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교도 지역에 가서 자기종교를 퍼뜨리겠다고 하는 것은 순교를 전제로 한다.
더더구나 다른 종교를 배격하기로 이름난 곳에서는 말이다.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들어온 것도 많은 순교가 수반되었다.
위험한 곳에 가지 말라는 것은 "위험에 빠졌을 때 구해주지 못한다"는 뜻이고,
가지 말라는 위험한 곳에 가겠다는 것은 "위험에 빠지더라도 구하러 오지 말라"는 뜻이다.
나는 전쟁을 겪어보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든다.
동료를 배신하는 게 가장 나쁘지만, 그 배신의 원인제공 요인 두가지가 얼른 떠오른다.
하나는 지뢰 등으로 부상을 입어서 동료에게 힘이 되어주지는 못할 망정 짐이 되어주는 상황이다.
차라리 죽어버리면 슬픔으로 끝나지만, 다치면 버릴 수도 죽일 수도 없고, 보살피기엔 너무 부담스럽다.
다른 하나는 포로가 되어서 서로가 고통을 겪는 경우이다.
전시에 가장 큰 노획물은 포로이다.
정보제공 가치, 위협을 이용한 엄폐물로서의 가치, 상대방의 사기저하, 분풀이 보복, 실전 교보재...
포로의 가치는 무한하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포로가 되는 것이다.
오죽하면 비록 읽어보지 않았지만 "제네바협정" 어쩌고 하겠는가 말이다.
오죽하면 포로가 될 위험이 있는 협상을 하러갈 때 자살용 극약을 준비하겠느냐 말이다.
람보도 포로가 되면 모르모트 신세가 되는데, 민간인들이야 오죽 하겠는가.
모르긴하되 전투 당사자인 군인이 적에 잡히면 포로지만,
적대의사가 없는 민간인의 경우엔 "인질"이라고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 아프간 한국인 인질사태를 보고, 가장 기분 나쁜게 있으니,
첫째, 어린이 유괴처럼 사태를 모르고 본의 아니게 인질이 된 경우는 도리가 없지만,
분명히 아프간 지역의 위험성과 이교도를 적대시하는 그들의 습성을 뻔히 아는 사람일 텐데,
왜 무모하게 갔느냐는 것이다.
둘째, 종교적 신념이 너무 확실하여 위험하니 가지 말라는 곳에 굳이 가는 사람은
우선 자기 나름대로 위험을 극복할 방호대책(호신무기, 생존수단, 연락수단 등)이 있든지,
그게 아니면 위험을 스스로 감수할 마음가짐이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겨서 선교하든지 죽어서 선교하든지 양자택일의 상황임을 모른단 말인가.
그게 아니면 거저 그들보다 잘산다는 우월감으로 부러움을 유발시켜 선교하려 했단 말인가.
종교? 으뜸된 가르침!
이 "으뜸"은 이기거나 죽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다른 으뜸된 가르침이 있는 곳에서는,
더더구나 그 다른 으뜸된 가르침이 포악한 곳에서는....
결론적으로,
이번 사태는 웰빙정신으로 선교하려던 안일한 자세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웰빙선교"하는 자들이여 제발 북한에 선교하는 사람들로부터 "유격선교" 좀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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