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물질, 블랙마켓서 유통
유통물품 리스트 本紙 입수
北核물질 제3국 이전가능성·美 레드라인 넘나
북한에서 핵개발 용도로 사용돼온 물질들이 국제 블랙마켓(지하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관료들이 산화토리움(ThO) 등 핵개발 관련 물질들을 돈벌이 목적으로 중국 등지로 밀반입시켜 유통시키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의 핵개발 및 핵보유가 기정사실화되어 온 가운데, 미국은 그 동안 북한의 핵물질이 국경을 넘어 테러단체 또는 제3국으로 넘겨지는 것을 북한에 대한 최후의 한계선(red line)으로 간주해 왔다. 이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조치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중국 내 정보통을 통해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는 산화토륨, 나트륨, 리듐, 피로안티몬산화수은 등의 물품명과 각각의 수량, 가격, 순도분석표 등이 포함돼 있다. 산화토륨, 나트륨, 리듐의 경우 kg당 각각 15만 달러, 3만44,000달러, 2만3,000달러의 고(高) 가격이 책정돼 있고 순도는 각각 97.4%, 99.997%, 99.995%이다.
국내 한 국책기관의 전문가는 이 물질들이 핵개발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산화토리움의 경우 원자로의 종류에 따라 우라늄과 같은 핵원료로 사용될 수 있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 물질의 생산과 매매, 상용 용도 등을 일일이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라듐은 수소폭탄을 만드는 원료가 되고, 나트리움은 핵 연구에 필요한 원소가 되며 안티몬이나 수은성분은 화약의 성능을 개량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다. 이 전문가는 또 순도로 볼 때 이 물질들이 북한 내 핵개발 연구기관에서 사용되는 샘플임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자력발전소를 갖춘 한국에서는 이 같은 물질들이 산업용으로 사용되지만, 북한에서는 핵개발과 관련된 군사적 실험에 쓰인다는 것이다.
매매품목 목록에는 이 밖에도 비스무스, 규소철, 리듐, 망간철, 로듐, 아연, 전기염, 티탄정강, 몰레브덴선, 몰레브덴정강, 팔라듐, 주산 알팔라듐 등이 포함돼 있다. 비스무스는 연구용 원자로를 식히는 냉각제로 사용되며, 리듐은 중성자를 생산하는 데 쓰인다.
이러한 물품의 유출 경위는 북한내 관련기관의 고위 책임자가 돈벌이를 위해 빼돌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90년대 중반 북한 내 식량사정이 최악에 달했을 당시에는 관련기관에서 일하던 일반 연구원들이 탈북을 하면서 핵물질을 몰래 반입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단속이 심해지면서 당관계 책임자가 직접 돈벌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본지의 중국 내 정보통은 지난 3월 중순 중앙당 고위관리로부터 물품매매 제안서를 전달받았다.
한편 미 정보당국은 현재 북한이 최소 8개의 핵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2004년 8월경 북한에 대해 ‘핵물질을 제3국으로 이전하면 즉각 조치하겠다’는 ‘레드라인’을 통보한 바 있다.
김범수 기자 bum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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