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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악연’ 박주선의 고춧가루탄에 실신 위기

민주당 박주선 전 의원(오른쪽)이 서울시장에 출마할 경우 강금실 전 장관의 서울 공략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2006 데일리서프라이즈 DB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열린우리당에 비상이 걸렸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전에서 여당의 발목을 잡는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할 공산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선전, 5월 지방선거에서 대역전극을 선보이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수도권에서 한나라당과 대등한 게임을 벌일 경우, 지방권력의 균형을 이룸과 동시에 여당의 체면도 살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같은 기대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카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나 이 같은 열린우리당의 바람에 찬물을 끼얹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박주선 전 의원을 ‘강금실 저격수’로 표적공천 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28일 사무처 당직자회의에서 “박 전 의원에게 서울시장에 도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당이 강 전 장관을 내세우려고 하는데, 민주당에서는 박 전 의원이 후보로 나가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한 대표의 제안에 전남지사 경선을 준비 중이던 박 전 의원은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거부하면 기회주의적 처신이라는 비난이 쏟아질텐데, 비굴한 정치인이라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는 말로 출마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박주선 등장에 어두워진 지방선거 전망

‘강금실 대 박주선’의 대결은 두 사람간의 악연으로 인해 관심을 끌고 있다.

강 전 장관은 법무부를 이끌던 시절 나라종금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2억 5000만원을 받았다며 박 전 의원을 구속한 바 있다. 하지만 박 전 의원은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의 입장에서는 강 전 장관에 대한 해묵은 감정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박 전 의원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전을 통해 자신의 구원을 풀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형성하고 있는 양강 구도를 깨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인 탓이다.

문제는 민주당의 선전이 열린우리당의 지방선거 전망을 어둡게 한다는 데 있다. 박 전 의원이 자력으로 당선되기는 어렵겠지만, 강 전 장관의 당락에는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1995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이후 서울지역 유권자들은 조순-고건-이명박 등 안정감 있는 인사들을 서울시장으로 선출해왔다.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도 이명박 시장은 젊음과 패기를 앞세워 도전해온 김민석 민주당 후보를 ‘52.3% 대 43.0%’라는 큰 차이로 눌렀다.

강 전 장관과 열린우리당의 입장에서는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와 친DJ·전통야당·호남표를 양분한다는 것은 여당에게 치명적인 결과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강 전 장관이 자신의 지지도를 십분 활용해 한나라당 후보와 1~2% 포인트 차이의 근소한 접전을 벌일 경우 열린우리당이 입게 될 타격은 더 심할 수 있다. 박 전 의원의 등장에 여당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민주당은 2004년 4월 총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후폭풍에 시달렸지만, 서울에서 9.8%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열린우리당의 조바심이 한층 더 커지고 있다.

정계개편 염두에 둔 민주당 행보

더 큰 문제는 지방선거 이후다. 이 같은 민주당의 저력이 다시 한 번 확인될 경우, 2007년 대선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정계개편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열린우리당 내부의 전망은 매우 회의적이다. 전북지사와 대전시장 정도를 당선 가능으로 분류해놓은 것이다. 여기에 충남지사와 서울시장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여당이 기대하는 최대치다.

그나마 당내 경선논란 등으로 인해 목표달성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전국 16개 광역시·도에서 전패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당의 입장에서는 결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결과다.

반면, 민주당은 자신의 텃밭으로 여기고 있는 광주와 전남북을 석권하는 것과 동시에, 제주와 수도권에서의 선전을 자신하고 있다. 한 마디로 ‘서부권 벨트’를 형성해 민주당의 존재를 과시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은 현재 불공정경선에 항의하면서 열린우리당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강현욱 전북지사의 영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영입에 반발하며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태환 제주지사의 입당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향후 정계개편에 대비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최대한 몸값을 올려놓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에 더해 민주당이 고건 전 총리와 연대하거나, 국민중심당과 연합공천을 하는 등 보다 강도 높은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5·31 지방선거의 결과가 열린우리당 패배, 민주당 선전으로 나올 경우 정개계편의 무게중심은 민주당에 급격히 쏠릴 것이란 게 정가의 일반적인 예측이다. 5월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의 잇단 잰걸음은 이 같은 전망에 기반하고 있다.

여당 패배, 당 균열로 이어질 듯

염동연 열린우리당 사무총장은 25일 민주당과의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과는) 어쩔 수없이 한 뿌리이기 때문에 결국은 다시 함께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제가 그 선두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 근거해봤을 때 여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당내 호남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민주당과 떨어져서는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민주당과의 연대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다.

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움직임을 보이고, 정치권 일부의 예상처럼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한다면, 그동안 한화갑 대표가 주창해온 ‘창조적 파괴파’와 ‘창조적 공존’이라는 이름의 이합집산이 한층 가시화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재두 민주당 부대변인은 “이번 지방선거는 2007년 대선을 앞둔 열린우리당이 서부지역 맹주 자리를 놓고 벌이는 진검승부”라며 “그 결과에 따라 누가 선거 후 이합집산의 중심축이 되느냐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부대변인은 “하지만 선거 결과는 이미 불을 보듯이 뻔한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민주당은 이미 서부지역에서 맹주 자리에 서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 중심의 정계개편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 같은 기대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서울에서의 선전이 필수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이 ‘박주선 전략공천’을 놓고 당내에서 일고 있는 잡음을 어떻게 잠재울지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를 지켜보는 열린우리당의 입장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선거 패배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마당에, 민주당이라는 복병의 출현으로 인해 이래저래 여당이 내쉬는 한숨소리는 커져만 가고 있다.
최한성 ([email protected])기자

[출처] [데일리 서프라이즈 2006-03-2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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