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지만원
Subject;
창당의 역사
2001년, 저는 안양에서의 생활을 접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강원도 홍천 오지에 가서 차분히 여생을 정리하며 살려고 평당 130만원에 조립식 주택 하나를 지어놓았습니다. 가족들은 이미 이사를 해서 주민등록을 옮겼고, 저만 하던 일을 정리하게 위해 안양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2002년 4월초, 3공에서 국회부의장을 지낸 장경순 선생께서 시국선언문을 써 달라 부탁을 해왔고, 장경순님은 저로 하여금 그 시국선언문을 향군회 세미나에 모인 700명 정도의 군중에게 낭독케 하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청중의 반응은 흥분의 도가니였었고, 그 폭발적인 인기를 타고 장경순님과 저는 ‘자유슈호국민운동’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광고를 통해 김대중과 당시 국방장관인 김동신이 좌익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2002년 5월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라디오, TV, 일간지 등에 체력이 딸릴 정도로 인터뷰들을 했고, 미국 교포사회를 흥분시킨 바 있었습니다. 인기가 올라가자 갑자기 전직 장관, 전직 국회의원 등이 나타나 스스로를 애국자로 도금하면서 끼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람들은 제가 할 수 없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게 아니라, 제가 하는 일에 끼어들고 제 직책인 본부장 자리를 내놓으라 했고, ‘여기가 지만원 띄워주는 조직이냐’는 식으로 장경순님을 선동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장경순님은 ‘당신은 내가 부를 때 뒤에서 글이나 써 달라’는 데까지 변해 버렸습니다. 이에 저는 제가 만든 자유수호국민운동을 ‘애국심으로 도금한 사람들’에게 넘겨주고 나왔습니다. “이제는 나서야 한다” 이 테이프는 전국에 10만 개 정도 확산됐고, 많은 분들이 테이프를 복사하여 돌렸기 때문에 더 많은 테이프가 유통됐을 것입니다,
2002년8.16일, 저는 시스템사회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대국민 경계령, 좌익세력의 최후발악이 시작됩니다”라는 광고를 냈고, 김대중을 김정일에 약점 잡힌 사람이라는 증거들을 나열했습니다. 그 중에 ‘5.18은 소수의 좌익과 북한 특수부대가 순수한 시민들을 선동하여 일으킨 폭동이다“라는 문장을 트집 잡아 광주 검사 최성필이 안양에 조사관과 경찰들을 보냈고, 이들은 처음부터 조폭과 같이 험악한 얼굴로 분노를 분출하면서 온갖 종류의 폭력을 가했으며, 광주 법원은 사회를 진단하는 학자의 ’역사관‘에 유죄를 선고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언젠가 저는 이들을 심판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개인적 원한을 해소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법의 이름으로 만행을 저지르는 법관들의 만행을 바로 잡기 위해서입니다.
형무소를 나온 저는 다시 충무로 호프집에서 사랑방 강연을 시작했고, 광주 법관들의 야만적 행패에 분노한 대위 출신 한 청년이 저를 찾았습니다. 애국을 구체화하려면 사무실과 조직이 있어야 한다며 일을 시작하자 종용했습니다. 그는 화양동 건대입구 역 바로 옆에 위치한 부친의 건물 2층을 내달라 부친을 설득했고, 그래서 2003년8월1일, 무료 사무실에서 “대안세력창출본부-국민의 함성”을 발족했습니다. 그 청년은 시골촌부라는 필명으로 어쩌다 한번씩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사무실을 열자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오셔서 십시일반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었습니다. 노력봉사를 하면서도 번갈아 가며 ‘오늘 점심은 제가 쏩니다’ 하는 식으로 오순도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시민운동의 이상적인 현상이었습니다.
우리는 2004년 4.15 총선에 좌익들이 대거 국회로 몰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낙선운동”을 한다며 좌익 국회의원들의 행동과 발언록을 찾아 정리하여 소위 좌익서열을 발표했고, 한나라당 이기라고 1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광고문을 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중랑경찰서 경찰들이 새벽 4시에 아파트 경비실을 점거하고 제가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아침 7시에 저를 구인해 가려고 아파트 문을 두드렸습니다.
월남참전 전우들의 도움을 받아 저는 경찰을 따돌리고 25일간의 도피생활을 했습니다. 이들은 영장도 없이 저를 체포하러 왔고, KBS와 MBC 등은 자막으로 제가 무슨 큰 죄라도 진 것처럼 ‘군사평론가 지만원 구속’이라는 취지의 자막을 하루에도 수차례씩 내보냈습니다. 언론을 통한 지만원 죽이기였던 것입니다. 2004년 4.15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125석이라도 차지했던 것은 한나라당만의 노력만으로 된 것이 아닐 것입니다. “돌아온 야인시대” 등, 제가 내보낸 광고문을 대량 복사해가지고 나누어주다가 경찰에 잡혀가 구류를 살고 나오신 수많은 분들의 아픔도 그 밑거름이 됐을 것입니다.
반면 한나라당은 저와 같은 우익을 마치 몹쓸 전염병이라도 걸린 사람인 것처럼 아주 멀리 했습니다. 저 같은 우익을 접근시키면 표가 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와주고 멸시받는 처지에 분노도 했지만, 그래도 한나라당 밖에 없다는 생각에 한나라당을 뒤에서 도왔습니다. 애국하는 길이 그 방법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유식한 국민들은 과거의 박헌영, 김달삼, 조봉암과 같은 좌익들에 대해서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존하는 위장된 좌익들에 대한 정보에 캄캄했고, 김대중과 노무현 같은 사람들에 대한 정보에 어두웠고, 심지어는 주사파가 무엇인지 조차 몰랐습니다. 민족, 평화, 통일, 민주화를 외치는 사람들의 정체를 몰랐고, 전교조와 민노총의 정체도 몰랐습니다. 이 나라가 날로 좌경화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드물었습니다. 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가진 능력 범위에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저는 광고문을 냈고, 인터넷에 글을 썼고, ‘시국진단’이라는 월간지를 발간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 지친 나머지 2004년 총선 이후에는 화양동 사무실을 닫고 다시 시골로 내려가려 마음먹었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사무실을 다시 주인에게 돌려드릴 때, 성금 잔액이 3천만원 정도 되었습니다. 우선은 사무실을 되돌려 드린 후, 3천만원을 다 사용한 다음 이 일을 접기로 하였습니다. 2005년5월8일, 저는 사당동 경문고등학교 앞에 있는 13평 정도의 사무실을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65만원에 얻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성금 2천만원을 다 쓰기 위해 신문광고를 냈습니다. 그랬더니 오히려 회원 수가 늘어났습니다. 그만두려 해도 그만 둘 수 없었습니다. 우리를 거쳐 간 회원들이 2만 명 정도는 되었지만 돈을 내지 않는 분들을 과감하게 정리했더니 지금은 착실히 돈을 내는 회원이 5천 명 정도 되었습니다.
5천명에게 책을 보내려면 주소 라벨을 뽑고, 그것을 봉투에 붙이고, 풀칠을 하고, 지역별로 묶고, 이를 3층에서 1층으로 내려다가 트럭에 싣습니다. 이 작업은 일요일에 했으며, 작업을 하는 날이면 10여분들의 자원봉사자들이 나와 하루 종일 고생을 했습니다. 책 화물이 1톤 박스 차에 가득 실렸습니다. 그 트럭을 제가 몰고 우체국에 가서 혼자 하역을 했고, 관리자겸 사무실장인 남실장님은 그 동안 돈 계산을 하고 특수 우편물들을 우송했습니다. 이 것만이 아니라 매일 발생하는 우편물을 우체국에 가져가는 일도 상당합니다. 여성 실장이 이를 들고 3층에서 짐을 날라 버스를 타고 우체국에 다니는 동안 팔과 다리 관절에 무리가 가서 고질병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획득한 5천명 정도의 시국진단 회원들이 없었다면 감히 창당을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회원들의 적극적인 밀어주기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창당대회 행진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는 손끝으로 글을 쓰는 일도 있고, 트럭 운전도 했고, 물에 담갔다 꺼낸 듯한 옷을 입고 하역작업을 했습니다. 이런 저를 얕보고 함부로 괄시한 우체국 경비에게 욕을 해주고. 우체국장실로 달려갔던 적도 있었습니다.
남실장 역시 모든 것을 다 했습니다. 매일 5개의 은행을 돌며 통장 입금을 확인하고, 회원별 입금 내역을 엑셀에 저장하고, 전화를 받고 걸레질을 했고, 청소를 했고, 우체국으로 무거운 짐을 날랐습니다. 하루에도 몇 건씩 전화 공해에 시달려 마음 상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한국의 일반적 문화는 전화를 받는 사람들을 ‘일꾼’으로 보고 함부로 대합니다. 저 역시 반말을 들으면서 기분 상할 때가 참으로 많았습니다. 그러니 여성 실장에 대해서야 어떠했겠습니까? 이렇듯 저와 실장은 마구잡이로 온갖 잡일들을 다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낀 것은 한국인들의 일반적인 매너입니다. 그 정제되지 못한 매너 때문에 참으로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전화를 받는 사람이면 무조건 다 아랫사람 취급을 하면서 자존심을 상하는 말을 예사로 하고, 가슴에 상처를 주는 것이 우리 회원님들 중에도 많이 계셨습니다. "당신들 내돈 떼어 먹는 사기꾼들 아냐?" 못견딜 정도로 험한 말을 하는 회원들은 가차 없이 회원 자격을 박탈했습니다. “선생님 같이 기본이 돼 있지 않은 분에겐 시국진단을 더 이상 보내드리지 않습니다”
한 겨울, 살을 에이는 추위에서도 곱은 손을 호호 불며 등산로에서 계몽지를 나누어주던 어른 회원님들의 노고도 오늘날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집에서 편히 계셔야 할 70대 중반-80대 초반의 어른들이 무엇이 아쉽다고 추위를 견디며 나 어린 등산객들에게 귀찮은 존재로 취급받으면서 “선생님 읽어 보십시오, 나라가 어렵습니다” 등산객 한 사람 한 사람에 마다 외쳐야 했습니까? 눈을 내려 갈고 가는 사람, 어깨로 특툭치고 지나가는 사람, 받아서 구겨가지고 내동댕이 치는 사람. . 여기에 공원관리 직원이라며 나와서 시비를 걸면 싸우고, 악착같은 좌익이 와서 시비를 걸면 또 싸우고,
오늘 우리는 기적 같은 창당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창당에 필요한 당원을 확보해주신 여러 당원들 역시 이와 비슷한 상처를 받으셨을 것입니다. 가장 친한 줄 알았던 친구에게 부탁했다가 거절을 당한 경우가 허다했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저 친구를 멀리해야지” 배신감에 마음들이 아팠을 것입니다. 자존심이 상해 한 동안 가슴앓이들을 했을 것입니다. 돈도 많이 축났을 것입니다.
오늘의 기적은 이러한 고통과 아픔들 위에 피어난 꽃입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오늘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내일부터 이런 고통과 아픔에 더 많은 애국자들이 동참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입니다.
여기 모인 우리는 지금 가시밭길을 가고 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노아의 길을 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핍박을 무릅쓰고 여기에 모였습니다. 강하게만 보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한 말이 있습니다. 살아생전 이곳만은 절대로 올 데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런 감옥을 갔다 왔습니다.
여기에 감옥에 갔던 제가 서 있습니다. 그런 저를 중심으로 여기에 모이신 분들은 감옥을 갈 각오로 여기에 모였습니다. 여러분들의 등 뒤에 십자가가 짊어져 있는 것입니다. 골고다를 행해 아주 무겁고 느린 발길을 뗍니다. 희망과 약속이 있어서 가는 길이 아닙니다. 이 길만이 우리가 가야할 유일한 길이기에 아프고 고단해도 가는 것입니다. 조롱과 고통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이 길로 오지 않습니다.
의인이 없다 한탄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바로 의인인 것입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씀하지 마십시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닙니다. 불가능하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희망이 없다 하지 마십시오. 희망이 없던 이 길을 걸었더니 희망이 생겼고 미래가 보였습니다. 인간의 능력은 무한합니다. 그 무한한 힘만을 믿고 우리는 기약 없는 길을 출발한 것입니다.
미래가 없고, 희망이 없고, 무능과 무기력에 대한 자조와 자학이 난무했던 1960년, 한 군인출신 애국자가 나타났습니다. 그가 미래를 열어주었고, 희망을 보여주었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국가가 어려우면 누군가가 나서야 합니다.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누군가가 나서야 합니다. 47년 전엔 박정희가 나섰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는 우리가 나섰습니다. 박정희의 뒤를 이어 우리가 나선 것입니다. 우리가 바로 미래요 희망이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는 혁명세력입니다. 바로 위대한 박정희의 후예들인 것입니다.
2007.2.21
609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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