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될 것 같지 않은 최선보다는 될 것 같은 차선에 찍게 되는 것이 선거의 묘미 -
지난 10월26일 늦은 오후에 동작동 국립묘지에 들렀다.
혼자인지라 따로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홀연히 서둘러 올라갔다.
먼저 날이 날인지라, 국부(國父)이신 故 박정희 대통령 내외분 묘소에 들러 큰절 드리고,
내려오면서 국조(國祖)이신 故 이승만 대통령 묘소에 큰절 드리고 나니
님들의 노고에 대한 역사적 부채를 조금은 사면 받는 듯한 하루였다.
이런 뜻 깊은 날에 동창회에 들렀더니, 대화흐름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먼저 한 녀석이 “야, 우리 정치 얘기해도 돼냐?”하길래
나는 “인석들아, 그건 안심 놓고 지껄여라. 저쪽패들은 전부 그쪽으로 무장하고 있는데, 우리끼리 마저 입 닫고 살 이유가 뭐냐”고 했다.
장난끼가 원래 심했던 녀석왈
“이번에 누구 찍지. 난 전에 노무현 찍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이제부터 개혁 씨부리는 좌익 놈들은 딱 싫어.
내가 그때 귀가 얇았지. 괜히 찍어 줘 가지고...”
난 “좌익 아닌 사람만 찍으면 되지 뭐. 꼭 내가 이명박이라고 지껄여야겠냐.”라고 했다.
대체로 이번엔 당근 같은 공약 내미는 좌익 놈은 딱 싫댄다. 더구나 특정지역이면 더더욱.
그런데, 갑자기 한 녀석 때문에 주제가 이상한 쪽으로 흘렀다.
“야, 이번에 이회창이 나올까 안 나올까 맞춰보기 하자.”
난 순간적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응수하였다.
“그걸 말이라고 하나. 이회창이 먹을 것은 이명박표 갉아먹는 것 밖에 없는데, 결국 이쪽 표 분열 밖에 더 되겠냐.
그가 스스로 나온다면 이는 마른자리나 노리는 얌체 밖에 더 되겠냐.
만일 본의가 아니라면 좌익들이 부추겨서 스스로 착각하여 출마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결국 ‘될 놈 찍어주자’ 심리 때문에 극소수 노른자위 지지자들 표만 얻고 개망신 당할 걸.“
그 친구는 “야 그래도 지지율이 꽤 된다던데....”
“선거전 지지율에서 3위 이하는 의미가 없어. 선거전 지지율 10%는 투표시 득표율이 1%밖에 안 되.
보통 사람은 선거 전에 지지하는 마음이 선거 당일에 될 놈 찍자는 의식으로 바뀌지.
될 것 같지 않은 최선보다는 될 것 같은 차선에 찍게 되지 않던가 말이다.”
“야 그럼 그가 나오든 말든 될 곳이나 찍어야겠네.”
“이 친구 당연한 소릴 가지고...자! 한잔!”
마른자리만 노리는 율사여!
3위 이하, 36% 이하의 지지율이면 명심하라.
사람들의 마음은 선거 전에 지지하는 것과 선거 당일 찍어주는 것이 별개라는 걸.
이런 뜻 깊은 10.26 같은 날에 꼭 얌체뉴스나 들어야 하는지 서글프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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