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아침 신문에서 시정연설 기사를 읽다가 "이 사람 대통령 맞아“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국민대통합 연석회의라는 것을 제안했다는 것 때문이다. 간단하게 몇 가지만 짚자.
우선 정부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문제와 갈등이라고 했는데 대체 무슨 문제인가. 갈등은 또 무엇인가. 남남갈등인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갈등인가, 지역갈등인가. 대체 어떤 문제, 어떤 갈등인가 구름 잡는 얘기다.
경제계, 노동, 시민단체, 농민, 전문가, 정당대표 등을 나열했는데 대표를 낼 수 있는 곳은 노동과 정당 정도다. 대체 경제계는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농민은 누가 대표를 내놓을 것인가. 전무가라니 문제 나 갈등을 푸는 전문가는 없다. 대체 어떤 분야 전문가를 말하는가. 이것 역시 종잡을 수 없다.
셋째 정기국회에서 행하는 대통령 시정연설은 흔히 예산교서라고도 한다. 세금을 어떻게 걷어서 내년 1년 나라 살림을 어떻게 꾸려가겠다는 것을 국민에게, 국회의원에게 밝히는 자리다. 이런 예산교서에 느닷없이 대통합회의라니 탈선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넷째 국회란 충돌하는 이해나 갈등을 토론하고 대화해서 조정통합하고 국정의 방향을 잡아나가는 국가 중심기구다. 그런 국회를 향해 각계 대표회의를 하자고 했으니 국회를 바지저고리로 본 缺禮고 모욕이기도 하다.
다섯째 헌법이 있고 법률이 있고 3권이 있는 나라에서 어려운 문제는 있지만 풀 수 없는 문제나 갈등은 그리 흔히 있는 게 아니다. 모든 문제는 법에 따라 정부나 국회가 풀어간다. 만약 국회마저 풀 수 없는 문제나 갈등이 있다면 이 일을 처리할 상위 수단은 국민투표뿐이다. 정부도 국회도 풀 수 없는 문제를 법적 근거도 없는 각계대표회의가 풀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이지 유치한 수준이다.
한마디로 헌법과 법률, 그리고 정부와 국회를 각계 대표회의보다 못한 무위무능의 기구로 취급한 탈선 시정연설이다.
10월 13일 모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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