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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제 몸집 키우고 ‘작은 정부’ 말할 자격 있나

<사설>
청와대, 제 몸집 키우고 ‘작은 정부’ 말할 자격 있나

이명박 정부가 1년2개월여 전 출범 때 공약(公約)했던 ‘작은 청와대’가 공약(空約)으로 기울고 있다. 4월6일 현재 청와대 직원 숫자는 522명으로, 역대 청와대 규모 중 가장 비만하다고 비판받았던 노무현 전 정부가 저물던 2007년 7월 당시 508명보다 14명, 2.8%가 늘어났다. 이 정부 출범 때와 직대비해도 41명, 8.5% 증원된 규모다. 청와대 지하 벙커에 설치된 비상경제상황실 파견 공무원 15명을 더하면 전례 없는 ‘비만 청와대’가 아닐 수 없다. 직원 규모부터 20% 줄여 ‘작은 청와대’로 솔선수범하겠다던 초심(初心)도, 그로써 100대 국정과제의 제1과제로 내세워 ‘작지만 일 잘하는 정부’로 거듭나겠다던 다짐도 그새 흩어지고 있다.

우리는 청와대가 ‘아메바 분열’하듯 비대해지는 근본 배경이 두 줄기일 것으로 짚는다.

첫째, 청와대에 대선 후보 시절 외곽 단체인 ‘안국포럼’과 ‘선진국민연대’ 출신을 비롯,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에 연을 맺은 인사들이 대거 진입한 결과다. 실력과 경력 등 객관적 기준보다는 대선 캠프에서 정권 출범에 기여한 논공행상 차원에서 이뤄진 인사가 허다하다 보니, 인적 팽창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청와대는 전통적으로 공직사회에서 ‘인재의 보고(寶庫)’ 또는 ‘인재의 로열 아카데미’라고 불릴 만큼 우수 인재를 엄선해왔다. 그러나 최근 행정관의 성접대 파문이 말해주듯 그 일각은 공직자로서의 자질과 함량 미달이 기강 해이와도 맞물리는 것이다.

둘째, 권부(權府)라는 비유 그대로 힘을 믿고 충원을 절제하지 못했다. 증원 추이를 대별하면 홍보기획관실, 정무수석비서관실, 대변인실, 민정수석비서관실 순으로 늘려왔다. 촛불시위와 용산 철거민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과의 소통’ 명분을 내세워 자리를 신설하고 인원을 늘려온 것이다. 최근 행정부 각 부처에 부대변인제를 신설해 정무직 공무원으로 채워나가는 모습도 ‘작은 정부’와는 정확히 역주행이다.

‘큰 청와대 → 큰 정부’는 다만 시간 문제일 것이다. 청와대가 지금처럼 조직의 외형과 직원을 모두 늘린다고 해서 ‘일 잘하는 정부’를 기약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청와대가 제 몸집을 키우면서 ‘작은 정부’를 말할 자격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위약(違約)이 제반 공약 전반의 공신력에도 그늘을 드리우게 될 것임을 미리 지적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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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