 여당 일부 의원들의 심한 반발에 부딪혀왔다.
지방선거와 차기 대권 경쟁 등을 감안할 때 지금은 당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시기다. 노 대통령
으로서는 당의 반발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유시민 카드"도 포기할 수 없다
는 게 노 대통령의 뜻이다. 노 대통령의 이런 "유시민 챙기기"는 이날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의
발언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김 수석은 복지부 장관 인사가 이뤄지지 않은데 대해 "유시민 의원이 내각에 들어와 일할 기회
를 가져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다만 당 일각에서 문제가 제기돼 있는 상황이기 때
문에 예의를 갖춰 당 지도부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의를 갖추는 방식에 대해 질문하자 김 수석은 "당 지도부와 정중하게 협의 과정을 갖고 (발표
)하겠다는게 대통령의 뜻"이라며 "어떤 방법으로 협의할지는 대통령께서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사실상 복지부 장관으로 유 의원을 내정한 뒤 예의를 갖춰 당을 설득하겠다는게 노 대통령
의 생각이다. 김 수석도 기자가 "표현으로 봤을 때 유시민 의원을 복지부 장관으로 사실상 내정
했다는 얘기로 들린다"고 말한데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김 수석은 노 대통령이 유 의원을 왜 그렇게 높이 평가하고 있느냐란 질문에 대해서는 "능력을
인정하고 있으며 국무위원으로 내각에 들어오면 상당부분 나름대로 역할을, 전문성을 살려서 다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내 생각이지만 유 의원 역시 우리 사회의 일정 계층을 대변하고 있는 한 정파의 대변자이기
도 하고 상당한 지지계층도 있다고 봤을 때 국무위원으로 일하는게 문제가 되겠느냐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노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해찬 총리의 적극적인 지지도 받고 있다. 유 의원을 당초 복
지부 장관으로 추천한 사람도 이 총리다. 이 총리는 지난해말 여당 중진 의원들에게 "유시민 의
원을 복지부 장관으로 입각시키는 것이 어떠냐"며 미리 당내 의사를 타진하는 한편 지난해말 중
동 순방 때는 유 의원에게 직접 언질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당내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적지 않은 여당 의원들은 국민 상당수가 강경 성향의 유
의원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특히 5월말 지방선거를 앞
두고 정부와 여당의 동반 지지도 하락까지 우려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여당이 대통령의 당내 인사 발탁에 대해 이처럼 반발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 때문에 노 대통
령도 어쩔 수 없이 유 의원의 복지부 장관 내정을 늦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 의원 카드를
포기한 것은 전혀 아니다.
노 대통령이 최근 향후 30∼50년을 내다보는 비전을 강조하며 양극화 해소를 중요 과제로 자주
언급하는 것을 감안할 때 복지부는 향후 국정운영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은 물론 이 총리와 두루두루 "코드"가 맞는 유 의원을 장관으로 기용하는
것이 정책 운영을 부담 없이 마음 편하게 추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소신 있게 원칙대로 밀어붙이는 유 의원과 같은 스타일이 임기 후반기 정
책 실행에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성희기자 shkwon@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이상 펌-
186659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