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년제 대학총장들이 기여입학제의 제한적 허용을 교육인적자원부에 건의함으로써 이 제도의 도입 문제가 다시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국민들의 거부감을 고려해 일정 비율 안에서의 특별전형,기여금 용도 제한 등 보완책에도 신경을 쓴 총장들의 고충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재정난에 시달리면서도 21세기의 새로운 교육 인프라도 대폭 갖춰야 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정이 빈약한 대학은 도태 위기감에 짓눌리고 있다. 대학총장들이 생존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기여입학제가 대학의 재정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는 않는다. 기여입학제란 물질을 기부한 사람의 직계 자손에 대해 대학 입학이 가능하도록 특례를 인정하는 제도이다.
이는 기여입학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흔히 예를 드는 서양 대학들의 풍부한 기부금 재정과는 명백히 구별되는 것이다. 대학 발전을 위한 순수한 기부와 돈을 내고 대학에 입학하는 기여입학제의 차이는 어마어마하게 크다. 이 부분을 혼동한다면 곤란하다.
돈을 내고 대학에 입학하는 제도를 가진 나라가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다.
대학 입학에 사회 구성원들이 모든 것을 걸다시피하고,도시 공간도 주거·환경 조건보다는 명문대 입학률이 먼저 가치를 결정하는 사회에서 돈으로 대학 입학이 가능하다면 그 부작용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대체 얼마를 내야 대학 입학이 가능하고 기여입학자들을 얼마나 유치해야 대학 재정이 튼튼해진다는 말인가.
엄청난 부작용이 예상되는 제도가 대학 재정을 튼튼하게 하고 대학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일 것이다. 기여입학제가 실시된다면 이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우리 사회 기부문화도 크게 왜곡되고 말 것이다.
대학 재정 문제는 국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정부와 대학과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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