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에서 마지막 밤을 자며 새벽 5시에 쓰셨다던 대통령님의 글이 기억난다. 그 글에서 처럼 밖에선 새들의 지저귐이 한창이다. 새들은 우리보다 더 부지런한가 보다.
아마 대통령께서는 그날 밤 잠을 못 이루셨나보다. 그 자리라는 것이......
아마 요즘 DJ께서도 잠을 못이루고 계실 것이다. 모든 수족을 다 잘리고, 이제 껍질마저 벗기려는 하이에나들 때문에...
나는 DJ의 광신도였다. 이성적으론 못마땅한 점이 많았지만, 그래도 난 DJ의 광신도이고자 했다.
왜냐하면, 36년 동안이나, 이 조그만 땅덩어리에 살면서, 변방의 오랑캐 취급이나 받으면서, 모든 사람의 손가락질이나 받으면서, 그렇게 사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한 때는 본적이 그쪽 지역이면 아예 이력서 조차 거들떠 보지도 않던 시대가 있었다. 이눈치, 저눈치 보면서 조금 올라가다보면, 항상 나를 가로 막는 사람이 있었다. 아마 그건 나만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못배우고, 그래서 무식하고, 그래서 또 배척당하고, 무시되던 한반도에서 버림받은 땅!! 내가 살던 동네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것이 아마 내가 처음이었을거다.
그래서, 나는 DJ가 맘에 안든 점도 많았지만,우리 지역민들의 한과 억울함을 풀어줄 메시아인냥 그렇게 무조건 표를 찍었다. 충청도 출신인 내처도 무조건 나와 같은 번호를 찍어야만 했다.
그가 우리의 한을 언젠가는 풀어 줄거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혹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재림한 예수 그리스도라도 되는 양 모두들 광신도 처럼 그를 따랐다.
비가 추적 추적 내리던 그날 정계은퇴 선언을 하던 그날 우리는 모두 울었다. 아! 우리 주께서 끝내....... 우리는 언제나 떳떳이 살아 볼거나 하며, 자신의 슬픔을 안고 모두 울었다.
나는 그다지 고생을 하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다. 하지만 불쌍하고, 가난하고, 그러나 순박한 그런 사람들이 나의 주변엔 항상 있었다. 그들을 보며 가슴 아파한 적도 많았고, 내가 인생의 가시밭 길에서 걸려 너머질 때면, 그들 속에 섞여 그들과 같이 아픔을 나눈적도 많았다.
DJ께서 다시 돌아 왔고, 그는 우리의 오랜 바램을 이뤄 주었다. 그걸로 그만이었다. 그분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그 득을 본 사람들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의 우리들은 그저 기꺼운 마음으로 살아도 배가 불렀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염없이 늘어 놓고 있는지 아는가?
호남인의 아팠던 과거를 한번 이해해 볼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해하기 싫으면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대통령께서는 나름대로 애를 쓰셨다.
그러나 주변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은 그분이 돌아 가시는 그 순간에도 가슴에 맺혀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식들을 재임 중에 쇠고랑을 차게 했고, 처남들, 또 손발과도 같이 믿었던 부하들도...다 부정부패라는 낙인이 찍힌 채 그분의 심장에 못질을 해댔다.
그리고, 그 분의 평생의 목표였던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그분은 5년 동안을 한결 같이 애를 써 왔다. 더 이상 동족간의 비극은 없어야 한다.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무슨 일인들 못하리? 그가 명예욕에 눈이 어두워 노벨상을 샀다고 생각하는가? 노벨상이란 것이 사려고 한다고 사지는 것인가?
이제 특검이 사정의 칼날을 들이댄다. 그의 업적의 마지막 마지노선인 거기 까지 그들은 손을 댄다. DJ의 5년 동안의 존재 의미 자체까지 의심 받고 부인이 된다.
DJ가 사리사욕을 앞세워 북한과 내통하고, 북한의 지배집단을 먹여 살리고, 그리고 남한의 안녕에 해가 될 목적으로 그 많은 돈을 갖다 줬다고 판단한다면, DJ와 기타 모든 관련된 인사들을 처벌하라! 최대한 엄격한 법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그에 관한 판단은 내가 내릴 바가 못된다. 특검팀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특검팀은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 만든 팀이기 때문에 대통령조차도 관여할 수 없다. 그냥 맘먹은대로 하면 그것이 법이고 진리다.
그러나 특검팀은 역사에 더러운 이름을 올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에 특검법의 위헌 여부부터 자문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대들의 그 무소불위의 행동 하나하나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심장을 찢어대는 비수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실 DJ에 대한 호남 민심은 거의 떠난 거나 다름 없다. 하지만, 정도가 과하면, 언제 또 호남 민심이 끓어 오를지 모른다. 특검팀의 일거수 일투족이 우리 조국의 앞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직시하고 매사에 숙고, 또 숙고를 바라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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