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헌법이란
국민 기본권 관련 누구나 인정하는 관행·관례
[조선일보 최경운 기자]
수도 이전문제를 헌법사항이라고 판단한 근거로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관습헌법’은 문자화되지 않은 일종의 헌법적 관행 내지 관례를 말한다. 성문헌법전(成文憲法典)에 규정돼 있지 않더라도 국가의 정체성이나 국민의 기본권 등 헌법사항과 관련해 국민 사이에서 확고하게 형성, 법적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성문법주의를 채택한 국가에서는 법전의 규정이 우선적으로 법적 판단 기준이 된다. 하지만 모든 사항을 법전에 성문화해 규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성문법주의 국가에서도 관습법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 헌재가 이날 결정문에서 “모든 헌법사항을 성문헌법에 규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습헌법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일반 법률에서도 관습법의 존재는 인정된다. 우리 민법 제1조는 ‘법률의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에 규정되지 않은 종중(宗中)이 실제 법적으로 인정되는 것과 같은 경우다. 상법처럼 상관습법을 성문법(민법)보다 우선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모든 관행과 관례가 관습법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사회에서 의식·무의식적으로 관습의 존재를 인식하고 이것이 법적 확신으로 확고하게 인정되어야 한다는 게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헌재도 결정문에서 “관습헌법의 성립에 요구되는 요건이 충족돼야만 헌법규범으로 인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헌재가 서울의 역사적 배경을 상세하게 살핀 것이 국민들의 법적 확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과정으로 풀이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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