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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상지대 설립자 김문기씨 "내가 세운 대학, 반드시 찾을 터"

"내가 설립한 대학은 반드시 되찾을 겁니다"

김문기(金文起.73) 전 상지대학교 이사장이 입버릇처럼 10년째 되뇌는 말이다.

김 전이사장과 뜻을 함께하는 대학동문들과 지인들이 매일같이 모여 대책회의를 갖는 원주시 개운동 상지대총동문회 사무실에는 최근 설립자를 배제한 채 정이사를 선임한 대학측과 교육부의 부당성을 성토하는 시위사진과 각종 활동 자료 등이 벽을 가득 메우고 있다.

1990년 여름 일부 교수의 재임용 탈락 철회 요구로 촉발된 학내 분규는 돌연 '이사장 타도'로 급선회 해 교비 횡령, 수백원 대 탈세, 부동산 투기 등 김 전이사장에 대한 온갖 억측과 의혹이 불거졌다.

이어 1993년 3월 당시 3선 국회의원이던 김 전이사장은 상지대교수협의회에서 유포한 이러한 내용의 유인물을 근거로 사전 구속영장 없이 구속수감돼 대검 중수부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에 대해 추징금 없이 무죄 확정판결 했으며 그는 지난 1995년 사면복권 됐다.

이런 사이 상지대는 1993년부터 2003년 12월까지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됐으며 올해 1월1일부터 정이사 체제로 전환됐다.지난 8일 그가 상지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이사회결의무효확인청구 소송 재판에서 법원은 '구재단측은 상지학원 이사선임문제에 관여할 자격이 없어 원고 청구를 각하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음에도 자신이 설립한 대학에서 사실상 미련을 버리라는 뜻이다. 그래서 항소를 준비중이다. 아직도 일부 시민들과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비리인사'로 낙인 찍혀있는 것도 억울한 일이다. 침통한 표정인 그와의 인터뷰는 12일 오후 상지대총동문회 사무실에서 2시간 가량 진행됐다.

-세간에는 비리.부정 등 안 좋은 이미지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 참 할말이 많습니다. 당시 문민정부는 군사정권과 3당 합당을 통해 잉태된 정권으로 태생적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정치적 연출이 필요한 시기 였죠. 공직자 재산공개 및 사정은 정권유지의 상징적 효과이자 정권의 반대자 축출의 가장 확실한 수단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당시 현대의 정주영 회장이 대표적인 예죠. 나 역시 표적사정 1호로 지목돼 여러 죄목으로 대검과 서울지검 등에서 수개월에 걸쳐 밤샘 조사를 받았지만 혐의가 없자 '업무집행방해'라는 타협으로 끝내자고 궁색하게 마무리 짓더군요.

그나마도 사면복권으로 끝이 났지만. 사면복권이 되었는데도 어느 언론에서도 당시 부정비리의 잘못된 오보로 인해 받아야했던 심각한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바로잡아 주지 않더군요. 이 문제로 인해 상지대학교는 관선이사체제로 운영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죠."

-상지대는 올해 1월부터 정식이사체제로 운영되고 있지 않습니까.

"평생 피땀 흘려 모은 전 재산을 출연해 설립한 학교를 무슨 근거로 국가에서 강점 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은 심정이예요. 설사 내게 잘못이 있다 처도 그 당치 처벌(업무집행 방해)로 모든 대가를 치르지 않았습니까? 그런 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대학을 통째로 빼앗아 간다는 게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의료재단이나 학교재단은 양도양수의 경우가 법리적인 해석이 같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의료재단의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잘못이 있다하여 병원을 통째로 빼앗아 병원과 아무 관계가 없는 이에게 국가가 넘겨줄 수는 없는 것이죠.

상지대가 필요로 했다면 설립자와 정당한 양도양수 절차를 통해 새로운 학교법인 체제로 운영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것은 마치 '교통사고를 냈는데 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전 재산을 몰수해 가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대학측과 교육부와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갈 계획입니까.

"이사장과 총장이 새로 선임될때 마다 지속적으로 대화를 시도 했지만 전혀 받아들여 지지 않았습니다. 항상 법과 원칙대로 하자는 식이니 저도 법앞에서 심판 받으려 합니다.

현재 패소한 소송은 앞으로 계속 항소할 계획이며 중요한 건은 헌법재판소에 제소할 계획입니다. 교육부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번 정이사 선임의 부당성을 알리려 합니다."

-상지대에서는 현재 시민대학 설립을 추진중인데요.

"저의 복귀를 막으려는 구실인 셈이죠. 실제로 전 법인 사무국장을 지낸 정대화교수는 2001년 10월 31일 열린 한 토론회 자리에서 '시민대학을 쉽게 풀면 김문기 구재단이 없는 대학, 김문기 구재단이 학내에 복귀할 수 없는 대학'이라고 발언 했습니다.

또한 시민대학 운영을 위해 필요한 막대한 재원마련 방침도 매우 미비한 실정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개인이 사재를 털어 설립한 사학을 무슨 근거로 강제로 빼앗아 시민대학으로 만든다는 건지. 참담한 심정입니다."

-관내에서 발생하는 고소.고발 사건 가운데 유독 상지대와 관련된 것이 많은데요.

"그럴 겁니다. 대학측과 10여년째 대립관계에 놓인데다 툭하면 트집을 잡아 고소.고발을 연발해 맏고소.고발로 대응해 왔죠. 제가 알기로 원주경찰서에 접수된 사건 가운데 가장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대학측에서는 저를 지지하는 동문들은 아예 대학 건물내에 출입조차 시키지 않을 정도입니다."

-대학을 되찾으실 경우 청사진은 있습니까.

"88년 한의예과 개설과 함께 심혈을 기울였던 학과가 '한약재료학과'입니다. 학내분규와 함께 아쉽게 폐과됐지만 말입니다.

대학으로 다시 복귀하면 우선 한약재료학과를 다시 개설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대학내 저의 개인부지와 사재를 기부해 국제수준의 한약재료 연구센터를 건립해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도록 지원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저를 지지하는 전국의 350여 사회.시민단체들과 사학관계자들, 그리고 동문들과 함께 총선이후 본격적으로 진실규명과 대학 되찾기 운동을 벌이려 합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 지요. 저와 지인들의 이러한 노력이 언젠가는 반드시 결실을 맺을 거라고 봅니다.

저에게 등돌렸던 원주시민들도 이젠 저의 이런 처지를 알고 하나 둘 격려해 주고 있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원종환기자 [email protected] 1014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