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공소 분리 검찰전횡 막아
이동희 경찰대 교수·형사법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지 반세기가 지났다. 법 제정 당시 경찰은 일제 식민지 경찰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여 인권 침해적 수사를 자행할 것으로 우려되었다. 반면 검찰은 명망 있는 법조인사들이 포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양 기관은 그 신뢰도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우리의 입법자들은 이러한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여 일제 군국주의 유지의 산물인 검사주재형 수사체제를 그대로 존속시켰다.
하지만 장래에는 수사와 공소를 분리하여 공소는 검찰, 수사는 경찰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있었다. 맥아더 사령부가 전후 일본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단행한 검찰 개혁조치를 이 땅에도 도입하여, 권력분립을 통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구현하고 국민의 인권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영·미식의 형사절차로 전환해야 한다고 보았다.
우리의 시대 상황은 이미 현저하게 변화되었다. 수사상 인권침해를 방지하려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민주화 역정 속에서 지속적으로 마련되어 왔으며 사법부나 국가인권위, 시민단체, 언론 등의 통제·감시가 강화되어 왔다. 경찰의 자질이나 인권의식 또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되었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관 본연의 공판활동은 도외시한 채 오로지 수사역량 강화에 몰두해 왔으며 경찰에 대한 지휘조항도 각종 법규에 무수히 확대시켜 왔다. 그 결과 검찰은 형사절차의 경우만 해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수사권과 수사지휘권, 자체 수사조직을 보유하고 있으며, 배타적·독점적이고 재량적인 기소권과 결합되어 통제장치를 상실한 무소불위의 거대권력으로 성장한 상태다. 일제로부터 전수받은 검사주재형 수사체제는 이제 검사지배형 수사체제라 명명할 수 있을 정도로 기형적 수사구조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수사절차와 공소절차가 검찰에 의해 철저하게 장악되어 있어 유발되는 폐해는 속속 가시화되고 있다. 검찰권의 비대화와 견제세력의 부재, 검찰의 수사기관화에 따른 형사절차의 미분화 및 전근대화, 이중수사에 의한 국민불편 가중 및 비효율성, 공소관으로서 요구되는 기소의 객관성·중립성 저해 및 수사에 대한 위법감시기능 약화, 당사자인 피고인에 대한 직접 수사에 따른 방어권 침해, 검사조서의 절대적 증거능력에 따른 자백만능주의 풍조, 기소재량을 악용한 비합법적 사법거래 및 이를 통한 허위진술의 취득과 무고한 자의 처벌 등은 이러한 폐해의 실례에 해당한다.
검찰권의 비대화는 비단 형사절차에 국한하지 않는다. 정보권과 사정권을 전횡함으로써 입법부나 행정부를 일방적으로 제어, 일국의 국정을 조정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주권자를 통해 선출되지도 않은 미검증의 소수 공무원 1400여명에게 이토록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비민주성과 후진성을 바로 드러내는 것이다.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고 인권보호에 충실한 선진 형사절차를 구현하려면 수사와 공소를 분리시켜 상호 견제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각 기능은 기관의 중복적 난립이 문제되지 않는 수준에서 다시 다원화시켜 분권적 상호견제의 원리가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러한 모형은 선진 외국의 보편적인 형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급격한 개혁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선 공소관인 검사에 의한 직접수사 및 경찰수사에 대한 과도한 관여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방안은 적어도 강구되어야 한다. 검찰의 독자수사권과 경찰수사에 대한 통제권은 존속시키되 경찰에게 책임에 상응한 수사 권한은 부여하여야 한다. 이는 경찰이 검찰의 불법부당한 지휘나 편파적인 수사개입에 항거하고 일에 대한 보람과 긍지를 가질 수 있게 하려는 최소한의 조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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