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부가 정리되면 노가다 곤조가 어떤건지 너희 넘들 모를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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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전에 근무했던 사무실에서 직원들의 구두를 매일 수거해 유리알처럼 반짝반짝 광을 내준 P란 구두닦이 사내가 있었다. P는 하루도 빠짐없이 정한 시간에 자신의 업무를 수행했고 사무실 직원들과 친해지면서 직원들의 회식자리에도 곧잘 참석하여 격의없이 어울리곤 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P의 성실하고 우직한 태도에 끌려 그를 호의적으로 대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오후, 버스를 타려는데 뒤에서 왠 남자의 욕설이 들려왔다. 그 음성이 귀에 익은 것이어서 뒤를 돌아보니 P가 어떤 여인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주먹으로 마구 때리며 욕을 하고 있었다. 구경꾼들은 P의 난폭함에 겁을 먹어서인지 아무도 말리려 들지 않았다. 사연은 알 수 없지만 여인의 모습이 너무 측은하여 그냥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내가 P에게 다가가서 그의 어깨를 가볍게 흔들며“어이, 이 사람아 이게 뭐하는 짓인가?”하고 점잖게 타일렀다. 나는 그때 P가“아이고, 여긴 왠일이십니까?”하고 몹시 계면쩍어 할 줄 알았다. P가 그랬을까? 아, 아니었다. 놈은 이렇게 외쳤다.“넌 뭐하는 새끼야!”이런 망할... 아니 내가 저를 알고 지가 나를 아는데 '넌 뭐하는 새끼야'라니?
어제(13일), 이장춘이 '정동영 지지' TV찬조 연설을 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나는 느닷없이 P가 떠올랐다. 그때의 황당한 느낌 그대로였다. 김혁규가 이회창을 지지한다고 선언했을 때도 혼자 실소를 터뜨렸지만, 이번 이장춘의 헤프닝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조갑제 닷컴'에 글을 기고하던 보수인사가 난데없이 왠 '정동영지지'인가? 그것도 'TV찬조연설'씩이나?
아무리 대선을 앞둔 '철새들의 계절'이라지만 이건 정말 해도 너무 했다.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에 대해 눈을 가리고 평화를 구가하는 것은 거짓말" 이라고 주장했던 이장춘이 어떻게 김대중의 햇볕정책을 그대로 계승할 정동영의 당선을 위해 찬조연설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장춘은 그 이유가 '진실이 신념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그 대목에서 이장춘이 김경준에 이은 '제3의 김대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가 이명박에게 받았다고 주장한 명함도 허위사실이란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가 만약 명함과 관련된 자신의 주장이 진실이었다면 그는 그 한가지 사실만 주장하면 된다. 자신의 사상이나 신념과 완전히 어긋난 정동영을 지지하면서까지 그런 주장을 내세울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요컨대 그의 명함발언은 김경준의 이면계약서와 같이 이미 기획된 연출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 전 대사는 이명박 후보와도 안면이 있어 이 후보 쪽에도 접근을 시도했으나 그의 평판과 전력이 마땅치 않다고 판단하여 거리를 두었었다" 며 "신당의 배후 조종에 의한 것이 분명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즉 이명박 쪽으로의 줄서기에 실패하자 앙심을 품고 정동영 쪽으로 돌아섰다는 추론인데, 이 역시 김경준의 기획입국과 관련하여 대선이 끝나면 그 전모가 밝혀지리라 본다. 이장춘이 만약 자신의 말이 진실이며 그래서 이명박의 거짓을 징벌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그는 이회창 쪽으로 돌아섰어야 옳았다. 그게 정상이고 순리다. 그런데 정동영? 공작정치의 썩은냄새가 진동하지 않는가?
이장춘은 정동영지지 TV찬조연설에서 "내가 문제의 명함을 공개한 날(11월 22일), 이명박 후보가 내게 전화를 걸어 '친구끼리 그럴 수 있느냐? 경상도 사람끼리 그럴 수 있느냐?'고 따졌다"며 자기는 그런 이명박에게 "나는 내 자식이라도 뻔뻔스런 거짓말을 하면 목을 쳐버릴 사람인지를 몰랐냐고 반문했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런 이장춘에게서 "넌 뭐하는 새끼야!" 라고 외쳤던 P의 뻔뻔스러움을 보았다. 내가 너를 알고 네가 나를 아는데 이 무슨 철면피같은 짓인가? 이명박이 실제로 그랬다면 그것은 친구에 대한 서운함을 표현한 것이지 거짓을 은폐하기 위한 게 아니다. 그런데 이장춘은 마치 이명박이 거짓말을 해서 그의 목을 쳐버렸다는 듯이 말하고 있다. 그것도 버젓이 TV연설을 통해서 말이다.
검찰의 정밀한 수사를 통해 BBK, 도곡동 땅, 다스의 실소유자가 모두 밝혀졌다. 이제와서 출처불명의 명함 한 장 디밀며 또 다시 국민들의 눈과 귀를 속이려드는 무리들은 반드시 단죄를 받게 될 것이다. 이미 게임은 끝났다. 그런데 왜 끝까지 사서 매를 맞고 개망신을 당하려드는지 당췌 알수가 없다. 참 한심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그러니 이게 육갑질이 아니고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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