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자유게시판 > [당선무효] 노무현과 노사모들 보아라

基長(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의 총회장과 한신대학의 전신인 한국신학대학의 학장을 지낸 초동교회 趙香祿(조향록·83) 원로목사 댁을 찾았을 때, 趙목사는 옆집 할아버지 같은 친근한 모습으로 맞아 주었다.

「基長」과 「한신」이 주는 강한 이미지 때문에 나도 모르게 가졌던 趙목사에 대한 선입견이 아파트에 들어서는 순간 푸시시 사라졌다. 基長은 기독교 내에서 가장 진보적인 교단으로 꼽힌다. 基長 교단 소속 한신대학 역시 민주화 운동 시절 가장 격렬하게 저항했던 학교이다.

趙香祿 목사는 1997년에 자서전을 집필하던 중 고혈압으로 쓰러져서 한 달 보름 가량 병원에 입원했었다. 퇴원한 뒤 1년여 동안 정신 집중이 잘 안 되고 책을 보는 것도 어려웠으나 지금은 건강이 아주 좋은 상태이다. 귀가 좀 어두워져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 외에 불편함이 없다고 한다.

趙목사는 자녀들의 권유로 자서전 집필을 계속해 2000년 10월에 「八十自述」을 펴낸 바 있다. 부인과 단 둘이 지내는 49평 아파트는 매우 정갈했다. 趙목사는 매주 일요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초동교회에 올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경기도 남양주시 자택에서 지낸다.

광복 이후 기독교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한경직, 김재준, 송창근 목사가 세상을 떠났고, 그분들의 제자인 趙香祿, 강원룡 목사가 현재 기독교계 최고 원로이다. 기독교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면 반드시 趙香祿 목사의 이름이 들어갈 만큼 교계에서 어른으로 대접받고 있다.

―지난 9월에 기독교 정당을 만들자는 논의가 있었더군요.

『그런 논의가 있었으나 다들 찬성하지 않았어요. 정치현실이라는 건 가변적이에요. 성직자들이 개인의 의견을 말할 수는 있지만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결정적인 대답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기독교 2000년 역사 동안 정치에 참여했던 경우가 많은데 성공한 예가 별로 없어요. 국민의 80∼90%가 기독교인이 된다 해도 정치와 종교는 한계를 지켜야 합니다』

―기독교內에 親北的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1945년 11월 초순에 기독청년회를 조직했어요. 농촌진흥청장을 한 이태연씨와 경상남북도를 맡아 순회했어요. 경북지역에 가니까 도위원장을 비롯해 인민위원회에 참여한 사람 가운데 다수가 기독교인이었어요.

강연하면서 「공산당은 안 된다」고 외쳤지요. 이 사람들이 여운형 선생 계열이었는데 박헌영 세력이 이들을 흡수하면서 呂선생을 제외시키는 바람에 이 사람들이 그대로 따라가게 된 거지요. 6·25 전쟁이 나자 이 사람들이 보도연맹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했지요. 그런 사람들의 후손들이 북한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어요. 지식인들 가운데 일부가 북한에 대한 맹목적인 동경과 동정을 갖고 있어요. 한국 지식인들이 잘 판단해야 합니다. 북한은 사회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닙니다. 아들에게 정권을 세습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反정부 데모에 가장 앞장선 대학이 한신大인데, 한신大 내에도 좌파 세력이 많이 침투했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예전에 나는 한신大의 극렬 투쟁을 절대 반대했어요. 「불의와 싸우는 건 좋지만 학교 문은 열고 해야 한다. 잡혀 들어가는 사람은 가더라도 남은 사람은 공부하면서 투쟁해야 한다」고 했더니 대학원생 둘이 교회 사무실로 협박하러 왔더군요. 왜 그런 말을 하느냐면서. 과격파들은 교문 닫고 정치투쟁하자고 했었죠. 얼마 후 학교에서는 나를 한신大 학장으로 선택했는데 난 안 가겠다고 했지요. 결국 1976년에 부임해서 6년 동안 봉사했는데 교수들이 협조를 잘 해줘서 일하기가 수월했죠』

―목사님이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 어떤 성향을 갖고 계신지요.

『나는 좌파니 우파니 그런 거 없어요. 모든 걸 수용합니다. 나는 변함이 없는 가운데 조금씩 성장해 나왔지요. 기본적인 것은 꼭 지키고 나가자는 주의지요. 역사는 쌓이기 때문에 배울 점은 배우고, 바꿀 것은 바꿔 나가야지요. 종교개혁은 「근본으로 돌아가자. 나쁜 가지를 전지하고 다시 시작해 보자」는 겁니다. 교회개혁이라는 건 항상 교회가 출발했을 당시 초대교회 예수님께로 돌아가는 겁니다. 신학의 조류도 항상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신학자가 오늘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는 게 정당한가를 늘 생각해야죠』

남한內親北 세력은 첫 번째 숙청 대상

趙香祿 목사는 함경남도 북청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4년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허리가 부러지도록 농사일을 하던 그는 선교사의 도움으로 18세에 성경학원에 들어갔다. 그 후 한신대학의 전신인 조선신학교에 입학하면서 서울에 오게 되었다. 조선신학교를 졸업한 뒤 함경남도 풍산읍 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하던 그는 1945년 9월 말, 한탄강을 넘어 월남했다.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까.

『한 번도 안 갔어요. 초청도 없었고 가고 싶지도 않아요. 나는 북한과 공산주의를 잘 알아요. 통일원 고문도 오래 했고 10년 동안 통일정책자문회의 종교분과위원장을 했어요. 국내외 학자들의 통일 논의에도 많이 참여했지요. 공산주의 초기에 金日成이 북한 지도계급에 있던 사람들에게 6·25 전쟁 책임을 뒤집어씌워서 그들을 다 죽였어요. 그 다음에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주체사상을 만들고, 金日成 왕조를 만들었지요. 나는 광복 전에 일본 사람이 번역한 「칼 마르크스 자본론」 전권을 다 읽었어요.

유태인인 칼 마르크스는 헤겔에서 힌트를 얻어 원시사회, 농경사회를 지나서 초기 자본주의 산업사회 뒤 마지막 공산사회로 간다고 했지요. 공산사회가 되면 세상이 편안해서 더 바뀌지 않는다고 했는데, 유태인들이 하나님 나라 되면 다 된다는 얘기와 똑같아요. 과학적인 역사라면 공산사회에서 머물러 있다는 게 우습지요. 공산사회가 된 다음 더 나가야지. 그 사람의 단정이지 역사의 단정이 아닙니다. 객관성이 아닌 주관적인 논리지요. 자본론을 보면 그런 결점들이 무수히 드러납니다』

趙목사는 사회란 두부 모처럼 딱딱 구분되는 게 아니라 복합적이라는 걸 강조했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고, 때로는 지극히 작은 변수가 큰 걸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산주의 이론을 자세히 알면 모순투성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습니다. 레닌이 조금 더 수정을 한다고 여러 가지 방법을 가미했는데 그런 이념을 정치화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야 돼요. 해방 후 일본에서 공산주의 이론을 공부한 사람들과 토론도 했는데 그때도 내 입장이 있었어요. 누구든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빨려들지 않아요. 공산당은 실패하게 되어 있어요』

趙香祿 목사는 요즘 우리 사회에 난무하고 있는 단어와 캐치프레이즈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혁명」인지 「개혁」인지 「개선」인지 알 수 없는 두루뭉수리를 언론과 지식인이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혁명은 완전히 뒤집어엎고 뿌리 뽑는 거지요. 인류가 수천 년간 내려오면서 쌓은 것은 거저 된 게 아니에요. 역사라는 건 생명체입니다. 생명은 뿌리를 뽑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개혁하자는 얘기는 혁명하고 싶은데 그 말을 못 해서 하는 말입니다.

좌익 사상을 가진 사람들은 한국이 하는 일은 다 나쁘다고 인식합니다. 대한민국을 다 없애 버리면 북한밖에 안 남아요. 여기 있는 공산주의자는 대한민국을 박살내는 게 목적입니다. 북한은 박살 낼 때까지 뒤에서 슬슬 조정하지요. 그렇다고 좌익인사를 북한에서 용납할까요? 거기 가서도 반항할 거 아닙니까? 그 사람들은 첫번째 숙청대상입니다. 해방 직후에 북한을 지배하던 사람들은 높은 교육을 받은 수재들이었어요. 하지만 다 숙청됐어요』

金正日 정권 2~3년이 고비

在獨 사회학자 宋斗律씨 처리 문제를 놓고 이견이 분분한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무슨 큰 인물처럼 떠드는데 형편없는 사람입니다. 학문은 무슨 학문이에요. 아무것도 없는데, 그걸 우상으로 만들고… 여기 와서 살고 싶으면 그동안 한 일에 대해 죄를 졌다고 사과해야죠. 북한이 좋으면 거기 가지 여기 뭐 하러 옵니까. 옛날에 문익환 목사에게도 거기가 좋으면 거기 가서 살라고 말했어요. 친구니까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불쌍한 사람들이죠. 난 소위 좌파라는 사람들을 크게 보지 않아요. 나와 맞지 않지만 큰 학문적 기초가 있거나 사상적으로 확고한 입장이라면 그대로 존중도 하겠지만, 그저 저널리즘입니다.

우리나라의 좌경주의자들은 공산주의 세포는 아니겠지만 학문도 제대로 못 하고 거들먹거리고 다니는 사람들입니다. 부모에게 얻어 먹고, 마누라에게 일 시켜서 얻어 먹으면서 허튼소리하는 자들이지요. 허깨비에 끌려 다니고 있어요. 송두율은 사과받을 필요도 없고 「나가서 니맘대로 살아라」하고 추방시켜야 해요』

―북한이 核을 만들겠다고 하여 한반도에 긴장이 일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앞날을 어떻게 전망을 하십니까.

『궁극적으로 크게 걱정은 안 해요. 한반도의 운명은 주변국가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어요. 주변국가는 자기 나라 중심으로 관심을 두지요. 그것이 우리의 이익과 같을 때는 행복하지만 같지 않을 경우도 있단 말이죠. 대통령이 어디로 끌고 가려고 해도 마음대로 안 돼요. 최악의 경우 남한이 공산화된다고 해 봐요. 일본이 부산 앞바다에 공산당을 그냥 둘 거 같소? 중국과 러시아가 좋아할까? 金正日이가 별 짓을 다해도 2∼3년 밖에 안 남았다고 봐요. 金正日이 쫓겨나고 북한 정권이 몇 차례 변화하다가 머물지 모르지요』

―金正日이 2∼3년 안에 무너진다는 건 어떤 근거에서 말씀하시는 건가요.

『미국이 북한 피난민을 받겠다고 했어요. 정권 무너지면 그 사람들 데려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군사적이건 정치적이건 2∼3년 이상 핵문제를 연기시킬 수가 없어요. 미국은 핵문제보다도 민주화 방안을 생각하고 있어요

결정적으로 2∼3년 안에 전환되는데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발언권이 거의 먹혀 들어가지 않아요. 주변 네 나라가 공동관리할 겁니다. 신탁통치하듯이. 민주화되어도 통일은 쉽게 못 합니다. 그걸 알아야 돼. 이 정부의 큰 잘못이 거기 있어요. 다른 건 상관없어요. 분단시켜 놓으면 또 한 세기 갈지도 모르죠』

파병 반대자의 저의 파악해야

趙香祿 목사는 現 정부가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매우 애석해했다.

『주변 4强 체제가 통솔하고 나가는데, 우리가 어떤 쪽과 손을 잡아야 하나 그걸 생각해야 돼요. 한반도 이익을 위해 통일을 지향할 때 유리한 선택은 첫째 미국입니다. 미국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을 돕지요. 미국의 이익에 반대되면 언제든 뒤집어집니다.

과거 100년 역사 속에서 그랬어요. 당연한 일입니다. 미국과 친하면 민족정신을 버리는 것 같고 주체사상이 없는 것처럼 말하지만, 그건 거짓말이고 선동입니다. 우리의 이익을 위해 미국과 같이하는 데 필요한 게 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미국이 4강 체제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어요. 21세기에 세계를 주도할 맹주인 미국과 손잡게 된 건 행운 중의 행운이지요. 최대한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가요.

『우물쭈물하지 말고, 이익이 얼마 날까 그런 거 따지지 말고, 바로 파병해야 합니다. 朴正熙 대통령 때 나는 월남 파병을 찬성했어요. 6·25 때 16개국이 UN의 이름으로 와서 도와준 걸 생각해야 합니다. 세계의 도움을 받아서 위기에서 살아났어요. 미국이 우리를 지켜 주니까 우리도 보내는 게 당연합니다. 남의 신세 지고 앉아서 먹어요?』

―대량 살상무기도 나오지 않았고, 석유전쟁인데 파병할 명분이 있느냐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저의가 뭔지 생각해야 합니다. 인권이 짓밟히고 독재정권이 센 곳이라면, 자유를 숭상하는 세계 각국에서 나설 때 우리도 힘 닿는 데까지 도와야지요』

趙香祿 목사는 「북한 정권에 대한 향수를 가진 사람」들을 우려했다.

『그 사람들은 남한의 모든 정권은 미국의 앞잡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자본주의는 약소국가를 착취하고 억압하고 자주권을 방해한다고 선전하지요. 그런 일면도 있겠지요. 그 사람들은 북한이 소련군까지 내보내고 주체사상을 가진 걸 대단히 높게 평가하지요. 지난 정권과 現 정권은 성조기를 불태우고 자주적으로 살아보자는 사람들과 동지의식을 갖고 있어요. 21세기 한반도의 위치를 보세요. 「주변국가는 민족자주를 해치니까 우리 혼자 살겠소」 해서 살 수 있는 위치냔 말이지. 정치란 국민을 잘 살고 잘 먹게 하는 건데, 자기 물건은 세계 각국에, 미국에 팔면서, 정신 없는 짓을 하고 있어요.

중국과 소련이 미국보다 역사가 짧습니까? 중국과 소련이 주체사상이 없어서 미국에게 「예, 예」하고 UN에 가서 손 들라면 손 듭니까? 자기에게 이익이 있으니 그렇게 하는 겁니다. 일본 같은 맹독한 나라도 기회만 보고 있다가 이익이 될 거 같으면 염치불구하고 딱 달라붙는다고. 자기 유익이 있으니까』

군인 출신 대통령들이 더 잘했다

趙香祿 목사는 1945년 9월에 월남한 뒤 강원룡 목사와 함께 선린형제단이라는 신앙동지 조직을 결성한 이래로 다양한 사회활동을 펼쳤다. 초동교회를 맡아 목회를 하면서 기독교 관련 일도 많이 했지만, 한국재해대책협의회 부회장, 앰네스티한국위원회 위원장, 평화통일자문회의 종교분과 위원장, 생명의전화 이사장, 자유지성 300인회 통일연구위원, 汎교단남북교류추진협의회 회장, 기업윤리헌장 심의위원 등의 일을 했다.

―여러 대통령을 다 거치셨으니 어떤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였는지 다 아실 것 같아요.

『민간 출신 대통령보다 군인 출신 대통령 때가 나았어요. 朴正熙 대통령과 全斗煥 대통령이 잘했어요. 朴대통령이 경공업을 하다가 자주국방을 해야겠다는 강력한 생각을 가졌지요.

그 다음에 들어선 全斗煥 대통령은 소대장부터 장군까지 했으니 사람을 쓸 줄 안단 말입니다. 진실한 사람을 앉혀서 설명 듣고 옳으면 밀어 준단 말야. 지휘관을 해본 사람들은 그걸 알아요. 두세 가지 案(안) 가운데 좋은 안이 결정되면 그대로 밀어요. 88 서울올림픽을 얼마나 반대했습니까. 한국이 세계사에 문을 연 것은 6·25 전쟁과 88서울올림픽입니다. 6·25는 불행한 일이지만 세계에 문을 연 기회가 되었지요』

朴正熙 대통령이 유신체제를 출범시키자 1970년대 중반 趙香祿 목사는 김지하 詩人, 법정 스님, 한승헌 변호사 등과 함께 「민주회복추진협의회」를 조직하여 유신체제 철폐 汎국민운동을 전개한 경력도 있다.

―朴正熙 대통령 시절에 저항운동을 많이 하셨죠.

『朴正熙 정권이 5·16을 일으켰을 때 끝까지 저항했어요. 1973년 10월에 육영수 여사가 교회로 두 번 전화해서 「영감님이 점심식사나 함께 하자고 하는데 시간 좀 내달라」고 했는데 거절했어요. 지금 생각하니 괜히 고집을 피운 것 같아. 만나서 할 말 다했으면 될 텐데. 민주주의를 하려면 선거를 해서 임기를 마친 뒤 남에게 넘기는 관례를 만들어야 하는데 李承晩 박사가 그걸 못 했지요.

그 다음 정권이 생겼는데 朴장군이 9개월 만에 엎어 버리니 민주주의를 못 하는 백성이 아니냐, 그런 생각 때문에 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육여사가 세상 떠나고 朴대통령까지 세상 떠난 뒤 많은 충격을 받았어요. 농촌을 발전시키고 조국을 근대화시키는 과정에서 한국 역사는 朴대통령의 공로를 잊을 수가 없어요』

물러가라고 데모하던 대학에 종합대학 허가 내어준 朴대통령

趙香祿 목사는 1976년부터 1980년까지 한신大 학장을 지내는 동안 한신大는 격렬한 反정부 시위를 벌였다. 趙목사는 그런데도 朴正熙 대통령이 한신大에 종합대학 인가를 내주었다며 「통 큰 양반」이라고 평했다.

『내가 한신大 학장을 지낼 때 종합대학교를 인가받는 게 우리 교단의 꿈이었어요. 당시에는 신학과밖에 없었지요. 당시 전국 대학들 가운데 한신대학만 유일하게 反정부 데모를 했어요. 데모하면 朴대통령이 밤 9시까지 사무실에 앉아 수습되었는지 물었다고 해요. 내 임기 중에 반드시 종합대학 인가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하여 돈도 없고 땅도 없으면서 서류를 냈어요. 서류를 내면서 차관에게 「이렇게 설명을 해달라. 그래서 안 되면 유감없다」며 메모를 써서 줬어요.

뭐라고 썼느냐면 「밤낮 당신 물러가라고 데모하는 학교에서 낸 서류니 반려해도 원망은 하지 않겠다. 한국의 민족사와 기독교 역사 속에서 基長이라는 교단과 한신대학이 가진 유니크한 역사가 있다. 한민족의 장래를 위해 이 대학에서 인물을 키워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할 큰 꿈을 갖고 있다. 이것을 옳게 생각하면 허락해 달라」 그런 내용이었는데 당시 수석비서관이었던 高建現 총리가 보고를 했다고 하더군요. 그 메모를 보고 마음이 움직였는지 「대통령 물러가라」고 데모하는 학교를 종합대학교로 인가해 줬어요』

막상 인가가 나자 학교에서 오히려 당황했다고 한다. 아무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덜컥 인가가 났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 후에 朴대통령이 세상을 떠나게 되어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 했어요. 살았으면 「여보, 그때 무슨 심사로 허가했소」라고 물어봤을 텐데』

1980년 8월6일에 교계 지도자 23명이 모인 가운데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한 조찬기도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全斗煥 상임위원장이 참석하는 바람에 후일까지 논란이 되었다. 기독교의 한 목사는 이 자리에 참석한 목사들을 반란방조 혐의로 대검에 고발까지 했고, 全斗煥·盧泰愚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었을 때 기독교 일부 인사들은 참석 목사들에게 참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조찬기도회 참석을 두고 논란이 많았는데, 어떤 심정이셨는지요.

『말도 안 되는 소리지요. 군목실에서 기도회를 한다고 연락이 와서 갔어요. 어려운 때에 나라를 위해 기도하자는데 그걸 안 합니까? 그날 全斗煥씨를 처음 봤어요. 그때 군인들이 여러 분 왔었어요. 남북통일에 대해 기도해 달라고 해서 그 기도를 했는데 무슨 소립니까』

趙목사는 당시 참석한 목사들이 반란방조 혐의로 고발되었던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金泳三前 대통령은 교회 장로인데 특별한 친분이 있습니까.

『잘 알지요. 광복 직후에는 20代 가운데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얼마 없었어요. 직접 몰라도 한두 사람 거치면 다 알지요. 金泳三씨도 서울大는 나왔지만 그때 공부를 할 처지가 못 됐지요. 그래도 우리나라가 발전한 건 국민들의 바닥이 튼튼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관료조직과 산업계에 엘리트가 많아요. 국민이 떠받치고 이끌어 가기 때문에 지금 이만큼 된 겁니다』

1994년 金泳三前 대통령이 金日成과의 頂上회담을 위한 방북을 앞두고 종교계 대표들과 면담을 할 때 趙香祿 목사도 그 자리에 참석했다. 그날 趙목사는 金泳三 대통령에게 「金日成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만나야 한다」며 가나안농군학교 김용기 장로가 들려준 얘기를 전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통일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金日成을 가장 먼저 만난 분이 呂運亨 선생입니다. 1947년 초쯤에 呂運亨 선생이 북한에 갈 때 김용기 장로도 함께 갔어요. 열흘간 체류했는데 마지막날 밤에야 金日成을 만났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는데 김용기 장로가 기가 막히더랍니다. 중대한 민족문제를 나눠야하는데 잘 먹고 가란 얘기밖에 안 되니 말입니다.

당시 30代 초반이었던 金장로가 자기는 농민 대표고 배운 게 없다고 말한 뒤 「내가 이남에서 들으니 金日成 장군님은 가짜라고 하던데요』라고 불쑥 찔렀답니다. 그러자 金日成이 「아, 가짜면 어떻고 진짜면 어떻소. 내가 여기 앉아 있지 않소」 그러더랍니다. 그가 변명을 해야 말을 이어갈 텐데 그렇게 말하니 할 말을 잊었다는 겁니다. 당시 30代였던 金日成을 직접 만나 보니 보통사람이 아니더랍니다. 결국 그날 呂運亨 선생이 아무 말도 못 했고, 다음날 보따리 싸서 돌아왔답니다. 내가 金泳三 대통령에게 「그런 사람인 줄 알고 가십시오」라고 말했지요』

『1980년에 만난 金大中씨는 좌경사상에 기울고 있었다』

趙香祿 목사는 金大中前 대통령이 결혼할 때 주례를 섰다. 趙목사가 이끌었던 선린형제단에 서울사범대학 학생이었던 이희호씨가 열심히 참여한 게 인연이 되었다. 결혼식날 金大中씨를 처음 봤다고 한다.

『朴대통령이 세상 떠나고 한 달쯤 지났을 때 金大中씨가 나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해요. 그래서 그 집에 가서 세 시간 동안 단 둘이 얘기했어요. 얘기를 들어 보니 감옥에 있으면서 좌경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쓴 책을 많이 읽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상당히 그쪽에 경도되어 있었어요.

그 사람이 「교회가 왜 이래요」라고 얘기해요. 자기들의 민주투쟁에 지원을 안 하는 것뿐만 아니라 교회가 왜 제 모습을 갖지 않느냐는 식의 얘기를 하더군요. 난 직감으로 그 말이 어디서 나온 건지 알았지요. 그 당시 일본을 거점으로 하면서 북한하고도 연결하는 세력이 있었는데, 국내 기독교 지도자들과도 연결되어 있었어요. 그 사람들이 쓰는 용어가 있어요. 그쪽에서 책도 발간했는데 禁書였지요. 그걸 거기서 듣고 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내가 「여보시오, 교회 문제는 당신보다 내가 더 잘 알지 않소. 교회 문제는 책 한 권 읽었다고 되는 거 아니니 아는 체하지 마시오」하니까 딱 말을 그치더군요. 영리한 사람이니까. 그러면서 나를 거리를 갖고 대하려고 하더군요.

당시 유학시절 민주화 운동 전력 때문에 귀국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일본에 많이 있었어요. 일본 기독교의 일부 세력이 북한과 연결되어 있을 때였죠. 1978년 말경에 회의가 있어서 일본에 갔는데 내가 아는 후배가 東京에서 하루 쉬었다 가라고 해요. 회의 끝나고 가 보니 호텔에 여섯 명이 모였어요. 정부를 타도하는 투쟁에 참여하라고 종용하더군요. 내가 국내에서 NCC, 교회협의회, 교계와 관계하여 주요한 역할을 하는데다 한신大 학장으로 일하고 있으니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한 거지요. 그래서 내가 「교회는 정치투쟁하는 데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가깝게 지낼 수 있지만 나는 참여할 수 없다. 공산주의와는 제휴 못 한다. 나는 눈 감을 때까지 공산당과 손잡는 건 안 한다」고 얘기했어요』

「현재 KNCC는 어떤가」 하는 질문에 趙목사는 이렇게 답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교회의 좌경세력들이 정치권으로 많이 흡수되어 이제 그런 문제에 대한 걱정은 없습니다. 金大中 정권에 많이 갔고, 학교로 가서 이사도 한 자리씩 하고 있지요. 극렬한 사람이 몇 명 있어도 이제 교회 안에서 발언권을 얻기 힘들어요. 그동안 그들을 엄호하던 목사들도 이제 다 그만두었어요』

趙목사는 1980년 당시 金大中씨에게 해외로 나갈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그동안 민주화 투쟁을 하느라 힘들었으니 몸도 쉴 겸 나가라. 지금도 당신을 공산당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니 외국으로 나가라」고 했어요. 그리고 「金泳三씨나 金鍾泌씨에게 절대로 같이 한다고 하지 말아라. 독자적인 정당을 하면 3분의 1은 오지 않겠나. 그것만 갖고 있으면 연립정부도 만들 수 있고, 연립정부 만든 뒤 나앉을 수도 있다. 새로 정권 만들어 봐야 며칠 가겠나. 추종세력이 3분의 1이니 혼자 하라」는 충고를 했어요』

趙목사는 그 자리에서 이런 얘기도 꺼냈다고 한다.

『내가 金大中씨를 만나기 20일 전쯤에 金大中씨가 평창동 올림피아 호텔에서 경북에서 올라온 좌익 대표를 몇 명 만난 일이 있었어요. 「우리가 당신을 지지하겠다. 제휴하겠느냐」고 의사를 타진하러 온 것이지요. 그 자리에 동석했던 변호사가 내 친구였어요. 좌익을 싫어하는 사람이었지요. 친구에게서 그 얘기를 듣고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보도연맹 쪽과 합쳐서 그 가족들이 다 찍으면 전국적으로 300만표는 될 겁니다. 내가 金大中씨에게 「그것이 도움도 되고 큰 손해도 될 거다. 조봉암을 봐라 어림도 없지 않았느냐. 그것 때문에 목숨을 잃지 않았느냐. 조심하라」고 말했죠. 아무 말도 안 하고 듣기만 하더군요』

1980년 4월경에 金大中씨는 한신대학 강연회를 필두로 전국 강연회를 시작했다. 趙목사는 金大中씨가 한신대학에서 강연한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을 통해 알았다고 한다.

『청천벽력이었죠. 교무처장에게 물어보니 자신도 금시초문이라는 겁니다. 학교 내에 운동권 세력이 많으니 걔들을 앞장 세워서 치고 들어온 거죠. 내가 자신의 주례를 서 준 사람이고 감옥에 있을 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준 사람인데, 나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그럴 수가 있습니까. 학교에 공식적인 연락을 하지 않고 강도처럼 들어와서 강연을 했어요. 정치 패거리가 허락도 없이 학교로 들어왔으니 내 책임이라고 생각되어 바로 사표를 냈지요. 그날부터 학교에 안 나갔어요. 이사회와 총회, 교수회에서 찾아왔지만 다시 학교에 나가지 않았어요. 4개월 후인 8월에 사표가 수리됐지요. 절차를 밟지 않고 기습적으로 하는 게 바로 공산당 수법이지요. 나는 천하를 줘도 不義한 일에 참여할 수 없어요. 절차를 밟지 않고 그런 일을 한 걸 보고 그 후 다시는 만나지 않았어요』

공산권 접촉은 보수 측이 해야 성공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햇볕정책이란 말부터 잘못됐어요. 진상을 다 알고 있는데 무슨 햇볕입니까. 너는 얼음장이니 내가 불을 들고 왔다고 하면 기분 좋겠습니까? 金正日을 만나는 것은 양면이 있어요.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좋든 싫든 金正日을 만나야 하고, 이야기도 할 수 있어요. 동시에 38선을 넘어와 한반도를 쑥밭으로 만들고 수백만 동포의 생명을 잃게 한 정권의 후계자라는 것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金正日은 원수 중의 원수입니다. 그 사람 손에서 얼마나 숱한 사람이 죽었습니까. 재판도 안 하고 죽입니다. 깡패두목입니다. 지금도 휴전선에 全군대의 70%를 배치시켜 놨어요. 동포를 향해서 무력을 집중시켜 놓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金正日을 만나면 그 이상 위험한 일이 없지요. 국민의 지지를 받아서 대통령이 되었으면 국민의 재산과 국가를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趙香祿 목사는 2000년 4월 金大中 대통령의 방북을 앞두고 문화일보에 이런 글을 썼다.

<…남북통일의 민족적 대업을 진행시켜 가야 하는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한 제약이 그의 뒤를 잡고 있다. 그의 진보적인 정치이념 및 개혁적 성향과 일부 급진적 추종자들의 과격한 언동 등으로 남북관계에 관한 한 그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 인식이 일부 국민에게 깊이 심어져 있다. 이것은 통일정책의 차이에서만이 아니라 인식과 신뢰와 선입관에서 생겨진 불행한 현실이다>

그래서 趙목사는 남북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야당과 충분한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소련과 중국의 빗장을 연 미국 대통령은 레이건과 닉슨입니다. 보수 우파 성향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공산당이라면 펄펄 뛰는 미국 사람들도 당시 아무런 동요가 없었어요. 제일 좋은 건 「울트라 보수」가 국민의 동의를 얻어 공산권과 접촉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죠. 그래서 야당을 지지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는데 결국 안 되었죠』

―金大中前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그 사람은 누구도 믿지 않고 자기 혼자 해야 좋고, 여유가 없어요. 그 밑에 돕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배반당하고 내쫓기고 했지요. 「무식영웅」이라는 말이 있어요. 학문도 그렇잖아요. 많이 공부한 큰 학자들은 결정적인 대답 안 하거든. 학생들이 되지 않은 질문을 해도 「그럴 수도 있지」그런 정도로 답하죠. 실력이 없어서가 아녜요. 설익은 사람은 딱 이거라고 얘기하죠.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배운 공식갖고 결정적인 대답을 하는 식이에요. 그 단계를 좀 넘어서야 하는데 그 단계를 넘어서지 못한 게 불행이지요』

趙목사는 1992년 金大中씨가 정계은퇴를 선언했을 때 조선일보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았다고 한다.

『다 써 놓고 안 보냈어요. 뭐라고 썼느냐면 「정치 그만둔 건 잘했다. 그만두었지만 민주화 운동의 기수로서 한국 민주주의에 큰 발자취를 남겼으니 됐다. 대통령이 돼야만 장하나. 다른 대통령을 성원하면서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것도 국가를 위해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金大中씨가 마음이 바뀔 거 같아서, 아직 안 썼다며 차일피일 미루다가 안 보냈지요. 보냈으면 나도 망신할 뻔했지』

『준비 없는 대통령을 뽑았으니 어리석은 국민』

―盧武鉉 대통령이 집권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미적거리지 말고 깨끗하게 물러나는 게 좋습니다. 4500만을 책임지는 자리지만 실수를 깨닫고, 잘못을 깨달았으면 자기로 돌아가는 게 좋습니다. 대통령 임기가 5년인데, 재신임을 묻겠다는 것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뜻입니다.

재신임을 묻겠다는 마음을 가졌다면 「미안하지만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이 자기 자신을 지키는 길입니다. 예수님이 「천하를 얻고도 자기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오」라고 말했습니다. 나를 잃어버리지 말라는 뜻입니다.

헌법에 서약하고 대통령이 되었는데 헌법에 없는 일을 하겠다면 그만두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정부가 도덕성을 지키고 깨끗한 시대를 연다고 자부했는데 측근까지 비리에 연루되었으면 그만두는 게 좋습니다. 재신임 묻겠다는 것을 정치적 술책으로 이용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盧武鉉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이 있기 며칠 전에 만났을 때 趙香祿 목사는 이미 「盧대통령은 그만두는 게 낫다」는 말을 했었다.

『盧대통령이 「대통령 못해 먹겠다」고 했을 때 내가 좀 젊었으면 공개서한을 쓰려고 했어요. 「당신이 정말 훌륭한 명물이 되려면, 못해 먹을 줄 알 때쯤 그만두면 됩니다. 선거비용 많이 써서 미안하고 갚을 길 없지만 나는 이거 못 하겠소. 나 같은 사람은 모자라서 그만두겠소 하면 세계적인 명물이 될 겁니다」라고.

대통령이 되었다고 우쭐하지 말고 트루먼 자서전과 처칠 자서전을 읽어 봤으면 좋겠어요. 못해 먹을 일이라는 걸 미리 알았으면 안 나갔으면 좋았을 텐데. 대통령이 너무 많이 드러나요. 비서진이 힘들어서 진력 났을 겁니다. 자꾸 나서서 말을 하니까. 준비가 충분치 못한 사람을 뽑았으니 어리석은 국민이지요』

趙목사는 盧대통령이 우리 국민 교양 수준에 못 미친다고 개탄했다.

『盧대통령은 점수 미달이야. 성경 다니엘서에 보면, 페르시아가 멸망할 때 마지막 왕이 벨사살이었어요. 하나님이 벽에다 글을 썼는데 그 내용이 「이 사람은 점수 미달이다」 점수가 모자란다는 뜻이었어요. 그날 밤으로 벨사살 왕이 암살당하고 나라가 갈라집니다.

盧대통령은 경남 진영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격동기에 부산에 가서 상업학교 졸업한 게 전부입니다. 시험을 쳐서 법관을 뽑는 제도는 잘못되었어요. 선진국은 법학, 신학, 의학은 반드시 대학교육을 받은 다음에 전공하게 합니다. 대학교육은 한 사회의 지도층을 형성하는 관문입니다. 우리 한국의 일반 교육 수준을 생각해 봐요. 엄청납니다. 인포메이션의 홍수예요. 가정 부인들도 다 똑똑합니다. 그런 국민을 지휘하는 데 있어서 기본적인 교육과 교양이 미흡하다는 게 첫째 점수 미달입니다. 둘째는 정치 경력이 매우 짧아요. 외국에서는 정치 경력이 오래된 사람을 인정하고 존경합니다. 盧武鉉씨는 다른 걸 했으면 성공했을 텐데 대통령이 되어서 불행합니다』

『비열한 말이 대통령 입에서 나오니… 국민이라는 게 부끄러워』

특히 盧武鉉 대통령의 언어 표현에 대해서 상당한 회의를 표했다.

『대통령은 국민이 쳐다보는 스승이고 최고사령관인데 말이라도 제대로 표준어를 해야지요. 억양은 그렇다하더라도 표준어를 구사해야 합니다. 시골 장마당에서 하는 저속하고 비열한 말이 대통령 입에서 나오니 원…. 전국의 초등학교 아이들이 뭘 보고 배우겠어요. 대통령을 뽑을 때 표준말 시험 치고서 시켰으면 좋겠어요. 절실히 느꼈어. 자꾸 나와서 얘기하니까. 쓸데없는 얘기야』

―이 정권이 계속 삐걱대는 것은 「경험이 없는 코드 맞는 사람만 옆에 둔 것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는데요.

『대통령의 자질을 알 수 있는 일이지요. 코드가 같은 사람만 뽑는 건 결국 하나가 하는 거지요. 하나만 하고, 코드가 움직이는 겁니다. 대통령만 있으면 됩니다. 정치는 사람이 하는 거지 코드가 하는 게 아니에요. 민주사회를 통치해 나가는 건 법입니다. 법이 지켜지지 않는 나라는 민주주의를 할 수 없어요. 법이 잘못되면 국회에서 고치면 됩니다. 잘못된 법이어도 법대로 해야 합니다. 대통령도 그 법을 순종해야 합니다. 얼마 전에 대통령이 「송두율을 법에서 원숙하게 처리하게 바란다」고 말했는데 들으면서 국민이라는 게 부끄러웠어요. 원숙이라는 말은 거기에 해당되지 않아요. 아이가 어른되는 게 원숙이지. 「법대로 하라. 원칙대로 하라」고 해야지. 원숙이라는 건 거기 쓰는 말이 아닙니다』

趙목사는 盧대통령이 우선순위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자리에서 프라이오리티 넘버원이 뭐냐를 생각해야 합니다. 남북문제입니다. 남북문제가 프라이오리티 넘버원입니다. 남북민족의 운명이 여기서 좌우되는 중대한 시기입니다. 자나 깨나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를 궁리해서 국민여론과 지도자들의 의견을 통합하고 외교적으로 우리 입장을 이해시키고 총력을 쏟아야 됩니다.

그런데 TV 강연이나 하고. 그거 할 만한 사람 숱하게 있는데. 대통령이 대학교수야 박사야. 그건 안 돼. 쩨쩨하게 법무장관이 할 일을 하고. 高建 총리는 정직하고 행정에 귀신 같은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 시키면 다 돼요. 걱정할 거 아무것도 없어요. 대통령이 오히려 나서서 허물을 만들어요. 쓸데없는 짓이지요.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 뭔가, 그걸 찾아서 해야 합니다. 그거 분간을 못 해요. 가치 판단에 있어서 프라이오리티의 문제를 잘 판단하는 사람이 좋은 지도자고 관리자입니다』

―盧武鉉 대통령이 다양한 사람을 기용해서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면 좋을 텐데요.

『잘 안 될 겁니다. 들을 줄 아는 사람,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머리 좋은 사람이지요』

합리적 순환 가능한 내각책임제가 유리

―盧武鉉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 해나갈 방도는 없을까요.

『그렇게 비관하지 않아요. 주변국가들이 있어서 대통령이 자기 맘대로 못 합니다. 모두들 자기 나라와 얼마나 중요한 이해관계가 있나 한반도를 직시하고 있어요. 李承晩前 대통령처럼 세계정치를 환히 들여다보는 사람도 자기 맘대로 못 했고, 朴正熙前 대통령도 자기 맘대로 못 했는데 盧대통령도 자기 맘대로 못 할 겁니다』

―대통령제에 대한 회의가 많아지면서 내각책임제를 거론하는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朴正熙 대통령이 암살당한 뒤 月刊朝鮮에서 어떤 정치체제를 닮는 게 좋은지 설문조사를 했어요. 그때 나와 백낙청, 유진오씨 등이 설문조사에 응했지요. 당시에도 나는 내각책임제가 좋다고 했어요. 북한이라는 전제가 있으니 대통령이 강력한 통수권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에서 대통령제를 말하는데, 서독도 분단 상황에서 내각책임제를 했어요. 국가나 안보 문제는 어느 사람이든 강력하게 합니다.

내각책임제를 하면 합리적으로 순환할 길이 있고 정치적 역량을 키울 수 있어요. 지금은 그런 길이 꽉 막혔어요. 사회도 빛을 볼 기회를 주지 않아요. 남북이 통일되었을 때 다양한 요소를 다 받아서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소화할 수 있는 정치체제로 내각책임제가 유리해요』

―4월 총선에서 열우당(자칭 열린우리당)이 승리하지 못하면 내각제 개헌을 할 거라는 얘기가 많습니다만.

『정치하는 사람들이 그런 걸 해야지요. 어떤 위기가 되면 합법적으로 전환시켜 방향을 잡아야지요. 김상현씨가 그런 얘기를 했다는데 그 사람은 정치를 오래 해본 사람입니다. 이거냐 저거냐 할 때 문고리를 잡은 사람이 앞장서면 국민이 따릅니다』

―우리 사회에 이념의 골이 깊어 너무 시끄러운데요.

『진보와 보수를 형식상, 논리상 나눴지만 실제로 진보 속에도 보수가 있고 보수 속에도 진보가 있습니다. 이데올로기 지향성으로 나가면 어떤 결점이 있느냐, 자기라는 주체적인 인간을 잊어버리고 이데올로기에 종속이 되어버린단 말야. 그 다음에는 진보주의가 가는 데로, 보수주의가 가는 데로 따라가고 자기 주체성을 잊어버려요. 제일 중요한 인간공부는 자기는 자기라는 걸 생각하는 거예요.

옛날에는 하늘부터 배우고 땅을 배우고 인간은 어떻게 되는가를 배웠어요.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지도 않고 수학공식을 배워서 자연이 어떻게 된 걸 해명한단 말야. 현대교육의 맹점이지요. 자기 주체가 확립된 사람은 진보주의자든 보수주의자든, 객관적으로 밖에서 보는 것뿐이지. 자기 자신 속에서는 분리되어 있지 않아요』

사람공부를 제대로 못 한 386세대

842세대인 趙香祿 목사에게 386세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내가 보건대 386세대는 사람공부를 제대로 못 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OX 문제 풀면서 시험 치는 공부만 했지 사람되는 공부를 하지 못해 인간학을 몰라요. KBS 사장이 자기 아이들 미국 유학 보내고, 병역을 필하지 않았다는데 어떻게 그런 사람이 그 자리에 앉습니까. 말이 안 돼요. 민족, 국가, 자기 나라를 지키는 데 그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공직을 맡나요. 다른 사람은 피를 흘리는데, 자기 자식은 왜 안 보내는 겁니까? 그러고 어떻게 그 일을 합니까. 그건 말이 안 돼요. 그게 386세대식 발상입니다』

―요즘 「60세 넘은 사람 나가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미련한 짓이고 안된 짓이지요. 일본 고이즈미 수상이 이번에 개각을 했는데 기가 막히게 잘했어요. 老中少를 잘 맞췄어요. 고이즈미는 이색적인 진보주의자이고 진취적인 사람으로 보는데, 정권을 구성할 때 老中少에 계열까지 다 생각해서 배치했어요. 일본인은 정치할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노년이 할 일, 중년이 할 일, 젊은 사람이 할 일이 따로 있어요. 평화시대는 노인들이 나라의 수장이 되고, 전쟁을 할 때는 젊은 사람을 앞장세우지요. 진취적인 사람이 칼 들고 나가서 세우고 중간에 선 사람이 힘을 분산해야 합니다. 세대 간, 계층 간, 이익집단을 분산하고 서로 견제하고 상부상조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합니다』

―일제시대에 태어나셨는데 요즘 親日세력을 척결하려는 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親日했던 사람들을 쓸어버리려고 하는 그 배후에 다른 뜻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 상황에 살아 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때 사람들의 심리를 전혀 모릅니다.

인간이란 강하다면 강하고 약하다면 약한 존재라는 걸 인식할 좋은 재료입니다. 광복 후에 중국에서 돌아온 경성제대 출신의 人材가 있었는데 북쪽 국어학자였어요. 남한에서 잡혀서 취조를 당하는데, 개가 바닥에 있는 걸 핥아먹는 흉내를 내라고 하자 정말 그걸 했어요. 상상할 수 있어요? 해외로 망명까지 해서 투쟁하던 사람인데』

功過를 구별해야지 한꺼번에 몰아붙이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게 趙목사의 견해이다.

『일제시대에 국내에서 외국어 방송이라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모르지만, 모두들 한국이 다시 일어난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일제시대에 공부한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李承晩 정권은 유지할 수 없었어요. 세상 떠난 사람을 심판하는 건 하나님이 할 일입니다. 그 시대를 함께 산 사람도 함부로 못 하는 일을 다른 시대에 산 사람이 자기 가치 판단으로 가타부타하는 건 철없는 일이지요』

국가에 책임지는 게 기독교의 역동성

―조선일보가 親日신문이라면서 독립기념관에 있던 조선일보 윤전기를 뜯어 내 버린 일까지 있습니다.

『광복 후에 공산주의 세력이 그런 논리를 가졌어요. 공산주의 책을 보면 누구에게 영향력이 집중되면 꺾어 버리려 합니다. 공산당은 설 자리가 없으면 엉뚱한 모함을 합니다』

―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까요.

『불교, 유교, 기독교의 교세가 비슷하지만 기독교인들이 매주 교회에 나가기 때문에 기독교가 역동적인 힘이 있지요. 기독교가 국교는 아니지만 국가가 어려움에 처한 것은 우리 책임이 아닌가 하는 의식을 먼저 가져야 합니다. 매주 목사들이 전국 교회 강단에서 설교를 하는데 왜 이럴까를 생각하고 바닥에서부터 깊이 책임을 느끼고 어떻게 고쳐 나갈까를 생각해야 합니다. 국민이 왜 교회의 소리를 가볍게 듣느냐를 생각해야지요.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실천을 해야지요』

趙목사는 우리 사회가 분배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걸 강조했다.

『자유와는 일치하지만 자본주의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게 기독교 일반 진리입니다. 자본주의가 분배정의를 실현시키지 못한다면 공산주의와 같은 악의 세력이 됩니다. 개인에게 나눠 주는 분배가 아니라 생산향상과 분배정의가 균형을 맞추는 일을 뜻합니다.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경제 윤리의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팔순을 넘기셨는데 지금까지 사는 동안 언제가 가장 기뻤나요.

『지금까지 살고 보니 凡事에 감사하라는 성경 말씀이 맞아요. 당시에는 불행하게 보였고, 상대를 원망했던 일도 얼마 지나고 보면 매우 유익한 재료가 되어요. 절대적으로 절망적인 상황에도 의연하게 참으면 나갈 구멍이 생겨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6·25 전쟁 났을 때 북한에서 온 학생들이 묵고 있던 관북학사라는 데서 사감을 했었어요. 피란을 안 가고 학생 수십 명과 서울에 남아 있었지요. 6월28일 저녁에 인민군 중좌가 북한군 두 명을 데리고 왔어요. 가슴에 총을 대고 「너 뭐하는 놈이냐」고 해요. 가까이서 총소리가 뻥뻥 나더군요. 「아, 이제 내가 죽는 시간이구나. 언제 죽어도 죽는 거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목사가 거짓말 할 수는 없잖아요. 「나는 목사」라고 말했더니 나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해요. 그러더니 나에게 「고향분을 천리 밖에서 만났는데 미안하다」고 해요. 그렇게 죽음을 면했지요. 죽음의 현장에서도 당황하지 말고 하나님께 생명을 맡기면 죽을 건 죽고 살건 살아요. 기가 막히게 즐겁다든가 하는 일은 없었어요. 대신 凡事에 감사할 일만 있지요』

―인생의 황금기는 언제였다고 생각하시나요.

『20代도 30代도 40代도 좋게 보면 다 좋고, 안 좋게 보면 다 안 좋지요. 좋다, 안 좋다는 주관적인 판단입니다. 좋다, 안 좋다는 결정적인 발언인데 사람이 결정적인 발언을 할 수 있을 만큼 좋은 건 별로 없어요. 좋은데 좋지 않은 면이 있고,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약간은 좋은 점도 있어요. 그런 걸 늘 판단하면서 살아야 해요』

趙香祿 목사는 슬하에 1남 6녀를 두었다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1970년에 잃었다. 당시 아들의 나이는 열아홉 살이었다. 아들이 먼저 세상 떠날 때의 심정이 어떠했는지 물었을 때 카랑카랑하던 음성이 잦아들었다.

『내가 50세 때의 일인데 일생에 다시 없는 고통이었지요. 살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났어요. 그것이 내 후반 生을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뭐라고 표현했으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내가 실존철학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인간의 한계상황이라는 걸 항상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걸 느끼게 되어요.

그런 경험이 없는 분들은 모를 거예요. 나도 그랬지요. 어떤 사람이 제일 위로를 주는지 압니까? 조남기 목사라는 분이 있었는데 그분도 그런 일을 당했어요. 그분이 병실에 와서 혼자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다가 한마디도 안 하고 갔는데 그게 제일 위로가 돼요. 예수님이 「우는 자와 함께 울고 기뻐하는 자와 같이 기뻐하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절실해요. 우는 자와 같이 울려면 그런 마음이 돼야 해요』

목사들만이라도 유산 남기지 말아야

趙목사는 지난해 연말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져서 자녀들을 불러 미리 삶을 정리하는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요새 다시 건강이 좋아졌지만, 지난해 벌써 정리를 다 했어요. 큰딸은 미국에 있고 딸 다섯이 한국에 있는데 사위들이 다 교수예요. 나에게 재산이라곤 이 아파트 하나예요. 이것도 오래 전에 금호동에서 市有地 조금 샀던 게 불어서 남은 거예요.

우리는 평생 빚 안 지고 사는 게 신조였어요. 아이들이 자랄 때 고생을 많이 했지만 이제 다들 자리를 잡았고, 우리 부부야 세상 떠나면 초동교회 묘지에 묻히면 되지요. 지금까지 하나님이 먹고 사는 거 걱정 안 하게 해주셨으니 남은 이 집을 팔아서 잔병선교재단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잔병은 「남은 부스러기」라는 뜻이에요. 아이들도 다 찬성했어요』

趙목사는 청년시절의 꿈이 개마고원의 火田民들에게 선교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잔병선교재단을 설립해 북한 선교를 할 신학생을 키우고 싶은 게 그의 마지막 소망이다.

『오래 목회를 하면서 지켜보니까 자식들에게 돈 줘서 유익한 건 하나도 없어요. 목사들만이라도 자식들에게 유산 남기지 말고 하나님이 주신 걸 사회에 다 돌려주었으면 합니다』

『경험을 쌓으면 겸손해진다』

―마지막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교훈이 될 말씀을 남겨 주세요.

『젊은 사람들의 좋은 점은 배우고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배우는 자세를 갖고 다 아는 체하지 말아야 합니다. 경험을 쌓으면 겸손해집니다. 더 배우고 더 경험 쌓아야 해요. 그게 다 자기 소득입니다. 남에게 주는 게 아니에요. 앞으로 큰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많이 배우고 경험을 가지세요.

돌이켜보면 50代, 60代, 70代 생각이 다 달라요. 생각이 자꾸 보충되어요. 80까지 안 살았으면 어떻게 했겠는가. 미안한 일이 많았겠다는 느낌을 갖게 돼요. 보는 눈이 달라지고 깨닫는 바가 달라져요. 경험 때문이죠. 어떤 때는 아니꼬운 사람이 있어서 안 된 소리를 했는데 후에 지나 보니 그렇게 아니꼬운 사람이 아니었어요. 배워 가며 사는 사람이, 다 아는 것처럼 떠들며 사는 사람보다 훨씬 낫지요』

지난 11월2일 초동교회에서 趙香祿 목사를 만났을 때 趙목사는 요즘 나라 걱정에 잠이 안 온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금이 중요한 전환기인데 야당까지도 저 꼴이니. 정치자금 문제야 지금 나타났을 따름이지 그전부터 있었던 겁니다. 잘 터졌어요. 다 병이 들었는데 고칠 사람도 없고, 고칠 기회도 없었어요. 이 기회에 정치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해요. 한발 내딛는 기회로 삼아야지요.

첫째, 검찰이 제 기능을 하면 부패를 잡을 수 있어요. 이 기회에 검찰을 중립화하고 검찰권을 독립시켜야 합니다. 일본처럼 與野 대표와 민간 대표, 법조계 대표들로 구성된 공안위원회를 운영해 거기서 검찰총장을 추천하여 대통령이 임명하면 되겠죠.

둘째로는 선거공영제를 실시해야 해요. 비관만 하고 절망만 할 게 아니라 검찰 독립과 선거공영제를 실시해야 해요. 대통령제를 하든 내각제를 하든 이 두 가지는 절대 필요해요. 이걸 안 하고는 부패를 막을 길이 없어요. 언론기관에서 이 두 가지를 잘 부각시키기 바랍니다』● 66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