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교육수장 ''백년대계'' 흔들
외국어고와 자립형 사립고교 등에 대한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외국어고에 대해서는 시안 발표와 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느닷없이 ‘2008학년도부터 학생모집 지역을 광역자치단체로 한정한다’고 기습발표해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교육부가 고교평준화 보완책으로 재단관계자들을 ‘삼고초려(三顧草廬)’까지 해가며 추진했던 자사고에 대해서는 ‘귀족학교, 입시학원 전락’ 등의 용어를 동원하면서 애물단지 취급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전문가들은 국가 백년지대계인 교육정책을 정부가 충분한 타당성 검토 없이 졸속으로 추진, 국민들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교육부는 21일 국정브리핑(정부정책 홍보사이트)에 ‘실패한 외고, 이젠 바로잡자’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외국어 고교의 입학정원은 주요 대학 어문계열 정원을 훨씬 웃돌아 이미 포화상태이고, 당초 취지와 달리 입시기관으로 전락했다”며 “5·31 지방선거에서 100여명의 후보들이 자사고·특목고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실정에서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정부로서의 자세가 아니며 외고(지원자격) 지역 제한을 계획대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오락가락 정책’에 대한 학부모, 교원단체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육부가 졸속으로 정책을 결정해 학생과 학부모들을 공황상태에 빠트렸다”고 비난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도 “고교 평준화 정책으로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이 없는 상황에서 외국어·과학고는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했다”며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전국 외국어고교교장 장학협의회도 교장들의 의견을 모아 다음주 중 대응책을 내놓기로 했다.
서울 대원외고 김일형 교감은 “외국어고의 모집단위 지역이 현재 전국에서 광역시·도로 바뀌게 되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학생들의 서울·경기지역 명문 외고 진학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자사고와 관련,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지난 3월 2008학년도 대입제도 워크숍에서 “입시기관으로 전락한 자사고 대신 공영형 혁신학교를 만들겠다”고 말해 교육부가 추진해 현재 시범운영 중인 자사고를 실패로 규정했다.
김 부총리는 경제부총리로 있던 2003년에는 “(서울) 강남으로 집중되는 교육수요 분산을 위해 특목고와 자사고 신설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교육부총리로 취임한 이후인 지난해 말 사립학교법 파동 당시에도 천주교 수원교구청 이용훈 주교와 만나 “자사고를 20개 정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종교단체 등에 협조를 구하기까지 했다.
자사고 관계자들은 정책 변화로 인해 초래될 피해에 대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주 상산고등학교 정희상 교감은 “개교 당시에는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더니 이제는 ‘귀족학교’로 매도하며 찬밥 대접이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기숙사 건축 등 재정적인 손해와 학생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한양대 정진곤 교수(교육학)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추진해야 할 교육정책이 정권 혹은 시류에 의해 좌지우지돼선 안 된다”며 “실효성 없는 새 제도를 도입하기보다는 사립학교에 자율권을 대폭 허용해 다양한 교육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등 기존 제도를 수정·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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