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북괴가 그들의 뒷배요 발줄인 중국의 조문은 수용한 모양이다.

그런데, 남조선 빨갱이들이 ‘이명박을 흔들 때는 이때다’식으로 조문 방북을 요구하고, 좌익야당들은 정부차원, 국회차원의 조문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정부에서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겨우 결론 내린 게, 정부차원의 조의 표명은 하지 않고 답례차원의 조문 대상으로 재수없는 이희호와 밥맛없는 현정은의 조문방북을 허용한 모양이다.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가 “안보문제, 정부 방침과 같이 가야한다”고 못을 박음으로써 국회차원의 조문에 단호히 반대하였다.

이에 북괴가 갑자기 돌변하여 ‘남측조문 전면허용’을 들고 나왔다.

그 속의 노림수를 대부분의 언론들이 알아서 잘 해석하고 있다.

즉, 좌익들의 조문요구를 부추겨 남남갈등을 유도함과 아울러, 조문에 반대하는 우리 정부와는 남북갈등을 일으켜서 남북의 대결구도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하려는 의도 말이다.

더구나 이번에 이명박이 김정일 사망이라는 “천우신조의 호기”를 “절체절명의 위기”로 오해하여 호들갑 떠는데서 도 그렇지만, “북한을 적대시 하지 않겠다. 조속히 체제 안정을 찾길 희망한다”는 식의 김 빠지는 발언 때문에 더욱 저들에게 먹이감으로 비쳤기에 저들은 거칠게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는 북괴의 남측조문허용 방침에서 조금 다른 것 두 가지를 의심해본다.

첫째, 김정은이 실권자일까? 하는 의구심이다.

왜냐하면, 후계수업을 얼마 받지도 않았고, 나이도 젊어서 남한의 이념대립 실상을 응용해 먹기엔 경륜이 너무 모자라고, 북한권력 내의 역학관계에도 아직 몸에 배지 않은 김정은이 지 애비놈 상중에 ‘남남갈등’ㆍ‘남북갈등’ 효과를 파악하여 저런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실권자가 따로 있고 김정은은 어쩌면 허수아비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김경희나 장성택 혹은 제3의 그림자 인물이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대남공작관계 부서에서 귀뜸 해주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말을 꺼내기가 쉬울까?

만일 귀뜸에 의하여서든 아니든 김정은이 ‘남측조문허용’을 결정했다면, 그가 실권을 쥐고 있다는 뜻이다.

그 정도로 실권을 완전장악하기엔 김정일 사망 후 단지 이틀 가지고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둘째, 만일 김정은이 결정한 것이라면 김정일의 사망시기가 또다시 문제된다.

김정일이 충분히 일찍 죽어야 분위기 상으로 보아 귀뜸에 의하여서라도 ‘남측조문 전면허용’ 같은 결정을 내릴 정도로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즉, 김정일의 사망시기는 당초 북괴가 19일에 발표한 17일이 아니라, 또 국정원의 주장이나 아사히 TV의 보도에 근거한 16일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이전이라는 뜻이다.

왜냐하면, 17일 아침에 갑자기 죽은 거라면 아무리 휴민트가 무너졌다고 할지라도 김정일 사망에 따른 충격으로 각종 부산한 움직임 등이 시긴트에 의하여서라도 감지가 될 텐데 전혀 없었다는 점 그리고 죽은 지 이틀 만에 발표할 정도라면 이틀 만에 권력투쟁 문제를 모두 극복하고 안정을 취했다는 뜻이 되는데 그게 쉬운 일일까?

더구나 김정일의 시신 안치와 방부처리 준비까지 완벽하게 갖추어 질서정연하게 장례를 치르는 모습과 누구든지 일사불란하게 눈물을 쥐어짜야 할 분위기로 다그쳐놓기가 가능할까?

이는 김정일이 17일보다 하루 앞인 16일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이전에 죽었어야 가능하며, 그것도 죽기 전에 김정일이 교통정리를 위한 모종의 조치를 취해놓아야 가능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김정일은 수개월 전에 중풍으로 쓰러져 연명치료만 하면서 각종 행사에서 모습을 감추었고, 그때가 아나운서 리춘화가 갑자기 사라진 시기이며, 그때 즈음에 이희호가 방북하겠다고 난리 피웠던 게 아닐까.

어쨌든 죽은 날도 사기 치는 북괴인데 이들과의 대화는 뻔한 것임을 또다시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어쩌면 박근혜가 당황하지 않고 “안보문제, 정부 방침과 같이 가야한다”고 못을 박을 정도로 단호했던 것도 그만큼 김정일의 사망을 나름으로는 일찍 알았기에 미리 다른 것을 많이 생각해 둘 시간이 많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즉, 12월14일부터 갑자기 검정색 의상차림으로 등장한데서, 그 복선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까지 국정에 하나도 보탬 안 되는 얌체짓만 골라서 저지르던 박근혜의 “안보문제, 정부 방침과 같이 가야한다”는 이 한마디로 박근혜는 지금까지 불리하던 안철수와의 대결구도를 단번에 안보논리로 뒤집어버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내 안보를 줄기차게 내세우던 정몽준은 하필이면 이번에 ‘조문 가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나눔모드에 눈 돌리다 5000억 헛돈 날린 이후, 이제는 조문모드에 눈 돌리다 안보논리마저 잃고 말았다.

이를 보면, 이명박도 청와대에서 땡중 법륜과 약장수짓 하고, 일본 방문하여 위안부 타령 하는 식으로 반중감정을 희석시키지 말고 중국어선 선장의 흉기에 숨진 해경 이청호 경장 영결식에 참석했더라면, 아마도 크나큰 헤게모니를 잡았을 텐데....

실컷 바보짓을 하고도 노무현, 김대중, 김정일 등 귀찮은 적수들이 때맞춰 죽어주는 것을 보면 이명박은 참으로 더럽게 복이 많았지만, 이젠 북괴가 보기에 만만해져버린 이명박이 이번 남측조문허용 계략에서 어떻게 헤어날지 눈앞이 캄캄하다.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