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는 어디 있나?]
1910 년 한일합방으로 500년 이상 이어오던 조선왕조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집니다. 당시 한반도에 살던 백성들은 亡國을 어떻게 느꼈을까요?
1. 나라가 일본에 의하여 망했다고 하는데 변한 것이 없다. 사람들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움직이고 있다.
2. 나라가 망한지 3개월이 지났다. 마을에 순경이 자주 보이고 이웃에 사는 박씨 아저씨가 경찰에 ?기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3. 나라가 망한지 6개월이 지났다. 마을에 가끔 총소리가 들리고 마을을 떠나 보이지 않는 사람이 늘어났다. 이웃집 친척 중에 한분이 경찰에 의하여 체포되었다는 소식이다.
4. 나라가 망한지 9개월이 지났다. 우리 친척 중에 한분이 경찰을 피해 만주로 도망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위 이야기는 1910 년 당시 10 살이던 어떤 소년이 본 망국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요즘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는 말을 하시는 분이 많은데, 나라가 망한다는 것은 10 살 소년이 느끼는 것처럼 처음에는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주변과 자신의 일로 변하게 됩니다.
이 나라의 주류인 정통보수와 우파들은 대한민국은 김대중 정부 시절 실시하기 시작한 햇볕정책과 6.15 공동선언으로 인하여 위기가 오기 시작하였다고 주장합니다. 햇볕정책은 노무현 정권에도 계속 이어져 무려 3 조원 이상의 국민의 혈세를 북에 퍼주었습니다.
2.13 합의 이후 미국이 북한과 국교정상화 회담을 하는등 대북 유화정책을 쓰기 시작하자, 노무현 정권은 핵불능화 조치가 이행되기도 전에 대북퍼주기를 위한 회담을 하고,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모종의 음모를 꾸미는 듯한 느낌 마저 풍기고 있습니다. 이에 놀란 한나라당 마저 대북정책을 유화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TF팀을 구성하여 정책검토에 들어갔습니다.
한나라당이 대북정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하자, 여당은 한나라당이 햇볕정책에 무임승차하려고 한다며 반성문 부터 쓰라고 조롱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친미도 하고 친북도 해야 한다”면서, “나중에 우환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느냐”면서 북한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국민들을 협박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은 조직폭력배들이 우리와 친구하면 우리가 보호해줄 것이며, 친구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무시무시한 용어입니다. 우리가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따르면 우리는 조폭 두목인 김정일을 상전으로 모시고 노예처럼 살며 꼬박꼬박 상납을 하여야할 것입니다. 물론 관례대로 좌파정권은 중간에서 삥땅을 뜯어먹고 살겠지요.
문제는 그간 햇볕정책과 6.15 선언을 비판하며 좌파정권 종식을 외치던 한나라당과 정통보수들입니다. 한나라당은 이미 지난해 1 월 대북정책의 기조변화를 위한 정강을 손질하였고, 그간 준비한 대북 정책에 대한 여론을 알아보기 위하여 지난 23 일 송영선 의원을 통하여 정보를 흘렸습니다. 파문이 확산되자 정형근 의원은 오리발을 내밀고, 송영선 의원은 오보라 딱 잡아떼고 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습니까?
한나라당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좌파성향의 인물들이 공천을 받아 보수층의 표에 의하여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공동체 자유주의라는 정체불명의 이념을 당의 공식이념으로 채택하였으며, 자신의 이념이 중도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니 보수요 우파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의원은 오히려 ?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하였습니다.
한나라당은 공동체 자유주의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민경국 교수에 의하면 “공동체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중간이라는 의미에서 ‘제3의 길”이라면서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나 영국의 블레어 수상, 유럽의 좌파정부가 자신들의 전통적인 좌파이념의 수정을 위한 가이드 라인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뉴레프트”라 불러도 무방하다고 하였습니다.
중도란 좋게 말하면 다양한 이념의 요소들을 장점만 골라서 혼합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시간적인 단면에서 보면 이념적 짬뽕에 불과 합니다. 따라서 중도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사물을 균형 있게 바라본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며, 오히려 일관된 가치관이 없는 사람이라 해야할 것입니다.
좌파들이 중도라는 가면으로 위장할 것이 예상되는 시점에 이처럼 이미 오래전에 중도 또는 레프트로 변한 한나라당을 보수 우파 정당이라고 철석 같이 믿고 있던 우파들만 왕따 당한 형국입니다. 우파는 좌파들의 용어를 몰라도 너무 몰랐고, 공부를 하지 않았고, 우파의 주장을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저들의 용어를 알고 있는 지식인은 용기가 없어 저들과 치열한 논쟁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제 대통령 선거 까지 시간은 불과 260 여일 밖에 없습니다. 아직도 권력은 좌파가 갖고 있으며, TV와 언론, 그리고 수많은 어용 시민단체가 좌파정권 연장을 위하여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들은 막강한 권력과 자금을 바탕으로 우파 시민단체를 압박하고, 좌익들이 들고 있는 깃발 아래 정통보수들이 무릎꿇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 우파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선거에서 우파가 승리할 수 있다고 장담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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