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요덕수용소 뮤지컬까지 막는가
문화일보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 탄압의 참상을 드러내는 내용의 뮤 지컬 ‘요덕 스토리’가 정부의 압력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할 위 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정부는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보다 못해 이제 예술작품인 뮤지컬까지도 북한 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 지 않도록 통제하려는 것인가. 정부는 그런 행태를 벌이고도 대 한민국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수호하고 있다고 스스로 믿는지, 우리는 엄중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뮤지컬 ‘요덕 스토리’는 15개가 넘는 북한 정치범수용소 중에 하나인 요덕 정치범수용소의 인권 실태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 부처에서 나와 시나리오를 보더니 ‘수위 가 너무 높다’며 수위를 낮춰줄 것을 요구했고, 뮤지컬에 김일 성 초상화와 북한 노래가 나오기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에 걸릴 수 있다고 압박했다”는 것이 연출자 정성산 감독의 ‘증언’이 다.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간 경험이 있는 탈북자 출신의 정 감독 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 해 목숨을 걸고 뮤지컬을 만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을 상식 수준으로라도 존중하는 정부라면 제 작진 에 대해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독일 나치 정권 시절 의 아우슈비츠수용소에 비견될 정도로 참혹하다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실상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야 마땅하다.
정부는 무엇을 위해 북한 인권 실상에 대해 스스로도 눈을 감고 더 나아가 국민의 눈까지 가리려고 기를 쓰는가. 국가인권위원회 의 1월16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나 북한 당국 또는 김정 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비판하는 글을 쓴 적이 있는 탈북자의 19% 가 정부 관계자로부터 “말조심하라”는 식의 주의나 협박을 받 기도 했다고 한다.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에 기권으로 일관해온 것 도 모자라 북한 인권의 실상이 널리 알려지는 일조차 꺼려하는 정부는 과연 어느 나라 정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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