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과 자율성
[경향신문 2005-06-28 18:24]
교육은 원래 교육인적자원부나 시·도교육청 등 정부 당국이 맡아서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사립학교는 정부가 할 일을 학교법인에 위임하여 생겨났다. 그렇다면 세계 각국에서 사립학교 제도는 왜 두고 있는가? 그것은 사립학교법인이 특수성을 살려 자율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장점을 살리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사립학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사립학교는 학교 단위의 자치를 하게 되어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나 시·도교육위원회가 결정할 일을 학교법인 이사회가 대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립학교는 교육인적자원부나 교육청의 관할 밖이어야 한다. 법인이사회는 자기 스스로 이사를 충원하고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사회 구성에 외부의 간섭을 받으면 이미 사립 이사회라고 할 수 없다.
－사립 법인은 학교단위 자치－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는 헌법 정신과 ‘사립학교의 특수성’이라는 사립학교의 존재이유 자체를 제한하고 침해하는 사립학교법이라면 개정이 아니라 아예 폐지해야 한다. 사립학교는 사립학교법 대신 정부의 승인을 받은 정관이나 헌장에 의하여 운영되어야 한다.
1963년 사립학교법 제정 전에 이미 사립학교는 존재해 있었다. 그 후 사립학교법이 개정을 거듭하면서 우리나라의 사립학교는 계속 자율성과 특수성의 제한을 받고 통제를 받아온 결과 이제는 진정한 의미의 사립학교는 모두 사라진 셈이다. 사립학교법이 없었거나 개정되기 전에 설립된 사립학교들은 오늘과 같은 사립학교법의 통제가 없을 것을 전제로 하여 설립인가를 받아 설립·경영하던 학교들이다. 그런데 설립 후에 예상치도 않은 법의 통제를 받게 되면 게임 도중에 운동규칙을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당하다. 최소한 법을 제정하거나 통제를 위한 개정을 할 때에는 사립학교로 하여금 사립학교 운영을 포기하고 정부에 팔 수 있는 기회를 줬어야 한다.
사립학교에 고교 평준화를 적용한 것도 사립학교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사립학교는 학생 선발권과 등록금 책정권을 가져야 한다. 대신 학생과 학부모도 사립학교만은 자유의지에 의하여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의 선택에 의하여 경쟁력 없는 저질 사립학교는 망해야 한다. 사립학교 학생들도 우리나라에 세금을 낸 국민들이므로 사립학교 학생수 비율만큼 공적 자금의 배정을 받아야 한다. 학생선발권과 등록금 책정권이 없는 학교를 사립학교라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 사립학교는 교육과정에 있어서도 공립학교와 차이가 없다. 교육과정을 통해서도 사립학교의 특수성을 살릴 수 없게 되어 있다. 특수성도 없고 공립학교와 차이도 없는 사립학교를 둘 필요가 있는가? 그런데 사립학교의 특수성을 인정하기에는 우리나라에 사립학교의 수가 너무 많다는데 문제가 있다. 정부가 과거 어려울 때 너무 많은 사립을 허가해 준 결과이다. 심지어는 비리, 불법, 부정을 저지른 무자격자, 영세 재단에까지 설립인가를 해준 것도 정부의 책임이다. 비리 사립학교는 사립학교법이 아니라 민법과 형법에 의해 사법부의 엄격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학생 선발·등록금 책정권 필수－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사립학교법을 완전히 폐지하여 다른 나라처럼 사립학교를 사립학교답게 만들든가, 아니면 아예 사립학교를 정부가 모두 사들여 폐지하든가 하는 결단이다. 아니면 부실 사학부터 정부가 사들여 공립을 늘려 처음부터 끝까지 통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세계는 지금 공립까지 민영화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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