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 이제 보따리 안싸도 된다
[오마이뉴스 2005-04-29 16:07]
[오마이뉴스 김지은 기자]
▲ 지난 1월 1일 새벽 우여곡절 끝에 열린 본회의에서 계류안건을 처리하다 여야 의원들이 보따리를 들고 퇴장하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오는 9월 정기국회부터는 파란 보자기에 쌓인 두터운 서류뭉치를 보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사무처가 국회의 '본회의장 디지털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오는 9월 정기국회 개회일부터는 본회의장 정면에는 대형 화상 모니터가, 의원석에는 개인 컴퓨터(PC)가 설치된다.
PC로 안건 심사, '터치 스크린' 방식으로 표결
본회의장 정면에 설치되는 모니터는 PDP로 현재 본회의장에 있는 전광판과 같은 100인치 크기이다. 이를 이용해 의원들은 대정부질문 등에서 미리 준비한 동영상 자료를 선보일 수도 있고 대통령의 국회 국정연설 때는 국회 현관부터 본회의장까지 대통령이 입장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도 있다.
의원들은 각자 자리에 비치된 PC를 이용해 문서 작성이나 인터넷을 할 수 있다. 다만 의안 처리 때에는 인터넷 이용이 차단되고 안건 내용이 자동으로 뜨게된다.
각종 안건의 표결 방식도 바뀐다. 현재는 의원석에 부착된 버튼을 이용한 전자투표 방식이지만, 9월부터는 이 컴퓨터의 '터치 스크린'을 이용해 각종 안건에 대해 표결하게 된다.
시각장애인 의원인 정화원 한나라당 의원을 위해서는 음성인식 시스템 등 별도의 장비가 보태진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예결산안 및 법안의 송달 방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예를 들어 현재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의장 사인이 들어간 진본(종이)을 법제처에 발송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9월부터는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전자인증 문서로 처리돼 별도의 디지털 전송 시스템을 통해 법제처로 전달된다.
유럽·싱가폴 등 '첨단 의회' 갖춘 나라 시찰, 벤치마킹 하기도
국회 관계자는 "현재 IT 강국 한국에 맞게 국회도 디지털화하기 위해 이같은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특히 본회의장에 설치할 PDP를 이용한 회의 방식이나 디지털 시스템에 의한 전자의결 방식은 세계 최초"라고 밝혔다. '디지털 국회' 준비를 위해 국회 사무처 관계자들은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유럽 및 싱가폴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사실 그간 일각에서는 기업이나 학교는 '디지털'인데, 국회는 아직도 '아날로그'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28일 국회개혁특위가 마련한 '국회관계법 개정 공청회'에 참석했던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현재 국회 본회의장에서 볼 수 있는 보자기에 싸인 엄청난 서류뭉치는 IT 시대에 맞지 않는 모습"이라며 "의원들이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각종 자료를 볼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회의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원들, 적응 할 수 있을까?... "의원 3분의 2가 디지털 세대"
▲ 본회의장이 디지털화되면 한 회기가 끝날 때마다 의원들이 안건을 보따리에 싸가는 모습이 사라질 전망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디지털 국회'가 의원들로부터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도 관건이다. 일례로 지난 해 국회는 '종이 없는 국감'을 위해 25여 억원을 들여 의정자료통합정보시스템(naps.assembly.go.kr)을 만들고 의원들의 참여를 독려했지만 큰 효율을 보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기만 국회 공보수석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7대 국회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컴퓨터를 직접 다룬다"며 "그러다 보니 의원들 사이에서도 현재 국회의 각종 (아날로그) 회의 운영방식이 느리고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국회는 오는 '디지털 본회의장' 작업이 끝나면 국회 상임위 회의장의 디지털화 방안도 모색할 방침이다.
김원기 국회의장은 최근 여야 정책위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러한 계획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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