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꼬모(Denis Comeau) 캐나다 대사 ... "벌써 40년이나 되었군요"
드니 꼬모(Denis Comeau) 캐나다 대사
한국-캐나다 외교관계수립 40주년
올해로 수교 40주년을 맞는 한국-캐나다 양국은 상호이익과 우호증진을 위해 문화행사와 학술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해외이민에 대한 열풍이 한국사회를 휩쓸면서 캐나다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본지는 지난 26일 캐나다대사를 인터뷰하고 수교40주년의 의미와 양국의 현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캐나다는 한국의 2대 투자국
“양국간 문제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무관심 불러”
- 지난 40년간 한국-캐나다 양국관계의 중심현안과 캐나다가 추구해온 국익은 무엇이었나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역을 하는 나라 중 하나로 국가 재정의 40%가 무역수지를 통해 충당된다. 국가경제와 번영이 교역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한국은 일본, 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3번째로 큰 캐나다의 교역국이다. 양국의 연간 무역규모는 70억 달러에 이른다. 전세계적으로는 한국이 캐나다의 제7대 수출시장이다. 한편 2001년까지 캐나다는 한국의 제2투자국이었다.
이와 같이 양국은 상호보완적인 부분과 발전가능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 캐나다는 지리적으로 특별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으며 우주과학기술, 생물기술, 나노기술 등 세계적인 지식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2만 달러 시대를 위해 도약할 수 있는 분야가 필요한데 한국과 캐나다 양국의 협력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10월 4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열리는 첫 과학기술 협력회의도 양국간 협력의 기회를 증진하기 위한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인적 교류와 민주주의 등의 가치공유는 양국의 또 다른 공동관심 분야다.
- 최근 한국에서 일고 있는 캐나다 이민 열풍을 바라보는 시각은
캐나다는 고령화사회로 출생률이 사망률보다 낮다. 우리는 매년 1%의 인구를 이민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25만~30만 명의 이민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국의 이민자들은 교육열과 근로의식이 높으며 캐나다사회에 대한 적응이 빠르다. 우리 정부는 한국 이민자들을 적극 환영하는 입장이다.
지난 18일 발표된 캐나다 이민법 개정방침은 이민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캐나다는 이민자들의 언어능력에 대해 제한을 두었다. 오랫동안 국가의 공용어인 영어와 불어에 대한 최소요구 점수가 69점이었는데 이것이 2년 전 개정을 통해 75점으로 올랐다. 성공적 이민생활을 위해 언어가 중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최근 이 제한이 다시 67점으로 낮춰진 것이다. 이민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
최근 한국의 이민 열풍에 대해서는 새로운 현상으로 받아드리고 있지 않다. 한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그러한 움직임이 있다. 경제적 이유, 생활수준에 대한 이유, 그리고 교육의 기회 등 다양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이민을 원한다.
- 한국-캐나다 관계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양국 관계의 가장 큰 특징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것(problem free)이다. 이는 상호이익에 바탕을 둔 대외관계의 모범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없을 때 서로에 대한 관심이 소홀해질 수 있다. 문제라면 바로 이것이다.
2년 전 한국에 처음 와서 놀란 사실은 대부분 한국인들이 캐나다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갖고 있는 캐나다에 대한 이미지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전문조사기관에 의뢰해 캐나다에 대한 ‘브랜드 조사’를 했는데 결과는 깨끗하고 교육환경이 좋고 넓다는 등 긍정적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캐나다에 대한 완전한 이미지가 아니었다.
캐나다가 한국의 중요한 교역국가라는 것과 민주주의 등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캐나다의 문화유산과 정체성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이번 4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일련의 기념행사들이 중요한 전환점이 되리라고 기대한다.
- 한국인들은 특히 캐나다의 대외정책에 대해 낯설다. 때로는 미국의 정책과 동일시 여기기도 하고 때로는 미국을 반대하는 프랑스와 같은 유럽국가의 이미지로 캐나다를 떠올린다
대미관계는 캐나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볼 때 캐나다-미국 관계가 지속적이고 긍정적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미국과 다른 독립국가다. 캐나다는 핵국가도 아니며 군사대국이 아니다. 우리가 외교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이 미국과 다를 수밖에 없다.
캐나다 외교정책의 원칙은 국제법과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다자적 접근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이라크전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테러전에서 우리는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 캐나다는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의도나 그러한 분야가 있는가? 북한인권을 거론하는 방법을 통해서라든지 우리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실제적으로 시행 가능한 범위 안에서만 특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캐나다의 역할이 미국, 중국, 일본, 한국과 같이 가시적이진 않다는 것을 안다. 각국 관계의 역학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싱턴, 서울, 북경, 제네바 등에서 우리는 일관적으로 북한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 외교수립 4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특별히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댄스, 음악, 영화 등을 통해 캐나다가 문화적으로 생동감 있고 다양하다는 것을 한국인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특히 다음달이면 캐나다의 무역부 장관, 자원부 장관, 상원 의장 등의 인사가 방한한다. 양국의 협력을 위해 정치적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은 캐나다와 같은 고령화 사회가 됐다. 캐나다는 사회정책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 11월 처음으로 열리는 사회정책 심포지엄은 양국협력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 한국에 대한 인상과 취미는
대사로 지낸 지난 2년이 참으로 빨리 갔다. 월드컵, 대통령선거 등 많은 일이 있었다. 2년 임기에서 1년을 연장하고 있지만 가능하다면 한해 더 머물고 싶다.
서울을 좋아한다. 성북동 집 근처에서 도보와 하이킹을 즐긴다. 압구정동의 음식점들을 좋아한다.
30년간 외무부에서 근무했는데 한국은 미국, 프랑스, 스위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워싱턴, 일본에 이은 8번째 국가다. 아내와 막내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글/김범수 기자 bumsoo@
사진/이승재 기자 fotolsj@
미래한국 2003-10-06 오후 2: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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