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시내거주자에게 1개월에 사탕 100그램씩, 한달에 1주일분의 식량을
보름에 3일분씩 나누어 배급했을 정도였다. 평양이 그랬다면 다른 지역은
거론 할 필요가 없다. 비참함을 말로 표현 할 수 없었다." (본문중에서)
박머시땡이가 큰 맘 먹고 북한을 다녀왔다. 금강산 관광 다녀왔냐고 물
으면 섭하다.-_-;; 사실, 북한을 다녀온 건 아니고 북한에서 탈북해 작
가로 활동하고 있는 '최진이'씨를 만났다. 한 번 넘기도 어려운 국경을
무려 세 번이나 건넌 여자이기도 하고, 북한의 '조선작가동맹'에 속해
있던 지식인의 한명이었던 최진이... 그녀가 말하는 북한, 그리고 남한
에 대한 얘기들을 우리 소중하게 들어보자.
아, 내가 너무 무게 잡았다-_- 이게 내 스탈은 아니지? 흠, 머 또 한
사람의 여성을 만났다고 무게잡는 건 아니다^^ 그럼, 인터뷰 시작이다!
다요기: 만나서 넘 반갑다^^ 음, 북한 응원단을 생각하고 왔는데 너무
평범한 이웃의 누나를 만나는 듯한 느낌이다. 머 한마디로 느낌 괜찮
다는 얘기다^^ 인사 함 해달라^^
최진이: 나도 반갑다. 웃음 마크를 넣어달라^^ 느낌이 괜찮다는 말은
접대용인 것 같지만 듣기엔 썩 좋은 말이다. 다요기 독자님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다요기: 최진이씨는 얼마 전 데일리서프의 기사에서 탈북시인으로 소개
되었지만 "국경을 세번 건넌 여자"의 저자로 더 유명하다. 시인인가?
아니면 에세이 작가인가?
최진이: 북에서는 시인이었다. 하지만, 탈북을 감행하면서 시적인 영감이
나에게서 많이 이탈해 버린 것을 발견했다. 요즘은 문학적 영감이 시적인
부분보다 산문에 대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혼신의 힘을 다해 영감을 짜내야 한다. 그런데 탈북
이후 나 자신 몸이 아픈 상태에 아이를 키워야 하기 때문에 시를 쓴다는
것이 부담이 크다. 앞으로는 시 보다는 소설을 쓰려고 한다.
다요기: 흑흑... 박머시땡이 가슴이 또 요동칠 친다. 자신의 몸이 아픔에
도 불구하고, 아이를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넘 포근하다. 최진이씨는
북한 사회의 지식인들 중 한명이었다. 북한 사회나 정부가 사회 각 분야의
브레인들인 지식인들은 특별히 관리하지 않는가? 북한 정부의 관리 방식이
특이 할 것 같은데, 어떤가?
최진이: 나는 조선작가동맹에 속해 있었다. 조선작가동맹에 소속 하자면
중앙당 간부과에 이력서를 넣고 승인이 되어야 할 만큼 들어가기가 어려운
곳이었는데, 타 출판사와는 달리 작가동맹은 위계질서가 엄격했다. 거기에
구성원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감시체계가 있어 독일의 비밀경찰
게쉬타포의 감시하에 있는 것 처럼 끔찍한 생활을 해야 했다.
금성청년출판사등 여타의 출판사에선 작업과 생활에 어느 정도의 자유가
있었지만 작가동맹에서는 같은 건물의 다른 사무실에 출입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경직된 공포 분위기가 존재했다.
작가들에게 내주는 과제에 대해서도 분위기가 다르다. 타 출판사들은 과제를
이행하지 못했어도 어느 정도 이해해주는 분위기가 존재했지만, 작가동맹에선
용납이라든가 이해라는 것이 애초에 존재 하지 않는다. 과제를 이행하지
못했을 때는 그 실적이 자료화 되고 누적되어 작가의 순위가 매겨지게 되는
엄격한 감시체제가 존재한다.
다요기: 헉! 그렇게 하는데도 작품이 나온다는 건 거의 초인적이다. 생각만으
로도 끔찍하다. 일반인들에게 매체를 통해 소개 되는 북한의 생활상은 평온해
보인다. 심지어 우리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마저 들게 되는데, 왜 탈북을
결심했나?
최진이: 외부에서 북한을 볼 때는 평온해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주민들은 철저한 감시하에 경직된 생활을 하고있다. 요즘은 조금 완화
되었지만 이웃과 대화중에도 조금만 체제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 "수용소를
갈려고 그러느냐?"라는 위협적인 말이 튀어나온다.
또한 체제 비판을 하는 사람보다 그 말을 듣는 사람이 더 겁을 낸다. 이유는
체제 비판을 입에 담는 사람과 듣는 사람에게 연대 책임을 물어 처벌하기 때문
이다. 본의 아니게 듣기만 해도 처벌을 받게 되니 비록 이웃이라고 해도 고발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은 평양시내 거주의 특권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적용 되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평온함은 보여주기 위한 것일뿐, 실상은 처참하다.
덧붙여 말하자면 가난한 사람들은 평양에서 추방된다. 북한 사회 전반에는
가난에 대한 증오가 뿌리깊이 박혀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은 증오의
대상이 되고 이유없이 불이익을 당할 수 밖에 없다.
다요기: 아니, 공산주의 사회에서도 부자가 대접을 받는다? 조금 의외다.
최진이: 내가 평양에서 추방 된 이유도 가난했기 때문이었다. 작가동맹의
시분과 부위원장이 나의 평양 추방을 막아 줄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추방을
방조했다. 부자에게는 굽신거리면서 빈자에게는 가혹한 것이 북한 사회다.
다요기: 평양에서 추방 되어 청진으로 내려 갔다고 하는데, 정말로 추방
이라는 것이 존재 하는가? 한 때 청진의 비참한 상황이 동영상을 통해 알려
지기도 했는데, 평양과 비교 한다면?
최진이: 평양에서 사람들을 추방하는 것은 정치적인 이유도 있지만 앞서
말했듯이 빈자도 추방의 대상이 된다. 도시의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
때문이다.
다른 지역과 평양을 비교해 보면 평양 시내는 국가의 관심권에 있기 때문에
배급이나 그런 것들이 타 지역보다는 원활하다. 하지만 그런 평양도 한 때
배급이 심각 할 정도로 부족했던 때가 있었다.
평양시내거주자에게 1개월에 사탕 100그램씩, 한달에 1주일분의 식량을
보름에 3일분씩 나누어 배급했을 정도였다. 평양이 그랬다면 다른 지역은
거론 할 필요가 없다. 비참함을 말로 표현 할 수 없었다.
다요기: 아...씨... 대체, 박머시땡이가 접하는 매체는 어떤 매체길래
북한의 평온함만 보고 살았지? 음, 인터뷰 내용상 박머시땡의 촐싹맞음을
자제해야겠다-_- 요즘은 남한의 원조와 국제사회의 원조가 있어서 상황이
많이 좋아지지 않았나?
최진이: 작년 2월에 탈북한 탈북자를 만나 최근의 상황을 물어 본 적이 있다.
"요즘은 좀 어떠냐?"라고 물었더니 "살아 본 사람이 그런 질문을하냐?"고
되묻더라. 그 사람의 말에 의하면 식량난과 경제난을 거치면서 빈부의 차이가
더 심해졌다고 한다. 상류층은 살기가 더 좋아졌고, 하위 계층의 사람들은
여전히 힘들다고 한다.
다요기: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한국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으로
들어 오기가 어렵다는 것인데, 최진이씨는 어떤 경로를 통해 남한으로 들어
올 수 있었나?
최진이: 교회에서 힘을 써줬다. 인권운동가들을 통해 국제난민승인을 받아
다른 탈북자들보다 수월하게 한국으로 들어왔다. 내가 탈북할 당시만 해도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많이 힘들어졌다.
북한 내부의 상황이 외부에 알려지는걸 북한정부가 싫어 하기 때문이다.
다요기: 이제, 1부 마지막 질문이다. 인터뷰도 중요하지만 밥 먹는 일도
중요하다^^ 어떤 이들은 체포되어 송환되었다가 다시 탈출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송환된 탈북자 들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가? 무엇이 목숨 건
탈출을 시도하게 하는가?
최진이: 송환 된 탈북자들은 분풀이의 대상이 된다. 대규모 식량난으로 북한
주민들의 인성이 파괴 되었는데, 그 분풀이를 탈북했다가 강제 송환된 탈북자
들에게 해댄다. 분풀이의 내용도 다양하다.
"잡히지 말지 왜 잡혔냐?" 라며 분풀이를 하는 경우도 있고 "장군님께서
어떻게 과부를 데려다 살 수 있냐?"라며 고위층 인사를 험담하며 분풀이를
할 때도 있다. 평소 자신들 속에 묵혀 두었던 불만들을 탈북자라는 대상을
통해 배설하는 것이다.
강제 송환된 탈북자들은 반역자로 낙인 찍히고, 다시 체제에 순응하도록 세뇌
교육을 받지만, 중국에서 자본주의를 겪어본 사람들은 결코 북한에 다시 적응
할 수가 없다.
어릴 때 부터 북조선은 낙원이고, 남조선은 지옥이라고 배우며 자랐지만
중국을 겪어본 사람들에게는 남한보다 열악한 환경의 중국이 오히려 낙원
처럼 느껴진다. 그것이 중국으로 다시 탈북하게 되는 이유다.
세번 국경을 넘은 여자- 탈북 작가 최진이(1부) 끝.
다요기 최강인터뷰팀(www.dayog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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