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 : 86637 작성자 : 김형수 작성일 : 2006/07/17 조회 : 11
중국의 배신 김정일 몰락 재촉하나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만장일치로 대북제재결의를 통과시켰다. 이번 대북결의에는 중국과 러시아까지 가세했다. 북한은 그야말로 완전한 국제적 고립상태로 빠져들고 만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 또한 이례적으로 지지의사를 밝혔다. 정치권도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여야 모두 똑같은 목소리로 안보리 결의 지지를 표명했다. 노무현 정권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는 지지하면서도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사업 등 남북경협은 당분간 계속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동안의 행태로 봐서 언제 태도가 표변할지 알 수 없다.
이번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는 사실상 북한을 고사(枯死)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대북결의에 지지를 표명했다는 점이 북한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갈 것이다. 중국은 한국전쟁 때 패망 일보직전의 북한을 무력 지원해 생존케 해준 혈맹관계에 있는 나라다. 중국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런 과거사 때문에라도 북한의 입장을 배려한 태도를 지속적으로 견지해 왔다. 그런데 이번 미사일 발사로 중국이 냉정하게 북한을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으로서도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을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중국은 이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을 북한 보다 중시여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제발전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되고, 베이징 올림픽도 무사히 치러내야 한다. 미국 등 서방국 들의 지원 없이는 모두 불가능한 일이다. 자칫 과거에 얽매여 북한을 계속 두둔하다가는 나라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사업들이 커다란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중국은 그간 매년 20만~30만 톤의 식량을 북한에 제공해 왔다. 뿐만 아니라 매년 50만~60만 톤 수준의 원유를 공급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이번 대북 안보리 제재결의로 중국의 대북지원이 중단될 경우 북한이 과연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중국의 직접적인 지원과 별개로 북한의 생필품이 중국 국경을 통해 대부분 유입되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국경을 통제할 경우 북한은 커다란 고통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유엔안보리 대북 결의안 중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3-4번째 항목이다. 전문에 나타난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겠다.
“모든 회원국들이 미사일과 미사일 관련 물자, 자재, 상품 및 기술이 북한의 미사일 또는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이전되는 것을 자국 법령에 따라 국제법에 부합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방지할 것을 요청한다.”
“모든 회원국들이 북한으로부터의 미사일과 미사일 관련 물자, 자재, 상품, 기술조달 및 북한의 미사일 또는 WMD 프로그램과 관련한 금융자산의 이전을 자국 법령에 따라 국제법에 부합되게 주의를 기울이고 방지할 것을 요청한다.”
미사일이 북한의 가장 중요한 수출 품목이었던 것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로 말미암아 돈줄이 말라들어 이번 미사일 발사와 같은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미사일 발사로 말미암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금융제재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이제는 미사일 수출을 통한 외화벌이도 어렵게 된 형국이다. 일본 역시 북한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조총련에 본격적으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당장 믿음이 가지는 않으나 노무현 정권도 대북 안보리 결의에 지지를 표명하면서 북한이 요청한 쌀과 비료지원을 거부했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이렇게 강화된다면 북한이 생존하기는 무척이나 어렵다고 봐야 한다.
국제사회의 경제적 압박도 김정일 정권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역시 북한의 내부붕괴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소련이 붕괴 된 데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으나 1975년 헬싱키선언도 크게 작용했다. 헬싱키 선언은 국제사회가 소련의 인권문제를 제기할 계기를 마련해 줬다. 이로 말미암아 사하로프, 나탄 샤란스키 등 소련 내부의 반체제 인사들의 인권 운동이 크게 힘을 얻게 됐고 결국 냉전종식을 결과한 것이다.
북한 역시 2004년 미국의 북한인권법 제정으로 엄청난 부담을 느끼고 있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해 핵개발포기나 미사일 수출입 행위 금지만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부담을 갖고 있는 인권문제를 더욱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 인권압박을 가속화하게 되면 북한 내부에 있는 반김정일 세력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이들 반김세력이 쿠데타로 김정일 정권을 전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이번 미사일 발사사태로 북한이 더욱 고립화될 경우 내부의 불만 세력이 ‘사고’를 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미국 허드슨 연구소의 마이클 호로위츠 연구원은 북한인권법이 결국 북한을 붕괴시킬 것이라면서 3가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가 중국이 북한을 티베트처럼 병합하는 시나리오 둘째, 동서독 통일과 같이 남쪽이 북한을 흡수하는 방식 셋째, 내부 쿠데타를 통한 정권교체 등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세 번째가 될 것이다. 물론 우리로서는 첫 번째 방식은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방식은 북한 내부에 김정일을 대신할 지도자를 내세워 개혁-개방을 실시한 후 단계적으로 남북통일을 이뤄가는 방식이다.
지난 2002년 뉴스위크는 2012년에 민중봉기에 의해 김정일 정권이 붕괴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이 잡지는 북한의 숨겨진 개혁주의자들이 ‘위대한 지도자’가 자신의 동료들 중 하나를 처형한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북한에서 봉기가 시작될 것이며, 말이 퍼져나가면서 용감한 노동자들이 거리에 나서고 배고픈 군인들이 진압명령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김정일은 구차한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방탄열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망명할 것으로 내다 봤다. 이번 미사일 사태는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의외로 앞당길 지도 모른다. 과연 김정일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혈안이 돼 왔던 노무현 정권은 북한의 급작스런 상황변화에 대처할 준비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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